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베른, 이건 특파원] 마시모 부사차 주심의 경기 종료 휘슬이 울리자 아드리안 무투는 고개를 땅으로 떨구었다. 루마니아 선수들과 네덜란드 선수들이 차례로 다가와 그를 위로했지만 그의 표정에 드리워진 아쉬움은 차마 사라지지 않았다. 18일(한국시간) 베른에서 열린 유로 2008 C조 네덜란드와의 최종전에 나선 루마니아의 아드리안 무투는 이날 뛰고 또 뛰었다. 승리한다면 자력으로 8강 진출이 확정되는 상황, 그리고 이미 예선에서 1승 1무의 우위를 점했던 네덜란드가 상대인지라 해볼 만했다. 하지만 무엇보다 그의 투지를 자극한 것은 바로 2차전에서의 승부차기 실축이었다. 이에 앞서 지난 14일 취리히에서 열린 이탈리아전에서 무투는 선제골을 넣으며 맹활약을 펼쳤다. 이후 이탈리아의 파누치에게 동점골을 내주며 1-1이 된 상황에서 루마니아는 페널티킥을 얻어냈다. 키커는 무투. 하지만 무투의 킥은 부폰 골키퍼에게 막혔고 루마니아는 8강 진출의 유리한 고지를 밟을 기회를 날려버렸다. 이후 팀 동료들과 팬들로부터 위로와 격려를 받은 무투였지만 이날의 기억은 잊고싶었던 것이었다. 네덜란드전에서 무투는 최고의 활약을 펼쳤다. 동료 공격수들이 상대 수비수에게 묶여 이렇다 할 지원이 없는 상황에서도 그는 돌파와 패스를 통해 찬스를 만들려 노력했다. 그러나 행운의 여신은 그의 편이 아니었다. 전반 24분 수비수를 등진 상황에서 슈팅한 공이 수비수 맞고 튕겨 나가버렸다. 후반 38분 슈팅 찬스에서는 물먹은 잔디에 미끄러지며 제대로 된 슈팅이 나오지 않았다. 결국 무투의 고군부투에도 불구하고 루마니아는 전력의 격차를 극복하지 못하고 0-2로 패배하고 말았다. 같은 시간 이탈리아가 프랑스에 2-0으로 승리하며 조 2위를 차지해 루마니아의 8강 진출은 좌절됐다. 경기가 끝난 후 5000여 루마니아 관중들은 무투를 향해 기립박수를 보냈다. 8강 진출의 꿈을 이루지는 못했지만 자국 에이스를 격려한 것. 무투 역시 손을 들어 관중들의 격려에 보답했다. 이날 무투는 '루마니아의 일그러진 영웅' 이었다. bbadagun@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