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이상학 객원기자] 올해도 예외는 없다. 잘 던지고도 불운에 우는 불운의 투수가 속출하고 있다. 팀 타선의 득점지원이 미비한 것은 물론이고 승리투수 요건을 갖추고 내려가도 이내 경기가 뒤집어지기를 반복하고 있다. 이쯤되면 승패를 초월한 보살이 되어도 무방하다. 2006년 최다패 투수 다니엘 리오스는 2007년 최다승 투수로 탈바꿈했고 2007년 최다패 투수 윤석민은 2008년 최다승 투수 자리를 지키고 있다. 좋은 징크스가 될 수 있지만 당장 승리를 거두지 못하고 불운에 시달리는 투수의 심정은 그 누구도 헤아릴 수 없다. 올 시즌 팔 빠져라 던지고도 불운에 시달리는 투수 5명을 꼽아보았다. ① LG 봉중근 기량발전상은 그에게 어울리지 않는다. 기량회복상이 가장 적절한 것이다. LG 좌완 봉중근을 두고 하는 말이다. 봉중근이 한국야구 2년차를 맞아 확 달라졌다. 올 시즌 14경기 모두 선발등판해 6승5패 방어율 3.11 WHIP 1.26 피안타율 2할3푼2리로 호투하고 있다. 특히 투구이닝이 무려 92⅔이닝으로 이 부문 전체 1위를 공고히 하고 있다. 불운만 아니었다면 더 많은 승수를 쌓을 수 있었다. 9이닝 평균 득점지원은 5.15점으로 적지 않다. 그러나 무득점 지원이 3차례나 있었고 불펜이 날려버린 승리가 가장 최근에 있었다. 리그에서 비자책점(8점)이 가장 많은 투수라는 점도 무시할 수 없는 불운. 수비가 불안한 가운데에서도 그는 흔들리지 않았다. LG 희망봉은 미미한 팀 타선과 수비를 탓할 수밖에 없다. 그래도 봉중근은 “야수들을 믿는다”고 말한다. 진짜 에이스는 마음 속으로 우는 법이다. ② 롯데 이용훈 2년간의 부상 공백기를 깨고 돌아온 이용훈은 여전히 멋들어진 수염으로 타자를 매섭게 노려보고 있다. 특유의 묵직한 직구를 바탕으로 한 정면승부로 안정된 피칭을 과시하고 있다. 올 시즌 9경기 모두 선발등판한 이용훈은 방어율 4.09 WHIP 1.46 피안타율 2할8푼6리를 기록하고 있다. 피안타율이 높은 편이지만 득점권에서는 2할3푼5리로 확 낮췄다. 퀄리티 스타트도 4차례. 그러나 승패는 1승5패로 패가 압도적으로 많다. 이유는 명백하다. 9이닝 평균 득점지원이 3.38점밖에 되지 않는다. 무득점 지원이 3차례나 있었으며 1점·2점 지원이 2차례씩 있었다. 이래서는 투수가 잘 던져도 힘이 빠질 수밖에 없다. 3.38점이라는 득점지원도 사실 허수다. 첫 승을 기록한 지난 1일 목동 우리 히어로즈전에서 8점이나 몰아서 지원받았기 때문이다. 이날 경기를 빼면 득점지원은 2.32점에 불과하다. ③ 우리 마일영 올 시즌 마일영의 비상은 누구도 예상치 못한 일이다. 특히 너클볼이라는 히트상품을 갖고 등장, 화제의 인물로도 떠올랐다. 히어로즈 이광환 감독은 “공을 갖고 피땀을 흘린 결과”라고 칭찬했다. 마일영은 올 시즌 12경기에서 4승3패 방어율 3.04 WHIP 1.19 피안타율 2할1푼3리라는 짠물 피칭을 펼치고 있다. 퀄리티 스타트도 9차례로 봉중근과 함께 리그에서 세 번째로 많다. 그러나 생각보다 승수가 많지 않다. 불운이 이유다. 9이닝 평균 득점지원이 2.92점밖에 되지 않는다. 무득점 지원이 3차례, 1득점 지원이 2차례, 2득점 지원이 4차례나 있었다. 