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베른, 이건 특파원] 지난 2000년 11월 25일 로마 스타디오 올림피코에서 AS 로마의 스트라이커 가브리엘 바티스투타는 친정팀 피오렌티나를 상대로 골을 넣었다. 그러나 그는 일체의 세러모니를 펼치지 않았고 오히려 눈물을 훔쳤다. 자신을 있게 해준 친정팀 피오레니나를 상대로 골을 넣은 아픔 때문. 이후 그는 '그라운드의 로맨티스트' 라고 불렸다. 유로 2008에서도 바티스투타와 같은 모습이 연출됐다. 그 주인공은 루카스 포돌스키(23, 바이에른 뮌헨). 포돌스키는 9일(한국시간) 오전 오스트리아 클라겐푸르트에서 열린 폴란드와의 B조 경기 전반 20분 선제골을 넣었다. 마리오 고메스가 찔러준 스루패스를 밀로슬라프 클로제가 잡고 포돌스키가 마무리한 것. 그러나 포돌스키는 골을 넣고 난 다음에도 그 어떤 세러모니도 하지 않았다. 그저 굳은 표정을 지으며 자기 진영으로 돌아온 것. 왜 그랬을까? 바로 포돌스키가 폴란드 태생이기 때문이다. 포돌스키는 폴란드 그리비스에서 태어났다. 아버지 역시 폴란드 프로 축구 선수였다. 그는 2살 때 가족과 함께 독일로 이주해 자랐다. 이는 같은 폴란드 출신인 클로제와 비슷하다. 다만 포돌스키의 경우 외가쪽 가족들이 여전히 폴란드에 거주하고 있으며 폴란드어를 모국어처럼 구사한다는 것이 다르다. 특히 외가와 많이 친한 포돌스키로서는 폴란드를 상대로 골을 넣은 것이 묘한 감정을 들게 하는 일임이 틀림없다. 따라서 그는 별다른 골세러모니를 하지 않음으로써 사랑하는 가족들과 태어난 조국에 대한 예의를 차린 셈. 한 번 예의를 차린 포돌스키는 두번째 골에서는 좀 더 기쁨을 표현했다. 후반 27분 클로제가 빗맞힌 공을 왼발 발리슈팅으로 연결해 골을 뽑아낸 것. 이 때 포돌스키는 첫번째에 비해서는 기쁨을 더 표현했고 관중석을 향해 키스를 날렸다. 독일은 포돌스키의 2골에 힘입어 폴란드를 2-0으로 눌렀다. 이번 대회 첫 한경기 멀티골을 만들어낸 포돌스키. 그는 이날 경기력으로 그리고 로맨틱한 모습으로 세계 축구팬들의 가슴에 강렬한 인상을 남겨놓았다. bbadagun@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