[OSEN=탬파, 김형태 특파원] 모이세스 알루(42.뉴욕 메츠)가 "2003년 NLCS 6차전 당시 파울볼은 내가 잡을 수 있었던 공"이라며 말을 바꿨다. 알루는 4일(한국시간) 와의 인터뷰에서 "바트맨이 팔을 뻗지만 않았으면 그 공은 내가 충분히 잡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3달전 얘기와는 정반대 말이다. 당시 알루는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어디를 가든 나만 보면 사람들은 '바트맨' '바트맨' 하며 소리친다. 기분이 무척 좋지 않다"며 "재미있는 사실은 (바트맨이 없었더라도) 나는 그 공을 잡을 수 없었다는 것"이라고 말해 화제가 됐었다. 바트맨에 대한 시카고 컵스 팬들의 불타는 분노가 사실은 잘못된 것이라는 얘기였다. 알루는 컵스에 몸담던 2003년 내셔널리그 챔피언 결정전 6차전에 좌익수로 출장했다. 당시 월드시리즈 진출에 1승만을 남겨놓고 있던 컵스는 8회초 1사까지 3-0으로 앞섰다. 리글리필드의 많은 팬들은 흥분감을 감추지 못하며 경기를 지켜보고 있었다. 그런데 좌측 관중석 하단으로 날아가는 파울볼을 향해 달려가던 알루가 한 관중의 방해로 공을 잡지 못하는 사건이 일어났다. 스티브 바트맨이라는 한 팬이 파울볼을 소유하려는 욕심에 알루의 수비를 방해한 것이다. 이 사건 후 컵스는 갑자기 무너졌다. 8회에만 8점을 내줘 경기에서 패했고, 최종 7차전에서도 무릎을 꿇어 월드시리즈 진출 꿈이 무산됐다. 그러자 컵스팬들은 바트맨의 집을 찾아내 살해협박을 일삼는 등 광란의 소동이 벌어졌다. 바트맨이란 이름은 '염소의 저주'의 21세기판 상징이 됐다. 하지만 알루는 지난 3월 AP통신의 칼럼니스트 짐 릿케와 우연히 만난 자리에서 "그 공은 어차피 잡을 수 없었던 것"이라고 말해 큰 관심을 모았다. 사건 이후 5년간 침묵을 지킨 그가 처음으로 털어놓은 비화였다. 바트맨을 비난하던 사람들이 머쓱해지는 건 당연했다. 그런데 불과 3개월 만에 알루의 말이 바뀐 것이다. 그는 릿케와 만난 사실은 인정했지만 그런 얘기를 한 기억은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제는 바트맨이라는 친구를 용서할 때가 됐다. 경기가 열린 그 날 밤에도 나는 같은 얘기를 했다"고 덧붙였다. 과연 진실은 무엇일까. 당시 화면 상으로는 바트맨이 팔을 내뻗지 않았으면 알루의 글러브가 공을 낚아챌 수 있을 것으로 보이긴 했었다. 컵스는 올 시즌 승률 6할3푼8리(37승21패)로 메이저리그에서 독보적인 성적을 거두고 있다. 100년 만의 월드시리즈 우승 꿈이 이루어질 가능성이 어느 때보다 크다. 올해야 말로 컵스 선수들과 팬들, 알루, 그리고 바트맨은 2003년의 악몽을 잊을 수 있을까. workhorse@osen.co.kr .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