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질을 갖춘 선수입니다. 앞으로 성장 가능성이 큰 선수지요" 김광수 두산 베어스 수석코치가 2년차 내야수 오재원(23)에 대해 이렇게 이야기 했다. 김 코치는 22일 광주 KIA 타이거즈전을 앞두고 주전 2루수 고영민(24)의 컨디션 난조로 인해 오재원이 선발 2번 타자 겸 2루수로 출장한다고 밝히면서 "재능 있는 유망주"라며 기대감을 보여주었다. 오재원은 비록 22일 경기서 모두 2루 땅볼로 물러나는 등 3타수 무안타를 기록한 뒤 6회 대타 유재웅으로 교체되었다. 그러나 20일 경기서 주자일소 3타점 2루타로 자신의 한 게임 최다 타점을 기록했고 21일 경기서도 4타수 2안타 1타점으로 맹타를 휘두르는 등 빛고을서 불방망이를 과시했다. 구김살 없이 자랐을 것 같은 외모와 달리 오재원은 근성을 갖춘 유망주다. 분당 야탑고 시절에는 13명의 '초소형' 선수단을 진두지휘했던 주축 선수로 2002년 8월 봉황대기서 야탑고의 8강을 이끄는 동시에 타격상(15타수 9안타)과 도루상(4개)을 석권하며 기대를 모았다. 당시 오재원은 중앙고와의 8강전서 우중월 선제 스리런을 작렬하며 모교의 4강행을 이끄는 듯 했다. 그러나 현재 팀 동료로 한솥밥을 먹고 있는 중앙고 2년생 김재호(23)의 9회말 끝내기 안타로 4강행이 좌절되자 오재원은 그라운드에 주저 앉아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6년 전 울분이 섞인 눈물을 흘렸던 야탑고 주장 오재원은 올시즌 61경기에 출장해 2할3푼7리 10타점 13도루(23일 현재)를 기록 중인 어엿한 프로야구 선수로 야구 인생을 걸어가고 있다. 22일 경기 전 훈련을 마치고 덕아웃에 들어선 오재원은 이틀간 6타수 3안타 4타점을 쏟아부은 데 대해 묻자 "그동안 야구를 잘 못했으니까 이제는 잘 해야죠"라며 해사한 웃음을 보여주었다. 뒤이어 그는 컨디션을 끌어 올리고 유지하는 데 대한 자기만의 방법을 밝혔다. "후보로 밀려난 다음에는 몸의 밸런스가 좋았을 때를 기억하면서 좋은 컨디션을 유지하고자 합니다. 선발 라인업에 나설 때는 그래도 경기 감각이 있기 때문에 컨디션은 유지할 수 있거든요. 그런데 경기 후반 교체 출장할 때는 한 번의 기회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야하기 때문에 조금 어렵습니다" 20일 경기서 10-1의 대승을 이끈 3타점 우중간 2루타가 궁금했다. 더욱이 1경기 3타점은 프로 데뷔 이후 자신의 최다 타점 기록이다. 3타점 만이 아니라 배팅 파워도 조금 더 향상된 것 같다는 질문에 그는 이렇게 답했다. "3타점은 당연히 기분 좋습니다. 요새는 방망이를 손에 맞게 바꾸고 타격 폼도 수정하면서 타격 시 스탠스까지 수정하는 등 제 스스로도 변화를 꾀하고 있어요. 그동안 잘 못한다고 코칭스태프에 많이 혼났기 때문에 스스로 바뀌지 않으면 안됩니다" 오재원은 내야 전 포지션을 모두 소화할 수 있는 '다목적 내야수'다. 올시즌 무승부 제도 폐지 등으로 인해 '다목적' 야수의 필요성이 커지면서 효용가치도 부쩍 높아졌으나 정작 수비 위치를 이리저리 이동하는 선수 입장에서는 여간 고역이 아닐 것이다. 가장 편한 포지션이 어디인지에 대해 묻자 아마추어 시절 유격수로 주로 뛰었던 오재원은 의외의 답변을 내놓았다. "1루수가 가장 좋은 것 같아요. 처음에는 되게 힘들고 부담감도 컸는 데 생각해보면 그냥 제 쪽으로 날아오는 송구를 잡아서 타자 주자를 아웃시키면 되니 부담이 덜합니다"라고 의연한 모습을 보였으나 "근데 지난 4월 쯤에 다리 찢기로 1루 송구 잡아낸 건 좀 힘들었어요. 꽤 시간이 지났는 데도 아직도 아픕니다"라며 왼쪽 허벅지를 부여잡고 혀를 내둘렀다. 오재원에게도 신경식(현 두산 원정기록원)을 연상케하는 '학다리 수비'는 꽤 어려웠던 모양이다. 올시즌 각오를 묻자 오재원은 "팀이 우승하는 데 보탬이 되고 싶습니다"라며 평범한 답변을 하는 듯 하다가 적절한 비유를 들어 자신의 올시즌 희망을 이야기했다. "어떤 양념도 되지 않은 설렁탕은 맛있다고 보기 힘들잖습니까. 소금이나 후추, 고춧가루 같은 조미료가 들어가야 맛있는 요리가 되는 거죠. 저도 설렁탕에 들어가는 소금 같은 존재가 되어서 팬들에 맛있는 요리와 같은 야구를 선사하고 싶습니다" chul@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