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진의 삼재(三災)…팔꿈치·제구력·과체중
OSEN 기자
발행 2008.06.23 08: 02

[OSEN=이상학 객원기자] 한화 ‘괴물 에이스’ 류현진(21)이 삼재에 흔들리고 있다. 류현진은 22일 목동 우리 히어로즈전에 선발등판했지만 3⅓이닝 8피안타 2볼넷 2탈삼진 6실점으로 조기강판되며 선발패했다. 류현진이 5회 이전 조기강판된 것은 데뷔 후 세 번째로 1년에 한 번씩 있는 연례행사 같은 일이지만 올 시즌은 그 사안이 다르다. 팔꿈치 통증을 이유로 데뷔 후 처음으로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되기도 한 류현진은 올 시즌 14경기에서 6승5패 방어율 4.34를 기록하고 있다. 예년 이맘때 성적은 특급이었다. 2006년에는 14경기에서 10승1패 방어율 2.34, 지난해에는 14경기에서 8승4패 방어율 2.76을 기록 중이었다. 올해는 분명 하락세다. 류현진을 둘러싼 삼재(三災) 때문이다. ① 팔꿈치 올 시즌 류현진의 가장 큰 문제는 구위의 하락으로 지적된다. 류현진은 데뷔 첫 해였던 2006년 파워피칭의 진수를 보여주었고, 2년차가 된 지난해에는 맞혀잡기에 눈을 떴지만 8~9월에는 최고 구속 154km를 기록하며 괴물의 파워피칭 재림을 알렸다. 그러나 올 시즌에는 좀처럼 구위가 살아나지 못하고 있다. 1군 엔트리에서 말소된 후 복귀 두 번째 경기였던 지난 17일 대전 롯데전에서 올 시즌 최고 150km를 찍으며 구위가 살아나는 모습이었지만, 22일 목동 우리전에서는 최고 146km를 기록하는데 그쳤다. 4일만 휴식을 취한 후 등판한 결과라는 것을 감안해야 하지만, 예전 류현진은 이런 것에도 아랑곳하지 않는 그야말로 괴물 같은 투수였었다. 온전치 못한 팔꿈치는 전력투구를 방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지난달 삼성 선동렬 감독은 류현진의 피칭에 대해 “공을 제대로 채지 못하고 억지로 밀어던지는 것 같다”고 지적했는데 맞는 말이었다. 팔꿈치 통증으로 전력투구를 하지 못했고 결국 일주일이 지난 뒤에야 1군 엔트리에서 말소됐다. 류현진 본인은 “팔꿈치 괜찮다”고 말하고 있다. 실제로 롯데전에서는 145km대 직구를 18개나 뿌려대며 정상 컨디션을 회복하는가 싶었다. 김인식 감독도 “구위 자체는 나쁘지 않았다. 다만 공이 높았을 뿐”이라며 후한 평가를 내렸다. 류현진의 공을 가장 많이 받은 포수 신경현도 이날 경기 전까지는 “한창 좋을 때와 비교하면 차이가 많다”고 말했지만 이날 경기 후에는 “확실히 구위가 살아난 느낌이었다. 그래서 직구 위주로 볼 배합을 가져갔다”고 설명했다. 자신감이 생겼는지 류현진은 4일 휴식 후 등판을 고집, 히어로즈전에 선발등판했다. 그러나 결과가 좋지 못했다. 선수의 몸 상태는 선수 본인이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법이다. 프로야구 사상 첫 20년차이자 만 42살 ‘최고령 선수’ 송진우는 “얼마나 자신의 상태에 대해 잘 알고 있느냐가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고 조언했다. ② 제구력 히어로즈전에서 류현진은 좀처럼 초구 스트라이크를 잡지 못했다. 20명 타자를 상대해 초구 스트라이크 6개에 그쳤고, 이 가운데 4개는 타자가 초구부터 타격한 것이었다. 실질적인 초구 스트라이크는 단 2개뿐. 김인식 감독도 “투수가 초구 스트라이크를 잡아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다. 반드시 고쳐야 할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이날 류현진의 총 투구수는 77개였는데 이 중 34개가 볼이었다. 