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너냐. 제발 안타 1개만 쳐보자'. 소위 '못치는 공이 없다'는 KIA 장성호(31)가 우리 히어로즈 장원삼(25) 앞에서는 영락없는 '고양이 앞에 쥐' 신세다. 장성호는 10일 목동 히어로즈전에 앞서 신중하게 방망이 그립에 테이핑을 하고 있었다. 평소 털털한 성격을 볼 때 그렇듯 비장함마저 느껴질 정도의 표정은 뭔가에 집중하고 있다는 뜻이었다. 상대 선발 장원삼 때문이다. 그야말로 지긋지긋하게 얽매여 있는 악연의 고리를 떼내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다. 불운의 시작은 장원삼이 현대 유니폼을 입고 프로 무대를 밟은 2년전인 2006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장성호는 2005시즌 3할 타율을 기록, 8년 연속 3할 타자의 위업을 세웠다. 물론 2006시즌에도 3할6리로 3할을 돌파했다. 그러나 당시 경성대를 갓 졸업한 대졸 신인 장원삼을 상대로는 10타석 10타수 무안타에 그쳤다. 세 경기에서 만났지만 모두 범타에 그쳤다. 삼진이 1개 뿐이었다는 만족해야 했다. 2007시즌에는 네 경기에서 맞대결을 펼쳤다. 그러나 역시 9타석 9타수 2삼진 무안타. 그나마 5월 17일 수원경기에서는 2루수 실책으로 겨우 진루, 득점을 올리는데 성공했다. 이날 장원삼은 패전투수가 됐다. 그리고 이날 2008년 첫 맞대결. 지난 4월 23일 광주에서 장원삼이 무사사구 완봉승을 거뒀을 때 장성호는 손목부상이었다. 지난달 10일 목동에서도 장원삼이 나왔지만 장성호는 엔트리에서 제외됐었다. 지난달 1일 잠실 두산전에서 왼쪽 늑골 타박상으로 빠져 25일 잠실 LG전에서야 복귀했다. 그러나 장성호는 역시 장원삼 앞에서 고개만 숙였을 뿐이다. 3타석 2타수 1볼넷 무안타. 5회 선행주자가 아웃되는 댓가를 치른 2루 땅볼을 치고 나갔지만 안타는 아니었다. 통산 22타석 21타수 1볼넷 3삼진 무안타. 장성호가 누군가. 지난 1996년 해태 유니폼을 입고 프로 무대를 밟은 후 1998시즌부터 2006년까지 9년 연속 3할 타율을 기록, 타격의 달인 중 한 명으로 꼽히지 않았던가.이를 통해 최다안타 등 역대 각종 최다 기록에서 이미 레전드 선수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장성호는 이날 장원삼이 내려간 후 7회 고의4구에 이어 9회 타점을 올리는 2루타를 때려냈다. 양준혁(삼성) 전준호(히어로즈) 장종훈(한화 코치)에 이어 역대 4번째에 해당하는 개인통산 1616번째 안타이자 양준혁, 장종훈에 이은 역대 세 번째 수치인 통산 313번째 2루타. 이날 5타석 3타수 1안타 1타점 2볼넷으로 경기를 마친 장성호는 장원삼을 상대로 나름대로 수확이 있었다. 3회 풀카운트까지 간 끝에 볼넷을 얻어냈기 때문이다. 그나마 21타석만에 떳떳하게 1루를 밟은 장성호였다. 더구나 이 볼넷은 역대 6번째에 해당하는 자신의 800번째 볼넷이기도 했다. 이날 3승을 올린 장원삼은 "성호형이 경기 전에 '너 공을 왜 그렇게 못치냐'며 웃더라"면서 "이상하게 성호형만 타석에 들어서면 편하고 변화구의 각도 더 날카로워지는 느낌이다"고 스스로도 의아한 듯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올 시즌도 3할5푼3리를 기록 중인 장성호는 이미 레전드 대열에 들어섰지만 성장세를 지속하고 있는 장원삼이라는 오점으로 한국프로야구 역사는 더욱 흥미롭게 기록되고 있다. letmeout@osen.co.kr . . . . . 장성호-장원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