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흑심모녀’에 출연한 김수미가 독특한 ‘치매론’을 펼쳤다. 현실에서는 고통 그 자체이지만 영화에서는 로맨스로 승화되었다는 설명이다. 최근 영화 제작사 홍보마케팅담당자와의 인터뷰에서 김수미는 “내 나이쯤 되면 치매는 두려움의 대상이다. TV에서 치매 걸린 노인이 나오면 미래의 내 모습일 것 같아 공포스럽고 치매 예방에 좋다고 하니 젊을 때보다 음식도 꼭꼭 씹고 사과도 챙겨 먹게 된다”고 운을 뗀 뒤, “그러던 내가 ‘흑심모녀’를 찍으면서 ‘이런 치매라면 걸려도 좋지 않을까’란 생각을 하게 되더라”고 말했다. 김수미는 “영화 속에서 내가 연기한 ‘간난’은 치매에 걸려 가장 아름답던 시절의 로맨스만 기억하고 사는 인물”이라고 설명한 뒤, “간난은 자신이 늙었다는 사실도 인식하지 못하고, 자기보다 한참 어린 준(이상우)에게도 스스럼 없이 다가가 사랑을 표현한다. 감정을 숨기는 일도 없고 이것 저것 따지는 일도 없으니 고통 또한 없지 않겠는가”라고 반문했다. “물론, 현실에서의 치매가 그렇게 아름다울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는 김수미는 “하지만 ‘흑심모녀’를 찍으면서 난 정말이지 ‘간난’이 되고 싶었다. 아름다운 청년에게 ‘오빠 가지 마’ 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당당함, 오로지 사랑만을 생각하는 열정, 내 젊은 날 어느 한 켠에는 분명 존재했지만 오래도록 잊고 산 그런 것들을 간난이 일깨웠다”고 설명했다. 김수미는 또 “내가 치매 걸린 ‘간난’을 통해 내 인생에서 가장 반짝이던 날을 되찾았듯, ‘흑심모녀’를 보는 여성들 역시 ‘여자라서 아름다웠던’ 순간을 모두 찾아 행복해졌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100c@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