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이상학 객원기자] 한화 김인식 감독은 “야구는 정의를 내릴 수 없다”고 말했다. 김 감독은 “야구에서 가장 중요한 건 인간이다. 프로의 세계는 냉혹하다지만 결국 인간들이 함께 살아가는 것이다. 보이지 않는 끈끈한 인간관계가 중요하다. 선수들한테 특별한 말없이 눈빛만으로 힘을 줄 수 있는 게 필요하다. 당장 눈앞의 승리만큼 서로 신뢰를 갖고 열심히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올 시즌 한화는 36승31패로 단독 4위를 지키고 있다. 하지만 경기의 재미는 그 어느 팀보다 뛰어나다. ‘역전의 명수’라는 타이틀도 붙었다. 성적은 4위지만 재미는 어느 팀에도 뒤지지 않는다. 김인식 감독의 야구관과도 맞아떨어지는 대목이다. 올 시즌 한화는 유독 역전승이 많다. 올 시즌 거둔 36승 가운데 13승이 역전승이다. 물론 8위 LG도 역전승이 16승으로 한화보다 더 많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역전시점이다. 5회 이전 리드를 당할시 승이 6승으로 가장 많은 팀이 바로 한화다. 결정적으로 7회 이후 뒤집은 승부가 무려 10차례나 된다. 이 부문에서 압도적인 1위를 달리고 있다. 올 시즌 8개 구단 전체의 7회 이후 역전승은 41차례가 나왔다. 이 가운데 24.9%를 한화가 책임졌다. 더 놀라운 것은 그 중 절반에 해당하는 5차례가 또 9회 뒤집기였다는 점이다. 리그 전체 9회 뒤집기가 17차례밖에 되지 않는다는 것을 감안할 때 더욱 놀라운 대목이다. 한화는 팀 방어율 7위(4.68), 팀 타율 8위(0.262)에 그치고 있다. 물론 타율은 어느 정도 허수가 많지만 기본 성적이 되는 기록이다. 하지만 팀 득점은 347점으로 SK(351점)에 이이 전체 2위를 달리고 있다. 리그에서 두 번째로 높은 득점권 타율 2할9푼3리가 그 힘이다. 결정적으로 한화 타자들은 승부처에서 매우 강했다. 올 시즌 한화는 7회 이후 득점이 무려 119점으로 이 부문 부동의 1위를 고수하고 있다. 시즌 초반에는 덕 클락-김태균-이범호-김태완으로 이어지는 클린업 쿼텟에게만 해당되는 말이었지만 최근에는 한상훈·신경현·김민재 등 하위타자들에게도 번지고 있다. 신경현과 한상훈은 최근 2경기 7회 이후 역전승 주역이었다. 야구는 흐름의 싸움이다. 분위기가 경기 승패를 좌우한다. 한화는 분위기가 좋은 팀으로 꼽힌다. 추승우·이여상·윤재국 등 이적생들도 어느새 한화맨으로 확고히 자리잡았다. 이들은 하나 같이 “한화 팀 분위기가 너무 좋다”고 입을 모았다. 추승우는 한화 팀 내에서 친구라고 부를 수 있는 선수는 중고교 동기동창 마정길밖에 없지만 빠르게 팀에 동화됐다. “야구를 편하게 할 수 있는 분위기”라는 것이 추승우의 말이다. 김인식 감독도 될 수 있으면 선수들에게 말을 아낀다. 이영우는 “선수들에게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 별다른 말씀을 안 하신다. 참 인자하시다. 선수들로서는 저절로 힘이 날 수밖에 없다”고 동조했다. 야구 내적으로 파고들어도 크게 다르지 않다. 한상훈은 “지고 있어도 진다는 생각이 전혀 들지 않는다. 몇 번 역전경기를 하다보니 언제든 경기를 뒤집을 수 있다는 자신감이 선수단에 퍼져있다. 경기를 뒤집는 것이 야구의 묘미가 아닌가”라고 수염을 매만지며 웃었다. 백네트 뒤에서 역전 드라마를 이끌고 있는 ‘조연출’ 장종훈 타격코치는 잦은 역전승에 대해 “그런 건 코치들이 주문할 수 있는 부분이 절대 아니다. 어디까지나 선수들이 알아서 집중력을 발휘해 준 덕분이다. 선수들의 힘이다. 그래서 늘 선수들에게 고맙다. 지금의 집중력을 시즌 끝까지 잘 유지했으면 좋겠다”며 선수들에게 공을 돌렸다. 김인식 감독 역시 “투수들이 점수만 적게 주면 꼭 일이 일어난다”며 껄껄 웃었다. 팀 분위기가 좋을 수밖에 없는 이유다.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