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이상학 객원기자] 한 때 3할대를 상회하던 타율은 어느덧 2할8푼4리까지 떨어졌다. 하지만 그는 미소를 잃지 않았다. 한화 베테랑 외야수 이영우(35)가 슬럼프에서 쉽게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영우는 최근 10경기에서 27타수 3안타, 타율 1할1푼1리로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슬럼프의 시작은 지난달 30일 청주 LG전부터였다. 이날 경기부터 46타수 5안타로 타율이 1할9리밖에 되지 않는다. 슬럼프가 생각보다 오래가고 있는 것이다. 최근 들어서는 종종 선발 라인업에서도 빠지고 있다. 하지만 김인식 감독은 “이영우가 잘해줘야 한다”며 힘을 실어주고 있다. 올 시즌 이영우는 한화에서 유일하게 66경기 모두 출장한 선수다. 이영우는 “어깨 상태가 좋지 않다”고 말했다. 지난해 시즌을 마치고 왼쪽 어깨 수술을 받은 이영우는 시즌 초반에는 결장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의외로 재활속도가 매우 빨랐고 개막전부터 경기 출장을 강행했다. 4월 중순부터는 좌익수로 외야수비에도 나설 정도로 상태가 호전된 모습을 보였다. 게다가 타격감각까지 살아나 한화의 막강 다이너마이트 타선의 선봉을 이끄는 리드오프로 한창 주가를 올렸다. 그러나 재활과 경기를 병행하다 보니 그만 어깨가 탈이 나고 말았다. 이영우는 “아무래도 경기에 계속 나가다 보니 어깨 재활속도가 늦어지고 있다. 그래서 요즘 외야수비도 못하고 있다. 타격에도 지장이 있는데 수비를 하는 것은 무리다. 현재로서는 어깨 완치를 기약할 수 없는 상태”라고 털어놓았다. 시즌 초반부터 중반을 넘어선 지금까지 이영우는 타격훈련보다 트레이너와 함께 재활훈련에 더 많은 시간을 쏟아붓고 있다. 재활훈련이 먼저이고 타격은 그 다음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즌 초반에는 불방망이를 휘둘렀다. 재활을 병행하는 선수라고는 믿기지 않은 활약이었다. 하지만 이영우는 “기나긴 시즌에서 한 번쯤 찾아오는 시련이다. 어깨 상태를 떠나 극복해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장종훈 타격코치도 이영우에 대해 “슬럼프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타격이 언제나 좋을 수만은 없지 않은가. 워낙 노련한 베테랑인 만큼 곧 살아날 수 있을 것이다”고 기대를 표했다. 실제로 이영우는 최근 타율이 매우 낮지만, 유독 잘맞은 타구가 야수 정면으로 향하는 불운이 많았다. 첫 타석부터 안타를 친 날에는 아예 비로 노게임되는 일도 있었다. 이영우는 “한 번 안 풀리면 그렇게 꼬인다”고 특유의 미소를 지어보였다. 우리나이로 36살 베테랑임에도 불구하고 1번 톱타자를 맡고 있는 이영우는 “(추)승우처럼 발이 빠른 선수들이 1번을 쳐야 하는데 예나 지금이나 내가 꼭 이렇게 1번을 치고 있다”며 “어깨 상태 때문에 슬라이딩을 할 때에도 조심스럽다. 그래서 도루는 생각도 할 수 없다. 지난 15일 잠실 LG전에서 시즌 첫 도루를 했는데 2루 주자였던 (김)민재 형이 달리길래 나도 엉겹결에 달리다 보니 그렇게 됐다”고 말했다. 이영우는 ‘2루타를 많이 치는데 굳이 도루를 할 필요가 없겠다’는 농담 아닌 농담에 속세를 초월한 농촌에서나 볼법한 미소를 만면에 띄며 쑥스러워했다. 이영우는 “예전에는 나도 홈런도 잘치고 도루도 많이 했다. (이)종범이 형이 한창 1회 선두타자 홈런을 칠 때 나도 같이 따라 많이 쳤다. 그런데 이제는 모두 예전 일이다. 타격 스타일이 크게 달라진 건 없지만 너무 많은 욕심을 부려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영우는 통산 1회 선두타자 홈런이 17개로 이종범(41개) 다음으로 많다. 하지만 이영우는 예전처럼 지금도 방망이로 스파이크를 터는 요란한 타격 준비동작을 고수하고 있다. “오래된 습관이다. 그런데 언제 한 번은 잘못해서 발 안쪽에 맞아 죽을 뻔했다”며 따라하기를 경계했다. 잘나가든 못나가든 이영우는 미소를 잃지 않고 있다. .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