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일 첫 방송된 KBS 1TV ‘TV 소설 큰언니’가 소리 없는 상승세를 유지하며 아침드라마의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다. AGB닐슨 미디어 리서치에 따르면 6일 첫 방송부터 18일 8회까지 방송된 ‘큰언니’는 평균 시청률 11.6%를 기록했다. 이는 유종의 미를 거두며 종영한 ‘큰언니’의 전작 ‘아름다운 시절’의 지난 7개월간의 평균 시청률 12.3%와 비슷한 수준으로 TV소설의 마니아 층이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드라마가 현실보다 한 발 앞서 있거나 현 시점의 문화 트렌드를 쫓아갈 때 드라마로서의 가치가 높아진다고 한다면 TV소설은 조금 독특한 장르이다. 우리 부모들의 어린 시절을 배경으로 그려나가는 TV소설의 매력을 짚어봤다. 중년층에게는 향수를, 청년층에게는 새로움을 TV소설의 시대배경은 주로 70년대로 그 시대를 살아본 경험이 있는 중년층과 노년층에는 따뜻한 향수와 추억을 선사하며 청, 장년층에게는 잊지 못할 새로운 문화적 체험을 느끼게 한다. 특히 모든 것이 풍요롭지만 정서가 메마른 요즘 TV소설 ‘큰언니’는 주인공 인옥(전혜진 분)을 통해 몸서리치게 가난한 생활 속에서도 희망과 용기를 잃지 않았던 우리의 큰언니, 누나, 어머니의 모습을 그려내며 그래도 세상은 아름다웠노라 전해주고 있다. 시대를 그대로 재연한 세트 드라마를 보면 “어? 타임머신을 타고 왔나? 70년대에만 있던 미용실, 다방이 그대로 재현됐네”라는 말이 저절로 나온다. ‘큰언니’ 속에는 6,70년대에 존재하던 시내와 거리, 한옥, 일본식 가옥, 근대식 건축물 등 시대에 어울리는 분위기와 소품들이 그대로 나온다. ‘큰언니’의 연출을 맡은 홍성덕 PD는 “TV소설과 같은 시대극은 촬영 전 체크해야 할 사항들이 많다. 시대극은 그 시대의 모습을 최대한 사실적으로 묘사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에 세트장과 의상, 소품 하나 까지도 신경을 많이 써야 한다”고 말했다. 이러한 제작진들의 세심한 작업을 통해 시청자들은 그 시대의 추억과 낭만을 다시금 느낄 수 있게 되고 그 시대 속으로 편안하게 빠져들 수 있는 것이다. 시대의 특색 살린 의상과 소품 화려한 무늬라고는 찾아볼 수 없었던 민무늬 티셔츠, 단순한 색 대비의 촌스럽던 교복, 바닥이 납작한 운동화, 낡아빠진 검정색 학교 가방을 통해서 시청자들은 그 시대를 느낀다. 하지만 방송국 의상실과 소품실에 소장되어 있는 것들만으로는 부족하다. 그래서 출연자들은 가끔 직접 재래시장이나 동대문으로 나가 발품을 팔며 캐릭터에 적당한 소품들을 찾곤 한다. 주인공을 맡은 전혜진은 “시대를 표현하는데 소품만큼 적절한 것은 없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시간이 날 때 동대문에 가서 시대에 걸맞은 핸드백이나 구두를 찾아보지만 쉽지 않은 일이다. 동대문도 예전과 달리 아주 세련됐고 유행을 선도하는 곳으로 변화돼 원하는 소품을 찾기가 어려웠다”고 말한 바 있다. 아침드라마, 아줌마 시청자를 잡아라 아침드라마의 주 소비층은 주부들이다. TV소설의 주인공은 대부분 6,70년대를 힘들게 살아왔던 여성들로, 희생적이고 고달픈 삶을 살았던 그 시대의 여성의 강인함을 표현하면서 주부들의 공감을 자아내고 있다. ‘큰언니’의 홍PD는 “전쟁이 한창이고 우리네 삶이 궁핍했던 시절을 돌이켜 보면 항상 그 중심에는 여성이 있었다. 힘든 시절의 현실적인 요소들이 여성들을 강하게 만들었고, 그 힘으로 어려운 시대를 극복할 수 있었다. 이러한 여성들의 공감대가 이뤄지면서 TV소설이 지속적으로 사랑 받게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이렇듯 ‘나’ 보다는 ‘가족’, 그리고 ‘세상’을 우선으로 생각할 줄 알았던 과거의 가치관을 그 시대 그 사람들을 통해 그리며 지금을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거울과 같은 존재로 사랑 받고 있는 TV소설이 시청자들에게 기분 좋은 아침 드라마로 오래도록 남을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ricky337@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