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이상학 객원기자] 한화 김인식 감독은 “야구는 빅볼·스몰볼로 구분지을 것이 못 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지난 몇 년간 프로야구는 스몰볼 전성시대였다. 희생번트와 작전을 앞세운 세밀한 야구가 뜬 것이 사실이었다. 그러나 올 시즌에는 또 다른 양상으로 흐르고 있다. 지난해 프로야구 경기당 평균 희생번트는 1.45개였다. 하지만 올 시즌 경기당 평균 희생번트는 1.10개로 줄어들었다. 이 가운데 가장 많은 희생번트를 대고 있는 팀이 LG다. LG는 지난 11일 문학 SK전에서 1회초 무사 2루에서 2번 박경수가 투수 앞 희생번트를 성공시키며 시즌 50번째 희생번트를 기록했다. 8개 구단 중 가장 먼저 희생번트 50개에 도달했다. 그러나 박경수의 희생번트로 만든 1사 3루에서 LG는 후속 박용택과 로베르토 페타지니가 차례로 땅볼로 물러나며 찬스를 무산시키고 말았다. 박경수의 희생번트는 결과적으로 아웃카운트 하나를 소비하는 결과를 낳았다. 결국 이날 경기에서 LG는 무기력하게 완패했다. 그러나 설사 희생번트 후 선취점을 올렸다 한들 승리를 장담할 수 없는 게 LG의 현실이다. 올 시즌 LG는 선취점시 승률이 13승14패로 5할이 되지 않는 유일한 팀이다. 그런데도 5회 이전 희생번트가 36개로 가장 많다. 1회 희생번트도 8개로 리그 전체 1위를 달리고 있다. 올 시즌 등번호의 옛주인처럼 서서히 눈을 뜨고 있는 박경수는 리그에서 가장 많은 15개의 희생번트를 성공시켰다. 이 부문 부동의 1위다. 올 시즌 LG는 희생번트가 득점으로 연결된 경우가 많았다. 50차례 희생번트 중 30차례가 득점으로 연결됐다. 희생번트시 득점성공률이 60.0%로 ‘옆집’ 두산(64.7%) 다음으로 높다. 희생번트가 결승점으로 연결된 경우도 6차례로 리그에서 가장 많다. 올 시즌 LG는 23승39패로 승률이 겨우 3할7푼1리밖에 되지 않는다. 반면 희생번트를 댄 32경기에서는 18승14패로 승률 5할6푼3리로 훨씬 더 좋은 성적을 냈다. 팀 타율 5위(0.263), OPS 7위(0.700)에 불과한 LG에 희생번트는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어버린 것이다. 대조적으로 두산은 희생번트를 많이 대지 않는다. 올 시즌 희생번트가 17개로 8개 구단 중 가장 적다. 1회 희생번트 1개, 5회 이전 희생번트 6개로 나란히 리그 최소다. 두산은 희생번트가 득점으로 연결된 경우가 11차례로 희생번트시 득점성공률이 64.7%로 가장 높다. 이 가운데 4차례는 결승점으로 연결된 귀중한 희생번트였다. 즉, 필요할 때에만 확실하게 희생번트를 대고 있는 것이다. 박경수의 50번째 희생번트가 득점 실패로 귀결된 11일, 두산은 잠실 롯데전에서 4회말 안경현의 희생번트가 김재호의 적시타로 이어지며 2득점으로 연결됐다. 두산의 희생번트는 결과로도 좋게 나타나고 있다. 32승24패로 시즌 승률 5할7푼1리를 자랑하고 있는 두산은 희생번트를 댄 17경기에서도 11승6패로 승률 6할4푼7리로 더 나은 성적을 올리고 있다. 두산은 팀 타율 2위(0.269), OPS 3위(0.730)를 달리고 있는 팀이다. 게다가 팀 도루도 84개로 가장 많다. 필요할 때에만 희생번트를 대면 된다. 반면 LG는 팀 도루도 56개로 이 부문 5위에 그치고 있고 득점권에서도 무려 23개의 희생번트를 댔다. LG는 8개 구단 가운데 득점권 타율(0.253)이 가장 낮은 대신 잔루(463개)가 가장 많은 팀이다. 김재박 감독이 희생번트에 압박을 느낄 수밖에 없는 이유다. .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