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팬의 항의, '야구팬은 예의갖춘 야구인을 원한다'
OSEN 기자
발행 2008.06.18 11: 22

지난 17일 잠실구장서 두산 베어스전을 11-0 대승으로 장식한 SK 와이번스 선수단은 불편한 기분으로 원정 숙소로 향했다. 지난 15일 문학 경기서 투수 윤길현(25)의 행동에 분개한 KIA 타이거즈 팬들이 중앙 출입구를 가로막고 공개사과를 요청했기 때문이다. 같은 날 광주 LG 트윈스전을 앞둔 KIA의 이종범(38)과 최경환(36)은 윤길현에 대한 용서를 이야기했다. 이종범은 경기 전 "윤길현이 잘못을 했다. 프로야구에는 위계질서는 있어야 한다. (내가 달려간 것은) 윤길현의 이후 행동에 대해서 화가 많이 나서 그랬다. 그러나 행동이 잘못된거지 사람을 미워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라며 까마득한 후배를 용서했다. 최경환 또한 "나중에 사과했고 어린 선수가 이 문제로 인해 상처를 입으면 안된다고 생각했다. 팬들이 너그럽게 용서해주길 바란다. 이 문제는 이제 매듭이 지어졌으면 좋겠다"라며 관대한 모습을 보였다. KIA 또한 팬들에게 자중해주기를 요청했으나 팬들은 베테랑 선수들이 당한 굴욕을 좌시하지 않았다. KIA 팬들은 자신들이 응원하는 선수들의 자존심을 회복시켜 주기 위해 김성근 SK 감독과 윤길현의 사과 만이 아닌 김원형, 박경완 등 베테랑 선수들에도 공개 사과를 요청했다. 경기 직전 발휘된 이종범과 최경환의 관대함은 팬들의 분개로 더욱 빛났다. 김성근 감독 또한 17일 경기 전 "투수는 타자와의 맞대결서 근성을 발휘해야 한다. 그러나 삼진을 잡고 욕설을 했다면 이는 분명 잘못된 것이다. 예의에 어긋나는 모습을 보여서는 안되는 일이다"라며 윤길현의 잘못을 인정했다. 15일 경기 후 구단 홈페이지를 통해 사과문을 올린 윤길현은 현재 숙소서 자숙의 시간을 갖고 있다. 그러나 이를 완벽한 공개 사과라고 믿는 팬들은 그다지 많지 않다. KIA팬들의 항의는 단순히 빈볼시비에 대한 공개 사과에 초점이 맞춰진 것이 아니었다. 그들은 소속 선수들이 보여준 용서에 상응하는 모습을 원했다. 이는 자신이 응원하는 선수단에 대한 자부심이 없다면 나올 수 없는 행동이었다. 올시즌 성적을 비추어 봤을 때 가장 자존심을 내세워야 할 팬들은 부동의 1위를 지키고 있는 SK 팬들이다. 그러나 17일 경기 후 가장 자부심을 빛낸 팬들은 6위 KIA의 팬들이었다. KIA 구단의 요청을 무시한 채 잠실구장 중앙 출입구를 봉쇄한 KIA 팬들의 움직임이 모두 옳은 모습이었다고 볼 수는 없다. 그러나 17일 모습은 야구팬들이 단순히 좋은 성적만이 아닌 야구인 다운 예의범절을 갖춘 모습을 원한다는 것을 분명히 알 수 있던 사례였다. chul@osen.co.kr .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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