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선양의 뒤풀이 야구]‘선수님들, 욕하지 마세요’
OSEN 기자
발행 2008.06.17 08: 58

한국야구는 그래도 양반이다. 한 다리 건너 두세 다리만 가면 다 아는 선후배로 연결이 되는 좁은 바닥이다. 때문에 다인종 다민족이 뛰고 있는 미국 메이저리그나 고교야구가 활성화돼 있는 일본에 비하면 주먹다짐까지 가는 빈볼시비가 흔치 않다. 60개도 안되는 고교야구 출신들이 모여서 만드는 무대인 한국야구에서는 그래서 빈볼시비가 붙어도 심하게 치고 받는 난투극은 많지 않다. 설령 주먹다짐까지 간다 해도 팀내 선후배 등을 통해 금방 화해가 된다. 모두가 서로 아는 처지로 ‘동업자 정신’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야구로 돈을 버는 프로세계에서 빈볼시비로 큰 부상을 당한다면 서로에게 큰 상처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모두가 잘 알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미국이나 일본에 비해 ‘생존경쟁’이 그나마 덜 치열한 한국야구에서 최근 벌어진 SK 윤길현(25) 투수와 KIA 좌타자 최경환(36)의 시비가 도마위에 올라 있다. 윤길현이 빈볼성 투구로 한 차례 시비 후 삼진아웃시키고 욕하는 장면이 여과없이 TV로 생중계돼 문제가 됐다. 11년 선배에서 빈볼성 투구를 한 점과 욕을 한 것이 팬들의 질타를 받았고 윤길현은 경기 후 전화통화와 홈페이지 등을 통해 곧바로 최경환과 팬들에게 사과했다. 팬들은 윤길현의 빈볼성 투구도 문제지만 대선배에게 욕을 한 점을 더욱 비난했다. 윤길현이 삼진 아웃 후 혼자 중얼거린 말이었지만 쉽게 용서가 되지 않는 대목이었던 것이다. 이번 사례는 비록 윤길현에게 국한돼 일이었지만 한국 프로야구 전선수들이 귀감으로 삼아야할 본보기이다. 한국 프로야구 TV 중계를 지켜볼 때면 투수나 타자가 경기 중에 무심결에 혼자 욕을 하는 장면을 쉽게 볼 수 있다. 투수들은 타자에게 홈런이나 안타를 맞은 후, 타자들은 잘맞은 타구가 아깝게 아웃된 후 혼자 중얼거리면서 욕을 내뱉는다. 그 장면은 고스란히 안방의 시청자 팬들에게 전달된다. 그런 장면은 어린아이와 함께 관전하던 가족단위 팬들에게는 민망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아이와 함께 야구보기가 힘들어질 수 있는 일이다. 요즘 가족단위 나들이 야구팬들이 늘어나고 있는 시점에 선수들이 무심결에 내뱉은 욕 한마디가 프로야구 흥행에 찬물을 끼얹을 수도 있는 노릇이다. 이런 점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한국야구위원회(KBO)와 선수협 등이 적극 지도에 나서야 한다. KBO는 매년 시즌 개막전에 신인 선수들을 대상으로 소양교육을 실시하고 있는데 ‘욕설안하기’를 적극적으로 지도해야 한다. 선수협도 시즌 종료 후 여는 정기총회 등에서 선수들에게 이 대목을 집중적으로 교육해야할 필요성이 있다. 가장 가까운 현장에서 지켜보고 있는 그라운드의 판관인 심판들도 선수들의 욕설을 적극 제지해야 한다. 국내선수는 물론 외국인 선수들의 욕설행위도 제지해야 한다. 일본 프로야구에서는 외국인 선수들이 영어로 ‘F'가 들어가는 욕만 해도 곧바로 퇴장 등 심판이 강력하게 제재를 가한다고 한다. 한국 프로야구에서 외국인 선수들이 심심치 않게 욕하는 장면이 노출되고 있다. 심판들은 자신들에게 욕설을 할 때는 가차없이 경고나 퇴장 등 제재를 가하지만 혼자말로 중얼거릴 때에는 못본 체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외국인 선수들에게 이처럼 관대해지면 국내 선수들의 욕설도 막을 수가 없다. 초슬로 장면 등 TV중계기술의 발달로 선수들의 입모양 하나하나가 생생하게 전달되는 요즘 한국 프로야구에서 ‘욕설 퇴치운동’을 전개해야할 때이다. ‘선수 여러분, 욕하지 마세요’, ‘관계자 여러분, 욕설퇴치에 앞장서 주세요’ 등 구호가 나올 만큼 프로야구 관계자 모두가 그라운드 욕설퇴치에 힘을 쏟아야할 시점이다. 선수들은 무심결에 내뱉은 욕설이지만 그것은 프로야구를 갉아먹는 악성 바이러스가 될 수도 있음을 모두가 인식해야 한다. 품위있게 발전하는 프로야구가 되기 위해 KBO, 선수협 등이 적극 나서야할 때이다. .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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