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이상학 객원기자] 주전이 아닌 야수들은 말못할 고충이 많다. 특히 타격 감각을 조율하기가 어렵다. 한창 경기를 뛰며 경험을 쌓아야 할 젊은 선수들에게는 더욱 큰 고충이다. 하지만 1군에서 보고 배운다는 것 자체가 젊은 선수들에게는 피와 살이 된다. 한화의 젊은 야수들도 지금 당장은 힘겹지만, 작은 기회 하나하나를 놓치지 않으며 미래를 기약하고 있다. 미래는 곧 내일 또는 오늘이 될 수 있는 법이기 때문이다. 3년차 내야수 송광민은 지난 2년간 2군에서 인고의 세월을 보내야 했다. 동국대를 졸업하고 입단할 때에만 하더라도 거포 자질을 갖춘 내야수로 주목받았으나 많은 기회를 얻지 못했다. 하지만 올 시즌에야 잡은 기회를 놓치지 않고 1군에 터를 잡는 데에는 성공했다. 그러나 불안한 내야수비 때문에 더 많은 기회를 살리지 못하고 있는 형편. 팀 사정상 내야 전 포지션은 물론 외야수로도 나섰다. 하지만 송광민은 “진정한 프로라면 이겨내야 한다”며 오히려 이를 악물고 있다. 아직 신분은 대타요원이지만, 타율 3할·4홈런·11타점으로 쏠쏠한 활약을 펼치고 있다. 대타 타율이 무려 3할7푼5리에 달한다. 송광민의 어릴적 우상이었던 장종훈 타격코치는 “더 잘할 수 있다”며 제자를 독려하고 있다. 지난 4월초 맞트레이드를 통해 삼성에서 한화로 유니폼을 갈아 입은 2년차 이여상도 과도기를 겪고 있다. 트레이드 후 곧장 기회를 잡아 맹타를 휘둘렀지만, 이내 약점을 분석당하며 정체기에 빠져들었다. 5월 한 달간 무안타에 그칠 정도로 부진이 깊었다. 이여상은 “아무래도 꾸준히 출장하지 않아 타석에서 부담이 많았다”고 털어놓았다. 이여상은 지난해 2군 남부리그 수위타자(0.338) 출신이다. 이여상은 지난 6일 대전 우리 히어로즈전에서 마침내 안타 가뭄을 깨며 “이제 좀 살아나지 않겠나”라고 웃었다. 그 말대로 이여상은 최근 4경기에서 6타수 3안타, 타율 5할·4타점으로 활약하고 있다. 슬럼프란 당장에는 아프지만 한 번 극복하면 약이 된다. 젊은 이여상은 작은 기회를 놓치지 않고 있다. 4년차 외야수 오승택도 비슷한 처지에 있다. 지난 3년간 2군에 머무른 무명이었던 오승택도 올 시즌에야 1군에서 실낱같은 기회를 살렸다. 어깨 수술을 받아 올해 하와이 전지훈련에도 참가하지 못했지만 김인식 감독은 오승택이 지닌 가능성을 잊지 않고 있었다. 빠른 몸을 지녔고 수비력이 일품이었다. 김인식 감독은 몸이 빠른 선수를 우선적으로 선호한다. 오승택도 마찬가지였다. 올 시즌 오승택은 타율 2할6푼1리·2타점·6득점을 기록하고 있다. 대타로는 6타수 3안타, 타율 5할. 도루는 1개를 기록했지만 도루실패가 3개나 있다. 아직 경험이 많이 미숙해 당장 주전 자리를 꿰차기에는 부족함이 있다. 하지만 오승택은 “선수라면 누구나 목표가 있다. 나도 주전이 되는 것이 목표”라고 당당하게 밝혔다. 2군 생활을 경험하지 못했지만 1군에서 벤치생활을 경험하고 있는 고졸신인 내야수 오선진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오선진은 하와이 전지훈련에서 한화가 발견한 새로운 가능성이었다. 특히 수비력이 빼어났다. 유지훤 수석코치의 거듭된 펑고를 모두 받아낼 정도로 실력과 끈기를 인정받았다. 그래서 2군에서 경험을 쌓는 대신 1군 무대에서 선배들 플레이 하나하나를 직접 보면서 느끼고 배우고 있다. 27경기에서 성적은 17타수 2안타, 타율 1할1푼8리로 보잘것 없다. 삼진은 5개나 당했다. 오선진은 “프로는 변화구가 확실히 다르다”고 혀를 내두르고 있다. 하지만 느끼는 것이 많다. “경기는 많이 뛰지 않지만 그만큼 많이 배우고 있다. 선배님들이 대기록을 세울 때마다 동기부여도 된다”는 게 오선진의 말이다. 한화는 김인식 감독 부임 후 매년 세대교체에 대한 얘기가 끊임없이 흘러나왔다. 투수진은 물론 야수진도 마찬가지였다. 아직 마음만큼 기회를 잡지 못하며 인고의 세월을 보내고 있는 젊은 야수들이지만 조용히 칼을 갈며 기회를 잡고 있는 만큼 한화의 미래도 어둡지만은 않다. 원래 등잔 밑이 어둡고 해가 뜨기 전에 가장 어두운 법이다. .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