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이상학 객원기자] “신경현이가 모처럼 한 건 해줬지.” 한화 김인식 감독이 간만에 칭찬했다. 주전 포수 신경현(33) 칭찬이었다. 김 감독은 그동안 신경현에게 불만이 많았다. 몸 동작이 빠르고 민첩하며 파이팅 넘치는 선수를 선호하는 김 감독에게 천성적으로 느긋하고 조용한 성격의 신경현이 답답할 때가 많았다. 결국 지난달 23일 김 감독은 신경현을 2군으로 내려보내는 충격요법을 썼다. 지난 2004년 주전 포수가 된 후에는 처음으로 겪은 2군행이라 신경현으로서도 자존심이 적잖게 상하는 일이었다. 정확이 열흘을 채운 후 1군으로 복귀한 신경현은 완전히 다른 선수가 됐다. 일단 타격이 좋아졌다. 지난 3일 광주 KIA전에서 1군 복귀한 후 12경기에서 36타수 16안타로 타율 4할4푼4리·1홈런·13타점으로 불방망이를 휘두르고 있다. 이 기간 동안 멀티히트만 5차례나 터뜨렸다. 지난 7일 대전 우리 히어로즈전에서는 쐐기 투런 홈런을 터뜨렸고 15일 잠실 LG전에서도 결승 2타점 3루타를 작렬시키며 포효했다. 김 감독도 LG전 결승 3루타를 두고 “모처럼 한 건 해줬다”며 흡족한 표정을 지었다. ‘2군행 효과’라는 말이 나오지 않을 수 없다. 특유의 담담한 표정으로 “특별히 달라진 건 없다”고 운을 뗀 신경현은 이내 “그동안 정신적으로 나태한 부분이 나도 모르게 있었던 모양이다. 아무래도 2군에 다녀온 후 달라진 부분이 없지 않다”고 말했다. 2004년부터 주전 포수 자리를 꿰찬 신경현은 올시즌 대졸신인 포수 이희근이 새로 가세해 입지가 예전같지는 않다. 고질적인 허리 통증과 함께 감기몸살 등으로 몸관리도 좋지 않았다. 김인식 감독이 신경현을 2군으로 내려보낼 때 “정신적인 재무장이 필요하다”고 말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았다. 신경현은 타격이 부쩍 좋아진 것에 대해 “그냥 팀배팅을 한다는 생각으로 밀어치고 있는데 이상하게 잘맞고 있다”며 자신도 의아하다는 표정을 지으면서도 “확실히 타격감이 좋기는 좋다”고 웃었다. 어느덧 시즌 타율 2할8푼과 함께 22타점을 마크한 신경현은 현재 페이스라면 한 시즌 최고 타율(0.277)와 최타 타점(27점)을 가뿐히 넘어설 것으로 기대되는 상황이다. 신경현은 “그동안 얼마나 못쳤으면 한 번 몰아친다고 최고 기록이 되는건지 모르겠다. 하지만 그동안 타격보다 수비에 중점을 둔 만큼 크게 신경쓰지는 않는다”고 큰 의미를 두지 않았다. 신경현은 “나는 포수다. 포수는 타격보다 투수리드와 수비를 잘하는 것이 당연히 우선이다. 타격이 좋아 흥이 나는 것은 사실이지만 타격이 언제까지나 잘 될 수만은 없다. 타격보다도 투수리드와 수비를 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경현은 1군 복귀 후 포수 방어율도 3.58로 2군으로 내려가기 전까지 기록한 4.71보다 부쩍 좋아졌다. 신경현은 “투수리드와 수비를 잘할 때 보람을 느낀다. 특히 젊은 투수들을 잘 이끄는 것이 내 임무다. 겉으로 보면 화를 내거나 짜증내는 것처럼 보일지 몰라도 내가 다 애정이 있어서 그러는 것”이라며 일부 오해의 시선을 경계했다. .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