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래시계’부터 ‘이산’까지, 참을 수 없는 변칙의 유혹
OSEN 기자
발행 2008.06.16 07: 46

월화드라마의 살생부였던 MBC ‘이산’이 종영하면서 지방파 3사가 우위를 선점하기 위해 치열한 변성 전쟁으로 구설에 올랐다.
‘이산’은 잘된 드라마들의 수순을 그대로 밟아 연장 방송과 스페셜 방송으로 화려한 대미를 장식한다. 애초 50부작으로 기획됐던 이 드라마는 평균 30%에 육박하는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자 최종 77회로 16일 종영이 결정됐다. 이채롭게도 종영 스페셜 방송이 2회나 편성됐다. 10일 ‘이산’ 줄거리를 총정리했던 스페셜 방송에 이어 17일 제작진의 속내와 촬영 뒷이야기를 풀어가는 ‘진정한 종영 스페셜’을 선보인다.
‘이산’과 직접적인 맞대결을 피하기 위한 타사의 노력은 처절하다. 문정혁 구혜선 주연은 KBS 2TV ‘최강칠우’와 김래원 남상미 주연의 SBS 사전제작 드라마 ‘식객’은 첫 방송 날짜를 이리저리 조절 끝에 17일 2회 연속 편성을 결정했다.
게다가 두 드라마를 살리기 위해 소위 ‘땜빵용 드라마’를 긴급 편성했는데 KBS는 4부작 ‘살아가는 동안 후회할 줄 알면서 저지르는 일들’을 3회로 줄였고 SBS는 24부작 사전제작드라마 ‘사랑해’를 16부로 칼질했다. ‘이산’이 또 연장되자 4부작 ‘도쿄, 여우비’를 긴급 투입했다.
이 같은 양상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이산’만큼 치열했던 편성 전쟁은 엄청난 제작비가 투입됐던 MBC ‘태왕사신기’와 SBS ‘로비스트’가 맞붙었을 때다. 430억원이 투입된 ‘태왕사신기’는 수목드라마로 변성됐지만 첫방송 주에는 월화수목 4일 연속 편성해 시청률이 기세 좋게 뻗어갔다. 이에 120억이나 투자했던 ‘로비스트’는 첫방송되는 날 1,2회, 다음날 3,4회를 연속 방송했다. 게다가 광고 시간까지 포함해 1일 편성시간은 150여 분으로 영화 뺨치게 길었다.
편칙편성으로 대박 난 드라마의 원조라고 하면 SBS ‘모래시계’를 꼽을 수 있다. 아직 방송가에서 변칙 편성이라는 말도 어색했던 1995년 방송됐던 ‘모래시계’는 월화수목, 일주일 4일 방송으로 승부수를 띄웠다. 때문에 24부작인 이 드라마는 1995년 1월 10일 첫 방송해 2월 16일 종영했다. 한달이 조금 넘는 방송이었지만 평균 시청률 64.5%를 기록하며 역대 드라마 시청률 3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시청자들은 이런 방송사의 시청률 지상주의 막무가내식 변칙 편성에 불만을 호소한다. 그러나 방송사와 제작사는 ‘욕 먹을 것을 각오하고’ 편성에 무리수를 둔다. “제작비 증가로 흑자를 남기는 드라마가 희박하다. 변칙 편성은 드라마의 사활이 걸린 중요한 문제”라는 게 어느 한 제작사의 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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