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박2일 경기는 무엇을 남겼을까
지난 12일 목동구장에서 펼쳐진 KIA-히어로즈전은 사상 최초로 자정을 넘기는 1박 2일 승부가 됐다. 경기는 자정을 넘겨 0시49분에 끝났다. 도중에 비 때문에 55분간 중단했기 때문에 경기시간은 5시간22분이었다. 잠자리에 들어야 되는 시간에 선수들이 그라운드에서 뛰고 있었으니 희한했다. 단장회의에서 도입한 끝장승부의 첫 사례였다.
시즌을 앞두고 단장들은 승부가 날때까지 경기를 해야된다며 무제한 연장전을 도입했다. 그들은 "무승부는 김빠진 승부로 팬들을 실망시킬 수 있다. 팬들의 시선을 사로잡고 프로야구에 대한 관심을 유도하기 위해 무승부 제도를 폐지하는게 좋다"고 밝힌 바 있었다.
무제한 연장전 승부 도입과 함께 각 팀 사령탑들도 대책마련에 나섰다. 투수들도 야수훈련이 필요하고 야수들은 전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어야 된다고 예상했다. 특히 중요한 흐름에서 무제한 승부경기가 걸릴 경우 추후에 미치는 악영향을 우려하기도 했다. 그동안 자정승부는 한번도 나오지 않아 기우에 불과한 듯 했다.
그러나 이날 느닷없이 악천후까지 동반한 1박2일 승부가 현실로 나타났다. 경기결과 팬들의 시선을 사로잡고 관심을 유도했는 지는 좀 따져볼 문제가 됐다. 경기장을 찾은 팬들은 경기시간이 늦어지자 대부분 돌아갔다. 소수의 열성팬들만 경기장에 남았을 뿐이었다. 경기시간이 길어지자 보는 사람들이 지칠 수 밖에 없다. 연장전 승부에서 나오는 긴박감이 전혀 나타나지 않았다.
선수들도 마찬가지이다. 경기가 늦어지면서 집중력이 사라졌다. 한 선수는 허리가 묵직한지 허리를 두들기는 선수들도 있었다. 덕아웃에서는 하품을 하는 모습도 나왔다. 지친 모습이 역력했다. 투수가 타격을 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질적으로 좋은 경기를 보여주지 못했다.
더욱이 이동일에 무제한 경기가 걸리면서 히어로즈 선수들은 13일 롯데와 경기를 위해 부산으로 이동해야 됐다. 체력적으로 큰 부담을 안을 수 밖에 없다. 그나마 KIA 선수들은 SK전이 열리는 인천으로 이동해 부담을 덜 수 있었다. 만일 광주에서 경기가 열렸다면 지옥의 이동길이 될 뻔 했다.
무제한 연장전 도입을 반대하는 이들은 경기의 질적 저하, 선수들의 혹사와 부상가능성 등을 우려했다. 아울러 이동일에 걸릴 경우 체력적인 부담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날 1박2일 경기는 이 세 가지 문제점이 고스란히 나타났다.
반면 이광환 히어로즈 감독은 경기후 "흥미 있는 경기였다"고 답을 했다. 자정까지 선수들이 투혼을 펼치며 색다른 야구를 했다는 점에서 흥미를 느꼈을 것으로 보인다. 아무튼 "여러분은 프로야구 최초로 자정을 넘긴 역사적인 현장에 계십니다"라는 목동구장 전광판의 문구처럼 역사적인 일전이 된 것 만은 분명하다.
sunn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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