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0승 김인식 "떠나간 선수들이 생각나네"
OSEN 기자
발행 2008.06.07 20: 44

[OSEN=대전, 이상학 객원기자] “참 오래했다는 생각이 들지.” 한화 김인식 감독이 프로야구 사상 4번째 사령탑 개인 통산 900승을 달성했다. 김 감독은 7일 대전구장에서 열린 우리 히어로즈와의 홈경기에서 6-2로 승리, 김응룡(1476승)·김성근(972승)·강병철(914승) 감독에 이어 역대 4번째 사령탑 개인통산 900승이라는 기록을 세웠다. 국민감독이라는 애칭을 얻을 정도로 높은 지명도를 자랑하는 김 감독은 900승 소회에 대해 많은 선수들을 떠올리며 말했다. 다음은 김 감독과의 일문일답. - 900승을 달성는데. 감독생활을 참 오래했다는 생각이 든다. 그동안 함께 고생했던 선수들이 많이 생각난다. 야구를 하고 있는 선수들도 있지만 야구와 멀어진 선수들도 있다. 떠나간 선수들이 하나하나 모두 다 떠오른다. 감독은 선수들이 잘 해줘서 승리를 올리는 것이다. 선수들에게 정말 고맙다. - 기억에 남는 선수는 누가 있는가. 꼭 누구라고 꼬집어서는 말할 수 없다. 선수 하나하나가 다 기억난다. 그래도 굳이 꼽으라면 쌍방울 시절에는 김기태, OB에서는 김상호와 김형석, 두산에서는 김동주·홍성흔·정수근 등이 기억난다. 우즈도 가끔 생각난다. 지금 있는 선수들은 매일 얼굴을 보니까 크게 떠오르지는 않는다(웃음). - 감독님의 야구 철학은 무엇인가. 글쎄 딱 부러지게 말을 못하겠다. 야구는 정의를 내릴 수 없다. 순간순간 판단에 의해 이뤄지는 것이니깐. 경기 운영이나 팀 운영이나 여러 면에서 야구 외적으로도 감독은 해야 할 것이 많다. 굉장히 힘들다고 본다. 감독의 고충이라고 볼 수 있고, 결국 그런 것을 잘해야 좋은 감독이 될 수 있다. - 가장 어려운 시절은 언제였는가. 쌍방울 시절이다. 그때에는 선수층이 얇았고 선수들도 다른 팀보다 기량이 모자랐다. 원래 창단 팀은 어려운 법이다. - 2003년 두산 사령탑을 관두던 시절은 어땠나. 그때 이미 두산에서는 선동렬을 영입할 생각이었다. 5월쯤 회장이 지시를 내렸다. 구단에서는 내게 선동렬을 감독으로 키워보라고 지시했다. 경창호 사장께서 말씀하셨고 그때는 오케이했다. 그런데 시즌이 끝날 때 쯤에 여러 가지가 많이 생각났다. 위에서는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지만 나로서도 입장이 있었다. 신임감독이 오면 나하고 같이 생활한 코치들이 옷을 벗을 수도 있었다. 그때 아차, 이게 아니구나 싶었다. 5월에는 생각이 안 났지만 시즌이 끝나고 나니 생각이 났다. - 건강이 악화돼 쓰러지셨을 때 옷을 벗겠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나. 옷을 벗어야 겠다는 생각도 했다. 하지만 뇌경색이 한 번 찾아오면 어렵다는 걸 들었지만 난 그렇지 않았다. 병원생활도 해봤지만 별 것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루하루가 나아지는 것이 느꼈다. 마음속으로는 벗어야겠다고 생각했지만 이경재 사장과 송규수 단장이 힘과 용기를 줬다. - 앞으로 꼭 달성하고 싶은 것은.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인간이다. 프로의 세계는 냉혹하다고 말하지만, 결국은 인간들이 같이 살아가는 것이다. 보이지 않는 인간관계가 중요하다. 선수들한테도 특별한 얘기없이 눈빛으로 힘을 줄 수 있는 그런 것 말이다. 이런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 당장 눈앞의 승리도 중요하지만 서로 신뢰를 갖고 열심히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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