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상 불운' 그래도 윤재국은 웃는다
OSEN 기자
발행 2008.06.21 14: 06

[OSEN=이상학 객원기자] “왜 저렇게 자주 다치지…” 한화의 한 관계자가 안타까운 목소리로 말했다. 한화 11년차 외야수 윤재국(33)을 두고 하는 말이었다. 윤재국은 지난 19일 대전 롯데전에서 우익수로 선발출장했으나 3회초 박기혁의 타구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펜스와 부딪치며 왼쪽 옆구리를 다쳤다. 그 와중에도 윤재국은 1루 주자의 진루를 막기 위해 공을 굴리는 투혼을 보였다. 극심한 통증으로 결국 교체된 윤재국은 병원에서 X레이 촬영결과 다행히 큰 이상이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통증이 완화돼 경기 출장에도 지장이 없다. 윤재국으로서는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는 순간이었다. 윤재국의 가치 윤재국은 올 시즌을 앞두고 한화로 이적했다. 지난해 12월12일, 현금 5000만 원에 두산에서 한화로 유니폼을 갈아입었다. 윤재국에게 한화는 다섯 번째 팀이었다. 지난 1998년 2차 1번으로 쌍방울에 지명된 윤재국은 2000년 팀이 SK로 바뀌었고, 2002년에는 롯데로 트레이드됐다. 이후 2004년 두산으로 이적해 2시즌을 더 뛰었다. 그러나 두산에서는 젊은 외야수들에 밀렸고 김인식 감독의 요청에 따라 한화로 다시 현금 트레이드됐다. 3시즌 이상 보낸 팀이 없을 정도로 이적이 잦았다. 한화에서 윤재국은 매우 요긴하게 쓰이고 있다. 올 시즌 25경기에서 76타수 17안타로 타율은 2할2푼4리밖에 되지 않지만 볼넷을 무려 16개나 얻어내 출루율은 타율보다 1할가량 높은 3할5푼9리에 달한다. 장종훈 타격코치도 윤재국에 대해 “타율은 높지 않지만 공을 보는 눈이 아주 좋다. 정확하게 맞히는 능력도 좋다”고 좋게 평가했다. 장타를 노리는 타자들이 많은 한화에서 윤재국의 끈질김은 더욱 두드러진다. 윤재국도 “장타자들이 많아 출루에 중점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윤재국의 진정한 강점은 타격이 아닌 수비에서 나타난다. 김인식 감독도 윤재국의 외야 수비력을 높이 사고 있다. 우익수로 나서고 있는 윤재국은 노련한 타구판단과 뛰어난 집중력으로 어려운 타구를 곧잘 캐치해내고 있다. 추승우처럼 몸을 내던지는 스타일은 아니지만 그만큼 안정된 수비를 과시하고 있다. 윤재국은 “우리 팀 포수의 위치를 잘 보면 어느 정도 타구를 예측할 수 있다”고 비결을 설명했다. 이 같은 노련함이 빠른 발과 집중력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이처럼 공수주에서 알토란같은 활약을 할 수 있는 선수라는 점이 그간 윤재국의 트레이드가 잦았던 이유 중 하나였다. 트레이드도 아무나 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만큼 가치가 있어야 한다. 윤재국은 “트레이드될 때마다 이 팀이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뛴다. 한화에서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윤재국은 “한화는 분위기가 좋다. 김인식 감독님과는 처음 야구하는데 야구를 워낙 야구를 잘 아시는 분이라 믿음이 간다”며 “여기서 난 절대 베테랑이 아니다. 베테랑이라고 말하면 혼난다”고 웃었다. 두산에서는 세대교체 바람에 묻혔지만 베테랑이 많은 한화에서는 어디까지나 청년이다. 윤재국의 부상 윤재국을 말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다름 아닌 부상이다. 윤재국은 그동안 유독 부상이 많은 선수였다. 특히 2002년 이후에는 한 시즌 100경기 이상 출장한 적이 없다. 실력이 부족해서라기보다는 부상으로 엔트리에 빠져야 할 일이 많았다. 크고 작은 부상이 많았지만 큰 부상이 두 번이나 스쳐지나갔다. SK 시절이었던 지난 2002년 5월8일 대구 삼성전에서 수비 중 왼쪽 발목 부상을 당해 1년 넘게 고생한 윤재국은 두산 시절이었던 지난 2004년 6월2일 잠실 LG전에서 LG 투수 서승화의 발에 넘어져 오른쪽 무릎 십자인대가 파열되는 중부상으로 선수생명에 큰 위협을 받기도 했다. 윤재국은 지금도 그 때를 생각하면 한숨만 나올 뿐이다. 군복무를 마치고 두산으로 돌아온 지난해에도 윤재국은 시즌 초반 두산 리딩히터로 한창 주가를 올렸으나 오른쪽 손목 부상을 당해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되는 사이 자리를 잃고 말았다. 한화로 이적한 올 시즌에도 부상 악령은 계속됐다. 지난 4월17일 청주 우리전,에서 이도형의 끝내기 안타 때 2루 주자였던 윤재국은 홈으로 슬라이딩하는 과정에서 그만 오른쪽 옆구리 갈비뼈 하나가 나가고 말았다. 통증을 참고 경기에 나선 윤재국은 이후 수비에서도 그답지 않게 불안한 플레이를 펼쳤는데 부상이 이유였다. 결국 일주일이 지나서야 김인식 감독에게 이실직고하고 2군에 내려갔었다. 19일 대전 롯데전에서는 다행히 왼쪽 옆구리라 부상이 재발하지는 않았다. 윤재국은 “그동안 부상 때문에 참 고생을 많이 했다. 야구가 잘 될 때마다 부상이 찾아와 어려움이 많았다”며 말을 쉽게 잇지 못했다. 하지만 그래도 윤재국은 당당했다. 윤재국은 “부상이 많았지만 다른 짓하다 그런 것도 아니고, 경기 중에 당한 부상인데 어쩌겠나. 아쉬운 것도 많지만 그렇다고 아쉬워 할 수만은 없다. 작은 부상은 모든 선수들이 안고 뛴다. 작은 부상에는 신경쓰지 않겠다. 그라운드에서는 최선을 다해야 한다”며 이를 악물었다. 윤재국은 “한화에서 난 아직 한창 때라고 할 수 있다. 그동안 못 한 것을 한화에서 하겠다”며 웃었다. 윤재국에게 한화는 새로운 기회의 땅이 되고 있다. 다친 선수를 보듬고 쓰다듬을 줄 아는 김인식 감독 밑에서라면 더욱 그렇다. 그래서 윤재국은 언제나처럼 웃는다. 한화 이글스 제공. .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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