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락하는' 삼성, '불펜야구'의 한계인가
OSEN 기자
발행 2008.06.22 14: 11

[OSEN=이상학 객원기자] 삼성이 시련을 겪고 있다. 믿었던 마운드의 붕괴라는 점에서 사안이 심각하다. 삼성은 4연패 포함해 최근 10경기에서 2승8패라는 초라한 성적을 내고 있다. 시즌 성적도 33승36패로 5할 밑으로 떨어진지 오래다. 4위 한화(37승32패)와의 승차도 무려 4.0게임으로 벌어졌다. 최악의 부진에 시달리고 있는 최하위 LG에 가렸지만 삼성의 부진도 심각성이 크다. 선동렬 감독의 지키는 야구도 이제 점점 지치는 야구가 되어가고 있다. 도대체 무엇이 문제이길래 추락할까. 불펜의 과부하 삼성의 팀 방어율은 어느덧 6위(4.63)까지 떨어졌다. 마운드 문제로 고심하고 있는 한화(4.60)마저도 제쳤다. 선발과 불펜 가리지 않고 흔들리고 있는 형편이다. 삼성의 선발진 방어율은 LG(5.88) 다음으로 나쁜 5.46이다. 선발진 평균 투구이닝은 4.87이닝으로 리그 최소다. 삼성은 선발진 퀄리티 스타트가 18차례로 두산(16회) 다음으로 적은 팀이다. 하지만 비슷한 선발진의 두산이 2위로 승승장구하고 있는 데에는 막강불펜의 힘이 크다. 불펜 방어율이 당당히 리그 전체 1위(3.17)에 랭크돼 있다. 하지만 두산 김경문 감독은 “불펜야구에는 한계가 있다”며 어쩔 수 없는 고육지책임을 시사했다. 반면 삼성은 철석 같이 믿었던 불펜 방어율마저 3.65로 리그 전체 4위밖에 되지 않는다. 지난해에는 이 부문 2위(2.94)였지만 올 시즌에는 속절없이 무너지고 있다. 무엇보다 불펜에 믿을 만한 투수가 없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 마무리투수 오승환이 뒷문을 지키고 있지만 예전보다 위력이 떨어졌다는 평가가 지배적인 가운데 그 중간에서 디딤돌을 놓는 확실한 셋업맨이 없다. 권오준과 권혁은 각각 팔꿈치와 어깨 부상으로 나란히 1군 전력에서 제외됐고, 지금은 권오원과 정현욱이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 하지만 필연적으로 선발진의 약화는 불펜의 부담으로 이어지기 마련이다. 부상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선동렬 감독 부임 첫 해였던 2005년 삼성의 최강불펜은 오승환을 필두로 권오준·안지만·박석진이 일사분란하게 움직였다. 질적으로나 양적으로나 최강불펜이었다. 그러나 이듬해부터 불펜에 조금씩 균열이 나기 시작했다. 2006년에는 권오준이 67경기에서 80이닝을 던졌고 2007년 권혁도 60경기에서 77⅓이닝을 소화했다. 불펜의 양적 자원이 부족하자 한 선수에게 부담이 가해졌다. 지난 2년간 삼성 선발진은 많은 투구이닝을 소화하는데 어려움이 있었고 결국 불펜에게 막중한 부담을 가할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 불펜야구의 한계 프로야구에는 팀 내 최고투수를 마무리투수로 써야한다는 고정관념이 있었다. 과거 특급 마무리투수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실제로 그러했음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오승환이나 한기주처럼 오래 던지지 못하는 투수들을 예외로 하면 결국 팀 내 최고투수는 마무리가 아니라 제1선발로 기용해야 한다는 것이 이제는 관례가 됐다. 확실한 1승을 보장할 수 있는 선발투수의 가치가 그만큼 크기 때문이다. 9회말 투아웃까지 승부를 점칠 수 없는 것이 야구이지만 통상적으로 선발 싸움에서 밀리면 승산이 적어지기 마련이다. 역전승이 오래 기억에 남는 건 자주 일어나는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올 시즌의 경우에도 승부는 5회 이전 판가름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올 시즌 프로야구에서 5회 이전 리드를 잡는 팀은 192승34패, 승률 8할5푼을 기록했다. 특히 삼성은 5회 이전 리드를 잡은 24경기에서 전승을 기록했다. 반면 5회 이전 리드를 당하는 팀의 승률은 1할5푼에 불과하다. 5회 이전 리드 당할시 삼성도 5승32패로 승률이 1할3푼5리에 불과했다. 5회 이전 리드를 잡는 것은 선발투수들의 몫이다. 선발투수들이 제 몫을 할 경우, 삼성은 불펜을 가동해 경기를 깔끔하게 매조지할 수 있는 팀이다. 그래서 삼성은 선취점시 승률이 8할5푼2리(23승4패)로 가장 높은 팀이다. 문제는 삼성의 선발이 대단히 약하다는 점이다. 삼성은 6월 선발진 방어율이 무려 7.21에 달한다. 역대 최악의 마운드라는 악평을 받고 있는 LG의 6월 선발진 방어율도 6.99로 삼성보다 낫다. 배영수가 팔꿈치 부상 후유증으로 아직 제 위력을 보이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외국인듀오 웨스 오버뮬러와 탐 션도 실망스러운 수준이다. 지난해 롯데에서 방출돼 영입된 이상목이 실질적인 에이스 노릇을 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상목마저 데려오지 않았더라면 삼성 선발진은 끔찍한 상황을 맞이했을지도 모른다. 올 시즌 선발 전환을 꾀한 윤성환과 정현욱도 선발과 불펜을 넘나들며 등판일이 잦아지고 있다. 그 여유롭던 선동렬 감독도 이제는 흔들리고 있다. 한국시리즈 2연패를 일궈낸 지키는 야구는 분명 성공한 야구였다. 하지만 야구에 영원은 없다.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