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두현(26)에게 봄날이 오고 있다. 최근 임대 신분에서 완전 이적으로 웨스트 브롬위치 알비온(이하 W.B.A)의 소속이 된 김두현은 유력한 경쟁자 중 한 명인 졸탄 게라(29)가 풀햄으로 이적하면서 주전 경쟁에 탄력을 받고 있다. 반면 설기현(29)은 게라의 입단으로 험난한 주전 경쟁을 예고했다. 졸탄 게라는 헝가리 출신의 전천후 미드필더. 지난 2004년 W.B.A에 입단한 게라는 5년간 155경기에 출전해 25골을 득점하며 팀의 흥망성쇠를 함께 했다. 조너선 그리닝과 함께 W.B.A의 중원을 상징하는 존재였던 게라의 이적은 W.B.A로서는 치명적인 타격이다. 그러나 올 시즌 W.B.A의 프리미어리그 도약과 함께 본격적인 주전 경쟁을 벌여야 했던 김두현에게는 낭보가 아닐 수 없다. 사실 김두현에게 W.B.A는 도전 그 자체라고 할 수 있었다. 우선 W.B.A는 전형적인 잉글랜드식 4-4-2를 구사한다. 그리고 미드필드는 좌우 양 날개가 포진한 가운데 한 명의 수비형 미드필더와 공격형 미드필더가 책임진다. 결국 여기서 김두현의 전장은 한 명만이 뛸 수 있는 공격형 미드필더였던 셈이다. 문제는 김두현이 그 자리를 차지하기가 그리 녹록하지 않다는 데 있었다. 우선 김두현은 게라라는 W.B.A의 터줏대감 외에 로버트 코렌이라는 또 다른 경쟁자를 넘어야 했다. 코렌은 슬로베니아 출신의 전형적인 플레이메이커 스타일의 미드필더로 김두현과 비슷한 성향의 선수다. 노르웨이를 평정하고 2007년 W.B.A에 입단해 팀을 프리미어리그로 이끄는 등 자신의 기량이 만개했다. 지난해 김두현이 W.B.A에서 많은 출전을 보장받지 못한 것은 코렌의 탓이 컸다. 여기에는 팀 전술에 녹아들지 않은 선수를 함부로 기용할 수 없다는 전술적 판단이 포함됐다. 당연히 올 시즌부터는 코렌의 독주가 아닌 김두현과의 경쟁체제가 될 것이 분명하다. 그러나 한 가지 김두현이 극복해야 할 문제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바로 잉글랜드 축구의 거친 몸싸움을 이겨낼 수 있느냐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는 미드필드에서 주도권 싸움을 시작으로 경기를 풀어간다. 한국에서 공격형 미드필더로 두 명의 수비형 미드필더의 지원 속에서 자유로운 플레이했던 김두현에게는 낯선 상황이다. 이는 김두현의 기용을 놓고 고민 중인 허정무 감독의 선택과도 일치한다. 결국 김두현으로서는 이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 이상 주전 프리미어리거라는 꿈을 쟁취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물론 현재 김두현의 활약상과 성장세를 본다면 그의 주전 경쟁은 희망적이다. 반면 풀햄의 설기현은 하메우르 부아자와 사이먼 데이비스라는 기존의 경쟁자들로 인해 힘겨운 상황에서 또 게라라는 만만치 않은 복병의 입성으로 고민을 안게 됐다. 지난해 설기현은 알 수 없는 부진과 로이 호지슨 감독과의 불화가 겹치며 주전 경쟁에서 밀렸고, 단 12경기밖에 출전하지 못하는 아픔을 겪었다. 안타까운 것은 설기현의 상황이 지난해와 별로 달라지기 힘들다는 데 있다. 설기현은 풀햄과의 계약이 2년이나 남았을 뿐만 아니라 풀햄과 LG의 스폰서 계약(LG와 풀햄은 최소한 한 명의 한국인 선수를 보유하는 조건으로 스폰서십을 체결했다)을 고려한다면 이적 혹은 임대라는 해결책도 취하기 어렵다. 결국 설기현으로서는 지난해보다 악조건에서 새로운 시즌을 맞게 된 셈이다. stylelomo@osen.co.kr 설기현-김두현. .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