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목소리를 반영하지 않은 결정은 넌센스다". SK 김성근(66) 감독이 최근 베이징 올림픽 이후 정규시즌 잔여 일정을 전면 재조정하겠다고 합의한 프로야구 8개 구단 단장 회의 결과에 대해 강한 불만을 나타냈다. 8개 구단 단장들은 최근 회의에서 7월말까지 우천으로 취소되는 경기에 대해 새롭게 일정을 조정, 편성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한국야구위원회(KBO)가 당초 오는 8월 3일 문학구장서 열리는 올스타전 이후 8월 26일까지 미리 짜놓은 경기를 그대로 옮겨 치르기로 한 내용을 뒤집은 것이다. 또 장마철 등을 감안해 10월 포스트시즌 돌입에 지장을 주지 않기 위해서는 더블헤더를 2006년 이후 2년만에 부활할 수도 있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이에 김 감독은 5일 문학 우리 히어로즈전을 앞두고 "관중 동원도 좋지만 선수 보호도 함께 생각해야 되는 문제 아닌가"라며 "국내 실정에 맞지 않는 무제한 경기를 도입하더니 이번엔 더블헤더인가. 그러다 경기의 '질'이 떨어지면 어떡할려고 그러나"라며 우려를 나타냈다. 무엇보다 김 감독이 불만스런 표정을 지은 것은 현장의 의견이 결여된 일방통행식 주먹구구 야구 행정 때문이다. 미리 대안을 짜놓지 않고 순간순간 일관성 없이 변하는 일정과 룰로 현장에서 뛰고 있는 지도자를 비롯한 선수들이 그 피해를 고스란히 입을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김 감독은 "규정이나 룰을 정할 때는 예외 규정을 항상 생각해서 대안을 마련하는 것이 당연한 것이다"며 "이에 대해 KBO와 이야기했지만 이런 저런 핑계만 대더라. 일본의 교류전을 보더라도 예비일을 미리 짜놓아 정규시즌 일정에 차질을 빚지 않도록 한다. 그런데 우리(한국프로야구)는 그런 것이 없다"고 한국야구위원회(KBO)의 일관성 없는 행정을 꼬집었다. 더구나 현장의 목소리를 감안하지 않은 일방통행식 결정에 대해서는 강하게 반발했다. 올 시즌 처음으로 실시하고 있는 무제한 연장전에 대해서 "얼마전 9연전을 치른 뒤 어떻게 됐나. 롯데를 제외하고는 선발 투수가 제대로 돌아가는 곳이 없다. 무승부제 폐지는 한국 야구 현실과 맞지 않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또 "지난 1일 18-0으로 이긴 삼성전의 경우, 불펜 투수들이 계속 점수를 내주는 상황에서도 다음 경기를 위해 바꾸지 못한다. 선동렬 감독 입장에서는 오죽 답답했겠는가. 결국 그렇게 되면 투수들만 힘들어질 뿐이다"고 덧붙였다. 특히 김 감독은 '미국이 이렇게 하니깐 해야 된다'식의 논리는 모순이라고 강조했다. 한국 프로야구의 현실에서는 역부족이라는 것이다. "미국은 그 만한 선수 자원과 인프라가 구축돼 있는 가운데 그렇게 할 수 있는 것이다. 무조건 따라하다간 선수들만 죽어난다. 미국은 일년내내 고기를 먹을 수 있는 환경이다. 이동도 구단 자체 비행기를 이용해 피로가 덜하다. 체격적으로도 미국 선수들과 비교할 수 없다. 일본만 하더라도 한국과 비교되지 않게 잘 먹는다. 한국은 선수들이 제대로 먹지도 못하는 것은 물론 피로가 계속 쌓일 수 밖에 없는 구조다. 결국 경기력 저하로 인해 피해는 구단이 입게 된다는 걸 왜 모르나. 관중 흥행만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한편 김 감독은 다음날 사직구장에서 열릴 롯데전이 방송 중계 문제로 오후 5시에서 오후 2시로 3시간 당겨진 데 대해 "다른 요일은 상관없다. 적어도 금요일 만큼은 그러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야간 경기 후 잠깐의 휴식만 취하고 곧바로 경기장으로 나가야 하는 선수들의 부담을 최소화 해야 한다는 의미다. letmeout@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