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베른, 이건 특파원] 이미 8강 진출은 확정되었다. 남은 경기에서 지더라도 상관없다. 이런 상황에 있는 팀의 감독이라면 어떤 생각을 하게 될까? 이번 유로 2008에서는 유독 이런 상황이 많았다. 이미 2승을 거두어 조 1위까지 확정지은 팀들이 많았기 때문. 이때마다 해당 팀 감독들은 다양한 선택을 했다. 루이스 펠리페 스콜라리 포르투갈 감독이나 슬라벤 빌리치 크로아티아 감독은 주전 선수들을 대거 빼고 경기에 임했다. 포르투갈은 패했고 크로아티아는 승리했으나 큰 의미는 없었다. 양 팀 모두 크게 부담없는 상황에서 경기를 가졌기 때문. 그러나 네덜란드의 마르코 반 바스턴 감독이라면 입장이 달라진다. 이미 2승을 거두어 조 1위를 확정지은 상황은 앞의 감독들과 같다. 다만 루마니아전을 앞두고 자신의 선택에 따라 나머지 3팀의 운명을 결정지을 수 있다는 게 달랐다. 만약 반 바스턴 감독이 마음만 먹었다면 루마니아를 상대로 여유로운 경기를 펼쳤을 것이다. 18일(한국시간) 새벽 C조 최종전에서 루마니아가 승리한다면 우승후보인 이탈리아와 프랑스는 8강 진출이 좌절되는 상황. 나중을 생각한다면 4강 이후 만나게 될지도 모르는 이들을 미리 떨어뜨리는 것도 달콤한 유혹이었을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반 바스턴 감독은 자신의 팀만을 생각했다. 우선 그는 반 니스텔로이, 반 더 바르트, 반 보롱크호르스트, 반 더 사르 등 앞선 2경기에서 선발로 나선 주전 선수 대부분을을 쉬게 했다. 8강전을 대비하기 위한 처사. 그러면서도 그는 이제부터 시작될 결승 토너먼트에 대비한 준비를 소홀히 하지 않았다. 바로 반 페르시였다. 지난 프랑스전 전반에서 볼 수 있었듯 네덜란드는 공격형 미드필더가 상대에게 잡힐 경우 원톱인 반 니스텔로이가 고립되며 고전할 수 있다. 이런 상황을 타개할 수 있는 것이 예전 데니스 베르캄프와 같은 처진 스트라이커이다. 반 더 바르트는 미드필더의 성격이 강하고 슈나이더는 윙어로서 플레이가 뛰어나다. 따라서 득점력과 돌파력을 지닌 스트라이커 반 페르시의 부활이 필요했던 것이다. 결국 반 바스턴 감독은 루마니아전을 반 페르시 부활의 기회로 설정했고 그를 풀타임 출전시킨 것이다. 기회를 잡은 반 페르시는 발군의 활약으로 기대에 부응했다. 최전방으로 침투해 좋은 찬스를 만든 것은 물론 이브라힘 아펠라이 등과 수시로 자리를 바꾸며 공격에 다양성을 더했다. 그는 패싱 플레이는 물론 스크린 플레이 후 날카로운 발리슈팅을 날리는 등 해결 능력에 있어서도 좋은 모습을 보였다. 결국 반 페르시는 후반 42분 쐐기골을 넣으며 이번 대회 2호골을 신고했다. 반 바스턴 감독은 경기가 끝난 후 기자회견에서 "오늘 좋은 모습을 보인 우리 선수들이 너무나 자랑스럽다. 죽음의 조에서 승점 9점을 따내 행복하다" 고 말했다. 반 페르시의 부활을 통해 전술적으로 그리고 선수 기용면에서 그 폭을 넓힌 반 바스턴 감독의 행복한 소감이었다. bbadagun@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