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한 모습만 보여주며 이대로 시즌을 마치지는 않을 것이다". 우리 히어로즈 주장 송지만의 강한 결의다. 히어로즈는 11일 목동 KIA전에서 0-4로 영봉패하며 연승에 실패했다. 전날 이광환 감독의 퇴장 속에 14개의 안타를 집중시키며 5연패를 탈출했지만 이날 에이스 마일영을 선발로 올리고도 승리와 인연을 맺지 못했다. 히어로즈가 연승을 올리지 못한 것은 거의 한 달째. 지난달 13일과 14일 잠실 LG전에서 연달아 승리한 이후 단 한 번도 연승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 히어로즈는 시즌 21승 37패를 기록해 7위 LG(23승 39패)와 승차는 없지만 승률에서 뒤져 최하위에 머물러 있다. 이런 히어로즈의 성적에 야구계는 당연한 결과로 받아들이고 있다. 우여곡절 끝에 창단했지만 연봉 체결 과정에서 선수와 구단이 갈등을 빚었다. 전지훈련도 뒤늦게 시작, 사기가 현저하게 떨어진 상태에서 시즌을 맞았다. 시즌 초반 돌풍을 일으킬 때도 크게 환영받지 못한 것도 사실이다. 결국 이광환 감독은 전날 시즌 첫 감독 퇴장의 불명예를 안으며 이런 히어로즈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에 맞선 것이다. 이 감독은 11일 목동 KIA전에 앞서 "야구계에서 우리가 좋은 성적을 내면 안된다는 인식이 팽배해 있는 것 같다"며 "결국 선수들의 사기가 저하되고 있는 상황에서 나온 애매한 볼판정은 선수들을 피해의식 속에 빠뜨릴 수 있다. 그래서 내가 대신 나선 것이지 심판들에게 감정은 없다"고 전날 퇴장과 관련한 의견을 밝혔다. 이 감독의 퇴장은 효과가 있었다. 어린 선수들부터 베테랑들까지 크고 작은 영향을 미쳤다. 우선 어린 선수들은 신기했다는 반응이다. 히어로즈 야수 A선수는 "감독님의 퇴장 때문에 마음의 큰 변화는 없다. 원래부터 열심히 뛰고 달릴 뿐이었다. 그렇지만 그런 장면은 처음이라 신기하면서 살짝 긴장되기도 했다"고 밝혔다. 투수 B선수 역시 "솔직히 구단에 들어와서 감독님하고 얘기를 나눈 적이 별로 없다. 늘 뒤에서 지켜보시는 편이었다. 그런데 감독님의 그런 모습이 선수들을 대변하기 위한 행동이었다니 약간 놀랍고 고맙기도 하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베테랑 C는 달랐다. "그런 어필을 잘 하지 않으시는 분이 직접 그러시니 정말 깜짝 놀랐다. 나도 물론이고 다른 선수들에게도 신선한 느낌을 줬다. 뭔가 해볼려는 의지가 다시 솟은 만큼 경기에 대한 집중력이 전보다 높아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 구단관계자는 "선수들이 전날 경기에서 뭔가를 느낀 것은 분명하다"고 설명했다. 이 감독의 퇴장은 여러 면에서 2000년 들어 3차례 우승 포함 통산 4번이나 우승을 차지한 현대와 신생 히어로즈의 분명한 차리를 단적으로 보여준 장면이었다. 현대시절 선수들은 어필이 필요없었다. 패하는 날보다 승리하는 날이 많았고 상대는 알아서 피해갔다. 혹시 빈볼이 날아들더라도 홈런으로 응수하면 됐다. 1~3선발이 확실해 연패 때문에 걱정할 필요가 없었고 감독도 어필을 자제했다. 멤버도 현대시절 사실 우승 전력들은 다들 빠져 나간 상태다. 이숭용, 김수경, 전준호, 이택근 정도만 남았을 뿐이다. 이 관계자는 "종전보다 선수들의 떨어진 사기가 올라 온 것 같다. 표정이 약간 밝아졌다"며 "그것이 경기결과로 이어진다는 보장은 할 수 없지만 전체적으로 어느 정도의 공감대가 형성되고 뭉칠 수 있는 계기가 된 것은 분명하다"고 밝혔다. 이광환 감독의 4~5분에 걸친 강한 어필이 어떤 식으로든 앞으로 히어로즈의 행보에 영향력을 행사할 가능성은 충분해 보인다. letmeout@osen.co.kr .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