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될성 부른 나무 떡잎부터 알아본다’는 속담이 있다. 아직 톱 스타도 베테랑 연기자도 되지는 않았지만 그 떡잎이 남다른 신인들이 있이 눈에 띈다. 최근 개봉했거나 개봉을 앞두고 있는 영화 속 신인들의 눈빛과 연기가 남다르다. 그들이 앞으로 한국 영화계를 이끌어갈 거목이 될지 떡잎만 파릇파릇하게 나고 끝날지 모르지만 현재 그들은 그 누구보다 푸르다. ‘흑심모녀’의 이다희 이다희(23)는 드라마 ‘태왕사신기’의 담덕(배용준 분)의 호위무사 각단으로 얼굴을 먼저 알렸지만 사실 이다희는 그전에 영화 ‘흑심모녀’의 촬영을 마쳤다. 개봉 일이 늦춰지면서 ‘태왕사신기’보다 늦게 관객을 찾게 됐다. ‘흑심모녀’에서 이다희는 심혜진의 철부지 딸 나래로 출연한다. 아나운서가 되고 싶지만 갖춰진 실력도 외모도 20% 부족한 인물. 게다가 성격도 자기 멋대로라서 아나운서가 되겠다고 엄마 통장을 훔쳐나가 집을 몇 달 동안 나가있다가 돈 떨어지면 다시 천연덕스럽게 돌아온다. 이다희는 ‘흑심모녀’에서 이다희가 아니라 나래가 됐다. 하는 일마다 꼬여 취업한 친구를 찾아가 눈물콧물 질질 짜면서 신세 한탄을 하기도 하고 집에 불쑥 찾아온 4차원 꽃미남을 정신병자 취급하며 욕설을 내뱉는다. 싸가지는 없지만 외롭고 엄마한테 반항하지만 사랑 받고 싶어하는 나래가 됐다. ‘흑심모녀’의 조남호 감독은 “나래가 엄마와 싸우고 시외버스 터미널로 나와서 우는 장면이 있었는데 그 장면에 들어가기 전에 나래의 외로움과 엄마와의 갈등에 대해서 설명할 때 이다희가 몰입이 돼서 펑펑 울었다”며 “당시 신인이었음에도 연기자로서 갖춰야 할 뛰어난 감성을 지니고 있었다”고 밝혔다. ‘흑심모녀’의 이상우 ‘흑심모녀’에 이다희 못지 않은 신예가 있으니 이상우(28)다. 지금은 SBS 드라마 ‘조강지처클럽’의 구세주로 더 많은 관심을 받고 있지만 그가 드라마보다 더 이전에 찍어 놓은 영화가 바로 ‘흑심모녀’다. ‘흑심모녀’에서 이상우는 4차원 꽃미남 준으로 분한다. 세상사람들은 ‘정신병자다. 모자란 놈이다’ 손가락질 하지만 실제 누구보다 순수한 영혼을 간직한 인물. 심혜진 김수미 이다희가 사는 집에 불쑥 찾아와 삭막한 그들의 마음에 사랑과 행복을 심어준다. 이상우는 극중에서 많은 대사를 하지는 않지만 어릴 때의 상처를 간직한 채 세상과 단절된 외로움, 그 누구보다 순수한 마음을 슬픈 눈빛과 해맑은 미소로 표현했다. 조남호 감독은 “이상우는 극중의 준과 같이 실제로도 순수하고 성실한 청년이다”며 “정말 과하지 않고 부족하지 않게 딱 준이 돼 줬다. 당시는 연기에 갓 시작할 때였는데 그때의 때묻지 않은 순수함이 준의 캐릭터에 맞아 떨어졌다”고 밝혔다. 이상우는 최근 OSEN과의 인터뷰에서 “앞으로 굉장히 연기를 잘 하는 배우가 되고 싶다”며 “지금은 배워나가고 있는데 이제는 연기의 달인이 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아버지와 마리와 나’의 유인영 ‘미우나 고우나’의 봉수아로 아줌마 시청자들의 미움을 한 몸에 받았던 유인영(24). 그녀의 영화 ‘아버지와 마리와 나’도 12일 개봉했다. 유인영은 극중에서 고교생 미혼모 마리로 출연했다. 사이가 좋지 않은 부자(김상중, 김흥수)가 사는 집에 불쑥 나타나 아기도 맡기고 본인도 얹혀 살지만 마리화나에 찌든 포크록 가수와 그의 거친 아들에게 사랑과 행복을 심어준다. 유인영은 엉뚱하면서도 사랑스럽게 극중 마리가 됐다. 아이를 다루기 서툰 모습도 고교생 마리 그대로였고 김흥수와의 토닥거림과 까르르 넘어가는 웃음도 잔잔한 미소를 띠게 한다. 유인영은 “2년 전에 찍었던 작품이라 지금 보면 부족하고 어색한 부분이 보이기는 하다”며 “하지만 시간이 흘러서 지금 다시 하라고 한다면 그때만큼 풋풋하고 순수하게 못할 것 같다. 마리의 캐릭터를 디테일하게 연구하고 고민하기 보다는 자연스럽게 그리려고 했다”고 밝혔다. 또한 “지금은 제가 하고 싶은 역할이 있어도 절 안 찾아주시면 할 수가 없는데 앞으로는 그 반대가 되고 싶다”며 “제가 하고 싶은 역할이 있을 때, ‘감독님 저 너무 하고 싶어요’하면 ‘어, 인영씨라면 저희가 좋죠. 너무 잘하실 것 같아요’ 이렇게 되고 싶다”고 말했다. ‘강철중: 공공의 적 1-1’의 연제욱 19일 개봉을 앞두고 있는 ‘강철중: 공공의 적 1-1’(이하, 강철중)에서도 주목해 볼 신예가 있다. 폭력서클에 몸담고 있는 고교생 태준 역할을 맡은 연제욱(21)이다. 연제욱은 이미 영화 ‘두 사람이다’ ‘폭력써클’에서 인상적인 연기를 보여 영화관계자들 사이에서 앞으로의 성장 가능성이 높은 신인으로 점쳐졌다. 그가 ‘강철중’에서 예사롭지 않은 눈빛을 선보인다. 30, 40대 중견배우에게서나 나올 눈빛으로 꼴통형사 설경구를 쏘아보고 기업형 조폭 두목 정재영에 맞선다. 과하지 않으면서도 진지하고 강렬한 눈빛으로 연기하고 과감한 액션도 선보인다. 강우석 감독은 “고교생으로 나온 연제욱의 눈빛이 너무 좋다”며 “앞으로의 가능성이 높은 배우다”고 호평했다. crystal@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