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이상학 객원기자] “뛸 수 있는 선수들이 생긴 덕이지.” 한화는 전통적으로 장타에 의존하는 팀이었다. 희생번트나 히트앤드런 같은 작전은 물론이고 도루도 많지 않았다. 베이스를 훔치는 것보다 장타 한 방으로 여유있게 베이스를 도는 것을 선호한 팀이었다. 김인식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지난 3년간 한화는 도루가 175개로 8개 구단 중 가장 적었지만 대신 홈런이 371개로 가장 많았다. 올 시즌에도 한화는 희생번트가 적고 홈런이 많은 건 여전하다. 다만 도루가 한화의 새로운 공격옵션으로 추가됐다. 한화는 올 시즌 59경기에서 50도루를 기록했다. 8개 구단 전체 6위에 해당하는 기록이지만 7~8위 삼성(29개)·우리(28개)와 비교하면 한화의 도루는 적지 않은 편. 더욱 놀라운 건 지난해 한화의 도루가 정확히 50개였다는 점이다. 올 시즌 페넌트레이스가 절반도 지나지 않았지만, 벌써 지난해 도루 개수에 도달했다. 심지어 도루성공률도 80.6%에 달한다. 8개 구단 유일의 도루성공률 8할대로 이 부문 전체 1위에 올라있다. 한화를 제외한 나머지 7개 구단 평균 도루성공률은 65.7%에 불과하다. 한화를 바꿔 놓은 선수는 올 시즌 새로 영입된 덕 클락과 추승우다. 못 하는 것이 없는 ‘슈퍼맨’ 클락은 벌써 16도루를 성공시키며 이 부문 공동 4위에 랭크돼 있다. 도루실패는 단 2차례. 도루성공률은 무려 88.9%에 달한다. 추승우도 만만치 않다. 추승우는 팀 내에서 클락 다음으로 많은 9개 도루를 기록하고 있다. 도루실패는 딱 1차례로 도루성공률은 정확히 90.0%나 된다. 추승우는 “도루 개수가 많지 않아 도루성공률은 큰 의미가 없다”면서도 “도루는 발도 빨라야 하지만 타이밍이 가장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김인식 감독도 클락과 추승우의 가세가 발야구를 펼치는 결정적인 요인이라고 밝혔다. 김 감독은 “그동안 팀에서 뛸 만한 선수들이 없어서 도루를 하지 않았다. 내가 도루를 하지 말라고 한 것이 아니라 선수구성상 뛰는 야구를 할 수 없었다. 하지만 올 시즌에는 클락과 추승우가 들어와 도루를 적극적으로 하고 있다. 두 선수에게는 그린라이트를 줬다. 그만한 도루 센스를 갖추고 있는 선수들이다. 두 선수가 뛰다 보니 다른 선수들도 슬금슬금 눈치를 봐가며 도루를 하고 있다”고 너털웃음을 지었다. 지난해까지 8년간 통산 도루가 24개밖에 되지 않았던 이범호가 올 시즌 벌써 8개의 도루를 기록하고 있는 것은 대단히 이색적인 대목이 아닐 수 없다. 도루실패도 1차례밖에 없다. 연속출장기록이 마감된 아쉬움을 20-20 클럽으로 채울 기세다. 유지훤 수석코치는 “도루를 하는 선수들이 많이 들어와 기존 선수들도 뛸 수 있다는 생각이 드는 모양이다. 도루도 전염병 같다”고 웃었다. 이범호도 “발은 빠르지 않아도 상대 눈치를 봐가며 도루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제 더 이상 한화는 굼벵이 군단이 아니다. .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