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산]사극 거장 이병훈 PD의 '이산' 시름
OSEN 기자
발행 2008.06.17 00: 44

9개월간 월화드라마 최강자의 자리에 올랐던 MBC TV 대하사극 ‘이산’이 16일을 끝으로 막을 내린다. ‘사극의 대가’ 이병훈 PD가 만들면 대박이 난다는 의미로 ‘이병훈표 사극’이라는 말이 명사화될 정도로 그의 연출력은 자타가 공인할 정도로 뛰어나다. 하지만 또 한편의 대박 사극 ‘이산’을 연출한 그의 시름은 깊어지고 있다. 그 동안 ‘허준’ ‘상도’ ‘대장금’ 등 왕족이 아닌 주변 인물들에 맞춘 드라마로 사극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았던 그도 ‘서동요’와 ‘이산’을 지나면서 점점 전개방식이 구태의연해지고 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된 것이다. 예를 들면 정권이 영조에서 정조로 넘어가면서 정조의 정치나 사상적인 부분을 혜빈홍씨나 정순왕후, 효의왕수, 화완옹주 등 여자들을 통해 전달하려는 의도가 너무 주변인물에 치우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일기도 했다. 드라마를 통해 더욱 빛을 본 인물이 정조가 아닌 영조와 홍국영, 정약용인 것을 감안하면 드라마를 이끌어가는 힘의 중심이 정조에서 벗어났음을 알 수 있다. 그리고 정조 시대의 정치와 경제, 문화, 정조의 사랑까지 그 시대를 골고루 담으려 했던 욕심은 어느 하나도 제대로 표현해내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정조의 탕평책과 금난전권 철폐 등의 얘기도 결국 구체적인 결과 없이 에피소드로 전락해 깊이가 없었다는 반응이다. 여기에 한국 드라마 제작 환경의 고질병인 열악한 제작 여건과 취약한 완성도도 결국 ‘이산’을 비켜갈 수 없게 되면서 이병훈 감독은 여러 가지 숙제를 다시 안게 된 셈이다. . 이병훈 PD는 ‘이산’의 종방연에서 “새로운 이야기를 하고 싶었는데 쉽지가 않았다”며 “소재 선택을 좀 더 새롭게 해야겠다”는 자기 반성의 말을 한 바 있다. 이어 “임금에 관한 얘기는 역사적인 자료가 많아 잘 알려져 있기 때문에 상상력이 더해지기 어렵다”며 “드라마 재미를 위해 정순왕후의 쿠테타 등 역사의 고증을 무시한 내용을 넣었다. 다음에는 역사적 고증을 무시하지 않으면서도 재미있는 드라마를 만들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사극이라는 장르가 기본적으로 역사를 기본 바탕으로 하는 이상 연출자는 드라마의 재미와 역사 사이에서 많은 고민을 하기 나름이다. 재미에만 신경을 쓰다 보면 역사를 왜곡하기 쉽고, 역사에만 초점을 맞추다 보면 극의 재미가 떨어지기 때문이다. “이병훈표 사극에서 어떻게 벗어나느냐가 또 하나의 과제가 됐다”는 그의 말처럼 이제 이병훈 PD의 과제는 ‘이병훈표 사극’을 뛰어넘는 일이다. ricky337@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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