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인스브루크, 이건 특파원] "2002년 한국, 2006년 호주를 이끌 때와 러시아 대표팀을 맡은 현재는 무엇이 다릅니까?". 11일(한국시간) 새벽 러시아와 스페인의 유로 2008 D조 경기(4-1 스페인 승)가 끝난 후 기자회견에서 거스 히딩크 감독을 향한 질문 중 하나였다. 이 질문에서 알 수 있듯 유럽 언론의 눈에 히딩크 감독과 한국 그리고 호주는 그의 이력을 말해주는 상징물과도 같다. 히딩크 감독은 한국을 통해 재도약했고 호주를 통해서는 능력을 재확인받았다. 따라서 유럽 언론은 한국이나 호주 대표팀 감독 시절과는 달라진 상황에 처한 히딩크에게 큰 관심을 가지게 됐다. 당시에는 조별리그 1차전에서 승리해 다음 라운드 진출에 초석을 다졌던 반면 이번에는 첫 판부터 1-4로 대패하며 어려운 시점에 몰려있기 때문. 이에 기자회견장에서 히딩크 감독에게 이와 같은 질문을 함으로써 그가 앞으로 어떤 모습을 보일지 가늠하고자 하는 것이다. 히딩크 감독은 질문에 대해 "모든 토너먼트는 어렵다는 게 같다" 고 운을 뗐다. 그는 "하지만 지금의 우리 팀은 젊다. 젊은 것이 좋기도 하지만 경험이 부족하다는 것이 단점이다. 이 대회를 통해 경험을 쌓은 후 예전의 팀들이 냈던 성적을 따라잡겠다" 고 말했다. 현재 자신의 팀에 대한 평가이기도 하지만 은근히 2010 남아공 월드컵으로 평가를 미루어달라는 뜻을 내비치기도 한 것. 하지만 이제 첫 경기를 치른 그리고 세계 최고의 명장이라는 히딩크 감독의 발언 치고는 조금 패기가 떨어지는 것이 사실이다. 왜 그럴까? 2002년 한국 대표팀과 현재 러시아 대표팀을 비교해 보면 어느 정도 이유를 가늠할 수 있을 것이다. 바로 히딩크 감독의 말대로 러시아 대표팀에는 경험 많은 선수가 그다지 많기 때문이다. 이번 대회 최종 엔트리 중 A매치 출전 50회가 넘는 선수는 단 한 명도 없다. 세르게이 세마크 정도만 A매치 45경기 출전으로 최다 출전을 기록하고 있는 것. 100회 이상 A매치 출전에 빛나는 홍명보를 필두로 황선홍 김태영 최진철 등 베테랑이 넘처났던 2002년 당시의 한국 대표팀과는 다른 모습이다. 베테랑이 중요한 이유는 경기의 흐름을 읽을 수 있고 팀 분위기를 추스릴 수 있는 능력에 있다. 실제로 2002년 월드컵서 한국은 첫 경기였던 폴란드전에서 초반 긴장을 풀지 못하고 끌려갔다. 전반 중반이 넘어갈 무렵 홍명보가 중거리슛 한 방을 날렸고 이것을 기점으로 다른 선수들이 자신감을 되찾았고 2-0의 승리를 거둘 수 있었다. 반면 스페인전에서 러시아 대표팀은 경기를 읽을 만한 선수가 보이지 않았다. 특히 선제골을 허용하고 난 이후 러시아의 슈팅이 골대에 맞았을 때 선수들의 떨어진 사기를 복돋아줄 베테랑이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팀 분위기를 추스릴 베테랑이 없다고 해서 남은 2경기가 어렵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분명 히딩크 감독은 조별리그 1차전에서 패배하며 예전과는 다른 상황에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뭔가 복안이 있을 것이기 때문. 만약 그가 첫 경기 대패의 충격을 딛고 팀을 8강으로 이끈다면 다시 한 번 '히딩크 매직' 을 세계에 선보일 수 있게 될 것이다. bbadagun@osen.co.kr .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