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연승 한화, 보이지 않는 그물수비의 힘
OSEN 기자
발행 2008.06.13 08: 37

[OSEN=이상학 객원기자] 마무리투수 불신시대에 이어 수비 대란이 일어나고 있다. LG·롯데 등 위기를 겪고 있는 팀들은 하나같이 글러브에 커다란 구멍이 나버렸다. 체력이 떨어지고 집중력이 조금씩 흔들리는 6월을 기점으로 수비 불안에 대한 공포증이 극에 달하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수비 대란에서 무풍지대인 팀이 있다. 바로 한화다. 지난 10~12일 삼성과의 대구 3연전을 휩쓴 한화는 시즌 두 번째 5연승을 내달리며 다시 단독 3위(33승29패) 자리를 꿰찼다. 표면적으로 화려한 대포가 터지는 다이너마이트 타선에 시선이 집중되지만 보이지 않는 수비의 안정감이 한화의 진정한 강점으로 주목할 때가 됐다. 수비의 원천, 탄탄한 내야 올 시즌 한화는 62경기에서 실책이 단 31개밖에 되지 않는다. 경기당 평균 실책이 0.5개. 8개 구단 중 가장 실책을 적게 하는 팀이 바로 한화다. 우리 히어로즈는 한화보다 무려 20개나 많은 51개의 실책을 저질렀다. 그 뒤를 롯데(49개)·SK(43개)·LG(40개)가 차례로 따르고 있다. 중요한 것은 결정적인 실책이 많지 않았다는 점이다. 한화는 31개 실책 가운데 7회 이후 3점차 이내 승부에서 나온 실책은 2개밖에 없었다. 반면 히어로즈와 LG는 무려 10개나 되며 롯데도 7개에 달한다. 물론 한화는 7회 이후 3점차 이내 승부에서 실책도 가장 적다. 실책이 결승점으로 이어진 것도 2차례로 최소다. 한화의 내야는 1루수 김태균, 2루수 한상훈, 3루수 이범호, 유격수 김민재로 구성돼 있다. 한상훈·김민재 키스톤 콤비는 수비에서 둘째가라면 서럽다. 시즌 개막이 3달이 지났음에도 여전히 1할대 타율에 머무르고 있는 한상훈은 “수비라도 잘해야 신문에 나오는 것 아닌가”라며 글러브를 질들이는 데 여념이 없다. 김인식 감독이 2루수로 타격이 좋은 송광민보다 한상훈을 중용하고 있는 것도 결국 수비강화 차원에서다. 18년째 유격수 자리를 지키고 있는 유격수 수비의 달인 김민재도 “타격은 9번 타자답게 치면 된다. 유격수라면 수비가 기본”이라고 말하고 있다. 올 시즌 김민재의 실책은 8개 구단 유격수 중 가장 적은 5개에 불과하다. ‘친정팀’ 롯데를 상대로 저지른 4개를 빼면 실책은 딱 1개로 줄어든다. 3루수 이범호도 빼놓을 수 없다. 이범호는 데뷔 초 유격수로 나섰지만 불안한 수비로 질책받았다. 유격수와 3루수를 번갈아 맡았던 2004년에는 무려 30개의 실책을 저질렀다. 하지만 3루수로 전업하고, 2006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 참가한 뒤부터 3루 수비가 몰라보게 발전하더니 이제는 리그 최정상급 3루 수비수가 됐다. 이범호는 “유격수는 내 자리가 아니었다. 3루수라면 수비를 잘해야 한다. 수비가 우선되어야 한다. 수비를 못하면 욕얻어먹는다”며 수비에 무게중심을 두었다. 올 시즌 이범호는 기습번트 수비가 한층 더 발전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게다가 1루를 지키고 있는 김태균도 종종 좋은 수비를 보이고 있는데 스카우팅 리포트에서 평균 이상이 되는 수비로 평가되고 있다. 강화된 외야, 수비 우선책 탄탄한 내야와 함께 외야 수비도 몰라보게 좋아졌다. 올 시즌 한화 외야는 덕 클락-추승우-윤재국으로 재편되고 있다. 클락과 추승우는 외야의 핵으로 확실히 자리매김했다. 중견수 클락은 드넓은 수비범위를 자랑하며 안타성 타구를 건지는 데 남다른 능력을 보이고 있다. “야구는 순간의 싸움”이라는 클락은 펜스까지 굴러갈 타구를 슬라이딩으로 건져내 상대팀의 한 베이스 전진을 온몸으로 막아내기도 한다. 타격뿐만 아니라 수비에서도 기본에 충실하는 플레이를 펼치고 있는 것이다. 또한 어시스트(보살)도 6개나 기록할 정도로 송구의 정확성도 뛰어나다. 클락과 함께 발야구와 외야 수비 강화를 주도하고 있는 추승우는 최근 우익수에서 최근 좌익수로 자리를 옮겼다. 데뷔 후 처음으로 외야 수비를 맡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특유의 빠른 적응력으로 ‘외야 본능’을 선보이고 있다. 1루뿐만 아니라 외야에서도 곧잘 몸을 던지며 경기 분위기를 반전시키고 있다. 여기에 최근에는 같은 이적생이자 베테랑인 윤재국까지 그물수비망에 가세했다. 우익수를 맡고 있는 윤재국은 타구에 대한 정확하고 빠른 판단력과 공을 쫓는 집중력이 좋아 거미손처럼 줄줄 건져내고 있다. 윤재국은 연이은 호수비에 대해 “별거 아니다. 수비는 하다 보면 된다”고 활짝 웃었다. 김인식 감독도 특별히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수비를 중시하는 야구를 펼치고 있다. 2005년 부임 첫 해에만 하더라도 심각한 수비 불안으로 어려움을 겪었으나 김민재의 가세와 한상훈의 성장을 바탕으로 수비에서 안정감을 갖추자 팀 전력도 안정됐다. 최근 선수기용에서도 김 감독은 타격보다 수비에 조금 더 무게를 두고 있다. 한상훈·윤재국의 중용이 대표적이다. 고졸신인 내야수 오선진도 수비실력을 인정받아 개막 때부터 줄곧 1군을 따라다니며 경험을 쌓고 있다. 화끈한 방망이와 안정된 수비로 중무한 한화의 야수들은 투수들에게 축복과 같은 존재들이다. 한화 투수진이 지금보다 조금 더 잘해야 하는 이유다. 특히 젊은 투수들이 그렇다. .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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