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남녀 배구가 올림픽 진출에 동반 실패했다. 류중탁 감독이 이끄는 남자 배구대표팀은 8일 오전 도쿄 메트로폴리탄 체육관에서 벌어진 2008 베이징올림픽 세계예선 7차전 마지막 경기에서 태국에 세트 스코어 3-1(25-18 20-25 25-18 25-21 15-5)로 신승, 최종 전적 4승 3패를 기록했다. 하지만 오후에 벌어진 경기서 이탈리아가 아르헨티나에 세트 스코어 3-2(25-19 25-19 22-25 21-25)로 승리를 거두고 7전 전승으로 예선 1위를 차지, 한 장 남아 있던 올림픽 티켓을 따내 한국의 본선행은 좌절됐다. 다른 한 장은 전날 아시아 1위를 확보한 일본이 이미 가져갔으나 이날 아르헨티나가 이탈리아를 잡고 일본이 최종전서 알제리에 이겨 이탈리아와 6승 1패 동률을 기록한 뒤 득실률서 앞서 전체 1위에도 오를 경우 한국은 아시아 2위에 돌아오는 나머지 티켓을 따낼 수 있는 실낱 같은 가능성을 갖고 있었다. 그러나 대회 초반 아르헨티나 이탈리아 일본 등 강호에 연패, 벼랑 끝에 몰린 뒤 상대적으로 약한 호주 알제리 이란 태국을 상대로 뒤늦게 4연승을 거둔 한국에 이같은 기적은 찾아오지 않았다. 이미 예선탈락한 여자에 비해 완성된 전력을 갖추고 최종예선에 출전한 대표팀은 무기력한 모습으로 배구 관계자들을 안타깝게 했다. 특히 이번 예선서 가장 약체로 평가되는 태국과의 경기서도 1세트를 제외하고 압도적인 모습을 보이지 못했다. 특히 베이징행 가능성이 희미해져서인지 선수들은 기술적인 문제 보다는 정신적으로 무기력한 플레이를 펼쳐 최종일 태국전서는 지난 1995년 서울에서 열린 아시아선수권 대회서 3-1(당시는 15점 서브권제)로 역전승을 거둔 후 13년 만에 한 세트를 내주고 3,4세트서는 중반까지 끌려다니는 치욕을 맛봤다. 최강 전력에도 불구하고 올림픽 진출이 좌절된 이유는 세계 흐름을 따라가지 못한 것과 국내리그에 외국인 선수가 도입됐기 때문으로 압축할 수 있다. 그동안 세계 배구계에서 탄탄한 조직력과 스피드를 바탕으로 선전을 펼쳐온 한국은 이번 최종 예선에 조직력이 무너지며 흔들리기 시작했고 빠르고 간결한 세계 흐름과는 동떨어진 배구를 추구했다. 특히 그동안 김세진, 신진식(이상 은퇴) 등 한 방으로 해결해 주던 해결사가 없었고 서브 및 공격 순위서 10걸 안에 아무도 들지 못하는 등 개개인의 경쟁력이 떨어졌다. 또 프로배구 출범 이후 팀 마다 중요한 승부처에서 국내 선수들 보다는 외국인 선수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 국내 선수들이 결정적인 순간에 자신감을 갖고 임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지 못한 것도 국제 무대서 실망스런 결과를 낳는 데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 있다. 물론 이번 대회서 두드러진 활약을 펼친 유일한 대학생 문성민(22, 198cm, 경기대)의 성장은 그나마 얻은 소득으로 여길 수 있다. 문성민은 프로 선배들과 달리 소속팀에서도 대들보 역할을 맡고 있다. 오는 14일부터 7월 20일까지 펼쳐지는 2008 월드리그에 출전하는 남자 대표팀은 이번 올림픽 예선을 거울 삼아 대폭적인 물갈이가 시급한 것으로 보인다. 10bird@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