너클볼뿐만 아니라 실력으로도 충분히 주목받을 수 있는 성적을 내고 있지만 팀 타선이 뒷받침되지 않고 있다. 가장 최근에는 지난 6일 대전 한화전에서 9이닝 무실점으로 호투하고도 승패를 기록하지 못한 채 한화 송진우의 2000탈삼진에 가리고 말았다. ④ 우리 장원삼 우리 히어로즈에는 마일영만 불운한 것이 아니다. 같은 좌완 투수인 3년차 장원삼도 힘겨운 나날을 보내고 있다. 장원삼은 올 시즌 13경기에서 3승5패를 거두고 있다. 지난해에도 장원삼은 승수(9)보다 패수(10)가 많은 투수였다. 그러나 방어율은 3점대(3.63)로 전체 10위였다. 올 시즌에도 마찬가지다. 패수가 승수보다 많지만 방어율은 3.46으로 전체 8위에 랭크돼 있다. WHIP 1.33 피안타율 2할5푼6리로 모두 준수하다. 결국 불운이 아니고서는 해석이 되지 않는다. 장원삼의 9이닝 평균 득점지원은 3.23점. 무득점 지원이 4차례나 있었으며 1득점 지원이 3차례, 2득점 지원이 1차례 있었다. 올 시즌 70이닝 이상 소화한 투수 가운데 무득점 지원이 가장 많은 투수가 장원삼이다. 특급 선발투수 2명이 나란히 불운에 시달리고 있는 것에서 최하위 히어로즈의 난맥상이 나타난다. ⑤ KIA 이대진 지난해 재기에 성공한 KIA 이대진은 올해 확실하게 부활하고 있는 모습이다. 올 시즌 10경기에 등판, 방어율 3.74 WHIP 1.44 피안타율 2할5푼1리라는 준수한 성적을 내고 있다. 선발등판한 9경기 중 4경기에서 퀄리티 스타트를 기록했다. 특히 최근 3경기에서 연속해 퀄리티 스타트 행진을 벌이고 있다. 그러나 최근 3경기에서 1승2패를 거두는 데 그쳤다. 시즌 전체로 넓히면 2승7패라는 초라한 승패성적표를 받아들고 있다. 7패는 올 시즌 리그 최다패에 해당한다. 타선의 미비한 득점지원으로밖에 해석되지 않는다. 올 시즌 KIA는 이대진이 선발등판한 9경기에서 마운드를 지킨 49이닝 동안 총 14득점을 지원하는 데 그쳤다. 9이닝 평균 득점지원이 2.57점밖에 되지 않는다. 윤석민(5.42점)과 호세 리마(5.92점)는 지긋지긋한 불운에서 벗어나 웃고 떠든다. 이제는 이대진이 웃을 차례다. ⑥ 삼성 윤성환 어쩌면 가장 불운한 투수일지도 모른다. 봉중근을 비롯해 이용훈·마일영·장원삼·이대진은 올 시즌 불운한 투수를 논할 때 빠지지 않고 거론된 투수들이다. 그래도 팬들의 위안을 많이 받았다는 뜻이다. 그러나 풀타임 선발 첫 해를 맞은 삼성 윤성환은 그렇지 않다. 잘 알려져 있지 않은 불운의 투수이기 때문이다. 윤성환은 올 시즌 14경기에 등판, 방어율 3.79 WHIP 1.46 피안타율 2할7푼8리라는 꽤 괜찮은 성적을 내고 있다. 그러나 3승6패로 패수가 승수보다 두 배나 많다. 윤성환이 선발등판하고 마운드를 지킨 10경기 59⅔이닝 동안 삼성 타선은 14점을 지원하는 데 그쳤다. 9이닝 평균 득점지원이 2.11점으로 전체 선발투수 가운데 가장 낮다. 윤성환이 특급피칭을 보이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팀 타선이 도움을 준 것도 아니다. 비자책점도 5점이나 될 정도로 수비의 지원도 받지 못했다. 무득점 지원이 5차례로 리그에서 가장 많다. 윤성환은 9이닝 평균 7.04점을 지원받는 팀 선배 이상목이 부러울 따름이다. .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