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 드라마, 시청자 짜증 먹고 쑥쑥 큰다
OSEN 기자
발행 2008.06.23 07: 57

뻔한 사랑과 이혼 타령에 반복되는 불륜과 용서, 그리고 잦은 말장난으로 시청자의 짜증을 유발하는 게 바로 안방극장 드라마의 질긴 생명줄이다. 그러나 욕을 하면서도 채널을 돌리지 못하는 그 중독성이 바로 대한민국을 드라마 왕국으로 만들고 있다. 지난 주 전국 시청률 순위의 1~6위는 드라마가 휩쓸었다. 참신한 기획과 새로운 소재로 시청자 눈길을 사로잡은 작품도 눈에 띄지만 상당수는 한국형 '짜증 유발 드라마'의 구태를 답습하고 있다. 수백억원 제작비를 들이고도 실패를 걱정해야 되는 대작 드라마와 달리, 인기 작가를 섭외해 몇몇 스타 중심으로 끌고나가는 짜증 드라마야말로 방송국 입장에서는 투자 대비 효과 만점의 효자 상품이다. 인터넷 상의 시청자 의견 등을 살펴보면 그 인기 만큼이나 원성이 자자한 SBS '조강지처클럽'과 KBS 1TV '너는 내운명', KBS 2TV '엄마가 뿔났다' 등은 여전히 시청률 1, 3, 4위를 장식했다. 대한민국이 지금 드라마에 꽂혀 있다는 사실을 방증하는 대목이다. 드라마에 대한 시청자 반응이 뜨겁다 보니 각 지상파 TV의 편성 전쟁도 갈수록 치열해지는 중이다. 하루종일 어느 채널을 돌리건 갖가지 종류의 드라마가 방영된다. 아침부터 밤까지, 평일과 주말을 가리지 않는다. 웬만하면 기본 시청률이 보장되고, 잘만하면 대박 시청률이 터진다는 로또 심리가 방송국 간부들이 드라마 편성을 고집하는 이유다. 요즘은 한동안 강세였던 대형 사극들이 서서히 뒤로 빠지면서 현대 가정극들이 주류로 급부상했다. 여기에 50대 이상 여성들이 주로 본다던 일일극과 아침 드라마에도 젊은이들이 몰리기 시작하면서 시청률 판도가 다시 짜이고 있다. AGB닐슨이 발표한 지난주 '시청률 톱 50'에서 1위는 '조강지처클럽'으로 31.7%를 기록했다. 종반부에 들어서면서 상승세가 가파르다. 시청자 욕을 달고 다녔다는 '아현동 마님'만큼이나 안티 팬이 많지만 시청률에서는 얘기가 달라진다. 2위는 종영한 MBC 사극 '이산'으로 27.4%, 3위 일일연속극 '너는 내운명' 26%로 이어졌다. 김수현의 '엄마가 뿔났다'는 한 계단 내려앉아 25.5%%로 4위, SBS 주말극장 '행복합니다'가 23.1%로 5위, SBS 퓨전 사극 '일지매'가 22.15%로 6위에 오르며 상승세를 타고 있다. 아침드라마의 강세 현상도 이어지는 중이다. SBS '물병자리'가 17%로 9위, MBC '흔들리지마'는 13.6%로 16위를 달리고 있다. 한국 시청자들은 천성적으로 이야기 구조를 좋아하고 극적 긴장감을 즐기는 편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1970년대 TV의 본격적인 도입 이후, 늘 안방극장의 정중앙에는 드라마가 자리를 잡고 있는 게 대한민국의 현실. 일일드라마의 악역이 '죽일 놈' 소리를 들으면서도 대표적인 인기 스타로 떠올랐던 옛날처럼, 이제는 '볼수록 짜증만 난다'며 원성 속 에 사는 드라마가 시청률 톱을 기록하는 요지경 세상이다. mcgwire@osen.co.kr .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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