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의 여자’와 ‘달콤한 인생’이 비범해 보이는 이유
OSEN 기자
발행 2008.06.07 08: 34

처음에는 진부할 것이라고들 했다. ‘태양의 여자’는 흔한 출생의 비밀을 다루는 드라마로, ‘달콤한 인생’은 불륜과 치정극으로 평가절하됐다. 하지만 뚜껑이 열리고 난 이후 극을 이해한 시청자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진부한 소재, 스토리를 지적했던 이들이 부끄러워할 정도로 세련미를 갖추고 있었다. 그 속에는 세대와 시대를 관통하는 ‘콤플렉스’(무의식의 감정적 관념)가 깔려 있었다. 지극히 표면적인 감정들, 즉 사랑과 증오, 분노와 복수 따위의 개념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간절한 것들이 벼리를 이루고 있었다. 통속 멜로물들과 차별되는 세련미는 여기서 출발한다. 두 작품은 모두 고도의 심리극이기 때문이다. ‘태양의 여자’의 카인 콤플렉스 ‘태양의 여자’ 속의 신도영(김지수 분)은 생존에 강한 여자다. 무서우리만치 민첩한, 천부적인 생존 본능이 그녀의 캐릭터를 감싸고 있다. 보육원에서 홍은섭(강지섭 분)을 대신해 교수집안의 양녀로 선택될 때 그녀가 보인 눈물은 생존 본능 그 자체였고 그 본능은 교수 집안에 들어와서도 행복에 겨워 짐짓 지어 보이는 눈물로 이어진다. 하지만 그 가증스러울 수 있는 본능을 훤히 읽고 있는 이도 있다. 도영의 양 어머니인 최정희(정애리 분)다. 최정희도 처음에는 도영의 눈물에 넘어갔다. 빈방에서 홀로 짓고 있던 도영의 눈물에 감성이 앞섰다. 그러나 그런 도영의 눈물이 생존 본능에 따라 의도된 것이라는 걸 알고 난 정희의 태도는 달라진다. 도영을 향한 정희의 미움은 정희의 친딸 지영(이하나 분)이 태어나면서 점점 강해진다. 자연스레 지영은 도영의 최대의 적이 된다. “저 아이가 없어져 버렸으면.” 여기까지는 동생이 있는 이라면 누구나 한번씩 느껴 봤음직한 심리다. 동생이 태어나면서 부모의 관심이 동생에게 쏠리는 것을 견디지 못하는 카인 콤플렉스다. 그러나 도영은 단순히 콤플렉스에 머무르지 않는다. 그녀의 남다른 본능 탓이다. 그 천부적인 감성은 동생을 버리는 일을 실천하게 만든다. 끔찍한 선택을 결심한다. 이제부터 시청자들은 헷갈린다. 도영을 이해한다는 마음과 그래도 너무했다는 마음이 한꺼번에 움직이고 있다. 전후 사정을 다 알고 있는 시청자들은 전지적 작가 시점의 잔인한 게임을 불안하게 즐기고 있다. ‘달콤한 인생’의 첫 사랑 콤플렉스 누구에게나 첫 사랑은 소중하다. 맹목적으로 지켜주고 싶고 모든 희생이 아깝지 않지만 현실 속에서는 이뤄질 수 없거나, 또는 이뤄지지 않은 게 더 아름다운 것이 첫 사랑이다. ‘달콤한 인생’을 관통하고 있는 정서는 ‘첫 사랑’ 느낌이다. 오연수가 연기하고 있는 윤혜진은 첫 사랑과 결혼해 나름대로 행복한 가정을 꾸려가던 여인이다. 하지만 혜진의 남편 하동원(정보석 분)은 첫 사랑을 이용만 하는 속물일 뿐, 결코 첫 사랑을 지켜주고 아껴주는 인물이 못 된다. 결혼 첫 날밤 “당신은 내가 첫 사랑이었어?”라고 묻는 동원에게는 첫 사랑을 누릴 순수의 자격이 없다. 혜진이 처한 현실에 공감하고 그것을 안타까워 시청자들의 그 마음이 곧 오연수를 향한 첫 사랑이다. 이들은 그 이름만 들어도 가슴 떨리는 첫 사랑의 여인이 좋은 남자와 결혼해 행복한 생을 누리지 못하는 현실에 속이 탄다. 이런 시청자들의 마음을 대신해 나타난 인물이 이준수(이동욱 분)다. 사춘기 남정네들을 속태우는 대부분의 첫 사랑은 누나다. 준수는 동원이라는 속물을 만나 불행한 삶을 살고 있는 혜진에게 누나 같은 첫 사랑을 진하게 느낀다. 오연수와 김지수, 그 걸출한 배우들 아무리 좋은 대본과 스토리를 갖고 있다 하더라도 배우들이 디테일한 감성들을 제대로 소화하지 못한다면 빛 좋은 개살구다. 다행스럽게도 두 드라마에는 고도의 심리극을 소화할 수 있는 걸출한 배우들이 있었다. 김지수(36)와 오연수(37)다. 오연수는 1990년에, 김지수는 1992년에 데뷔해 1990년대 청춘스타로 전성기를 누렸다. 하지만 이들의 전성기는 2000년대 들어서도 계속됐다. 세월이 흘러도 여전한 미모와 세월이 함께 빚어낸 뛰어난 연기력이 한층 수준 높아진 시청자들을 충족시킬 적임자로 여전히 각광받고 있다. 빼어난 아름다움은 지니고 있지만 연기력이 부족하다면 결코 처리할 수 없는 캐릭터들이 통하는 시대다. 그 시대적 소명이 김지수와 오연수를 드라마로 불러냈다. 오연수와 김지수, 그녀들이 있기에 30, 40대는 20년을 즐거울 수 있다. 100c@osen.co.kr 오연수와 김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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