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가지 퀴즈를 독자들께 내고자 한다. 지난 1986년 한국 프로야구에는 좀처럼 볼 수 없던 한 가지 색다른 일이 일어났다. 해태 타이거즈와 OB 베어스가 후기리그 우승을 놓고 3전 2선승제의 순위 결정전을 치른 것. OB가 2연승을 거두면서 후기리그 패권을 차지했다. 그렇다면 과연 OB가 거둔 승리와 선수들이 순위결정전서 치른 기록들은 정식 기록으로 인정될까? 가볍게 생각하면 정규리그의 연장선상에 놓여있는 경기라 기록에 포함될 것 같지만 정답은 '인정되지 않는다' 이다. 당시 108경기로 치뤄진 정규리그서 순위 결정전같은 번외경기는 공정한 조건하의 경쟁이 아니라는 것이 그 이유였다. 최근 e스포츠에서는 경사스러운 일이 연속으로 일어났다. 지난 11일에는 박정석이 프로리그 통산 90승을 달성했고 지난 14일 이윤열은 통산 1000경기를 기록했다. 10년 남짓한 e스포츠 역사에 기록이라는 이름으로 정의할 수 있는 즐거운 일들이 생기고 있다. 그러나 박정석 90승 달성 기록을 두고 견해가 엇갈리고 있다. 정의하는 기준에는 못미친 기록을 공식 기관이 아닌 곳에서 일방적으로 발표해 잘못된 정의가 내려진 것이다. 공식기록으로 살펴본 박정석은 프로리그 통산 성적은 16일 현재 기준으로 86승. 이 발표는 그 동안 체계적으로 기록을 정리, 발표하던 한국e스포츠협회의 공신력은 물론이거니와 기존 기록들의 기준을 뒤엎는 일이라고 할 수 있다. 한국e스포츠협회는 지난 2005년부터 팀들간의 형평성을 유지하기 위해 프로리그 기록은 정규시즌만 인정한다고 정의했다. 물론 포스트시즌이나 순위결정전같이 번외로 치른 경기에 대해서도 공인랭킹을 산정하는 기준에는 포함된다. 하지만 이 기록은 개인의 기록이지 팀이나 리그의 기록으로 인정되는 것은 아니다. 박정석의 90승을 두고 야구를 제외하고 타스포츠까지 범주를 넓혀서 정의한다면 맞는 부분도 있다. 축구의 경우는 해마다 포스트시즌 포함이나 비 포함 등 다른 기준을 적용하고, 농구는 포스트시즌을 포함해 기록을 집계한다. 그러나 협회가 기준으로 삼은 점은 야구에 기초한 데이터 추출 방식으로 현재가지 별다른 문제 없이 진행되고 있다. 문제는 바로 여기있다. 기준을 무시하고 새롭게 정의를 내리면서 혼란이 가중될 수 있다는 것이다. 쉽게 얘기해서 정작 축복받고 정의되어야 할 기록이 일관되지 않은 기준으로 선의의 피해자가 생길수 있는 점이다. 이에 대해 KeSPA 관계자는 "이제까지 별다른 문제 없이 얘기해 오던 기록에 대해 갑자기 문제가 생겼다. 혼란을 방지하기 위해 협회 차원에서 공지를 새롭게 하겠다"며 기록에 대한 확실한 정의를 내리겠다는 뜻을 전달했다. 기록이라는 것은 단순히 백방으로 노력한다고 해서 쉽게 세워질 수 없다. 오랜 기간을 통해 선수들과 관계자들의 노력의 결정체라고 할 수 있다. 노력의 결정체인 기록이기에 선수들 뿐만 아니라 팬들도 애정을 가지고 지켜보고 있다. 스포츠의 가장 큰 활력요소는 기록이라고 할 수 있다. 이번 일이 독단적인 기준이 아닌 서로 약속된 정의를 통해 공인받는 것으로 정리 돼 이 판의 활력을 불어넣는 계기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OSEN 고용준 기자 scrapper@osen.co.kr 지난 4월 20일 프로리그 사상 두 번째 80승을 거둔 박정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