류현진은 히어로즈 타자들에게 안타를 무려 8개나 맞았는데 결정적으로 제구가 안 돼 노림수에 걸려들었다. 볼넷은 2개였지만 체감 볼넷은 그 이상이었다. 특히 직구 제구가 되지 않은 것이 두드러진 문제점이었다. 체인지업·커브 같은 변화구는 어느 정도 제구가 됐지만, 전력으로 뿌리는 직구에서는 제구가 들쭉날쭉했다. 이날 류현진은 총 47개의 직구를 던졌는데 이 중 23개가 볼이었다. 파울이나 타격을 제외한 스트라이크존을 통과한 직구는 겨우 6개 밖에 되지 않았다. 볼 카운트 싸움에서 밀리다 보니 스트라이크를 잡기 위해 던진 직구가 히어로즈 타자들에게 집중적으로 공략당했다. 구위도 문제였지만 전반적으로 제구가 잡히지 않아 어려움을 겪었다. 롯데전에서도 류현진은 제구가 문제였다. 이날은 구심의 스트라이크존이 협소했지만 히어로즈전은 달랐다. 사실 류현진은 구위만큼 제구력이 뛰어난 투수였다. 지난해 포스트시즌에서도 구위보다는 철저히 낮게 또는 코너워크되는 제구로 승부하며 삼성 선동렬 감독으로부터 찬사를 받았다. 당시 선 감독은 류현진에 대해 “구위보다도 제구가 좋다는 점이 더욱 대단하다”고 말했었다. 실제로 데뷔 첫 해였던 2006년 류현진의 9이닝당 볼넷은 2.32개로 최정상급 수준이었으며 지난해에도 2.90개로 소폭 상승했지만 그래도 특급이었다. 그러나 올 시즌에는 9이닝당 볼넷이 무려 4.23개로 급상승하고 말았다. 류현진의 아버지 류재천씨는 아들의 볼넷을 홈런보다 싫어한다고 했다. 올 시즌 류현진은 마운드에서 본의 아니게 불효 아닌 불효를 저지르고 있다. ③ 체중 올 시즌 류현진을 두고 떠오르는 또 하나의 화두는 체중이다. 류현진의 체중은 눈대중으로도 매년 불어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물론 메이저리그에서도 C.C 사바시아(클리블랜드) 같은 과체중 투수들이 잘 던지고 있다. 중요한 건 류현진의 체중이 갑자기 불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김인식 감독도 시범경기부터 시즌 개막전까지 류현진의 부진이 이어지자 “아무래도 체중에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닌가 싶다. 체중을 줄여야 한다. 체중이 많이 오버됐다”고 지적한 바 있다. 당시에만 하더라도 김 감독의 지적은 군기빠진 류현진을 자극시키기 위한 일침으로 보였으나 이제는 꽤 설득력있게 들려오고 있다. 류현진이 올 시즌 제구를 잡지 못하고 있는 것은 과체중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한 해설가는 “야구는 뚱뚱해도 잘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스포츠다. 문제는 선수 스스로가 체중을 이겨낼 수 있느냐 여부”라며 “타자는 몸이 불면 유연성을 떨어질 수 있지만 이를 이겨낸다면 문제없다. 하지만 투수는 민감하고 예민한 포지션이다. 갑작스럽게 체중이 불면, 투구 밸런스가 흔들릴 수 있다. (류)현진이는 살이 많이 졌다. 갑자기 변화가 오면 문제가 있다. 체중감량이 필요할지 모른다”고 말했다. 류현진 본인도 이제는 조금씩 체중감량에 대한 필요성을 느끼고 있다. 체중관리는 결코 남이 해준다고해서 되는 것이 아니다. 선수 본인이 알아서 해야 하는 것이다. 류현진은 더 이상 어린이가 아니다. 물론 ‘관리’라는 범위를 넓히면 코칭스태프의 역할도 크다. 지난 2년간 류현진은 쉼없이 앞만 보고 전진했다. 고교 시절 팔꿈치 인대접합수술 경력이 있는 선수라는 점을 감안하면, 조금 더 세심한 관리가 필요할지도 모른다. 코칭스태프의 역할은 성적을 내는 것과 선수들의 기량을 발전시키는 것뿐만 아니라 선수를 얼마나 잘 보호하느냐도 매우 중요하기 때문이다. .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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