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이상학 객원기자] 페넌트레이스 반환점을 돈 2008 프로야구 순위싸움의 희비가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다. “토토 맞추기가 더 어려워졌다”는 한화 김인식 감독의 말대로 연승과 연패가 잦아지면서 무리수를 두는 경우도 많아지고 있다. 보통 무리수를 두는 경우 감독들은 믿을 수 있는 확실한 투수들을 무조건적으로 중용한다. 매년 각 팀에는 이렇게 무리하는 투수들이 나올 수밖에 없다. 극단적인 마운드 운용도 필연적이다. 연승과 연패가 잦아 코너로 몰리는 경우가 빈번해진 올 시즌도 결코 예외는 아니다. 최악의 6월을 보내고 있는 삼성은 지난주 가장 무리수를 둔 팀이었다. 붙박이 선발이었던 윤성환을 불펜으로 다시 돌리고 배영수를 사흘 간격으로 2차례나 선발등판시켰다. 결과는 좋지 않았다. 윤성환은 불펜으로 전환한 후 3경기에서 방어율 20.25로 형편없이 무너졌다. 또 하나의 불펜 핵심이었던 정현욱도 지난 19일 목동 우리 히어로즈전에서 5이닝 81구를 던진 후 하루를 쉬고 2경기 연속 구원등판한 21~22일 문학 SK전에서 방어율 21.60으로 무너졌다. 권오준·권혁·안지만 등 핵심불펜들이 모두 부상으로 빠진 것을 감안해도 큰 무리수였고, 결국 5연패라는 결과물로 나타났다. 선동렬 감독답지 않은 마운드 운용이라는 의문점도 남았다. 지난주 1패 이후 4연승을 내달린 두산은 무리수를 둔 결과가 좋게 나온 케이스다. 다니엘 리오스가 빠져나간 공백을 메우지 못한 두산은 불펜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 두산이 선발진 붕괴에도 불구하고 시즌 2위로 승승장구하고 있는 건 불펜의 힘이 절대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그 중심에 바로 이재우가 있다. 이재우는 올 시즌 38경기에서 49이닝을 소화하며 6승1세이브10홀드 방어율 0.73 WHIP 0.90 피안타율 1할5푼8리라는 특급성적을 내고 있다. 지난 20~22일 KIA와의 광주 주말 3연전 모두 구원등판할 정도로 과하게 중용된다. 이재우는 이 3경기에서도 3일 연속으로 구원등판해 4⅔이닝 동안 74구를 뿌리며 1승1홀드 방어율 제로로 호투했다. 한화도 ‘괴물 에이스’ 류현진을 무리하게 기용하다 낭패를 봤다. 류현진은 지난 17일 대전 롯데전에서 6이닝 동안 총 투구수 107개를 던졌다. 당초 예정대로라면 이번주 KIA와의 청주경기 첫 머리에 선발등판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류현진의 요청에 따라 22일 목동 우리 히어로즈전에 선발등판했다. 그러나 4일만 휴식을 취하고 등판한 류현진은 3⅓이닝 6실점으로 올 시즌 처음 5회도 채우지 못하며 조기강판됐다. 올 시즌 한화 코칭스태프는 류현진에게 투구수 100개와 함께 5일 휴식 후 선발등판을 지켜줄 예정이었다. 지난달 11일 대전 LG전 이후 이날 경기가 두 번째 4일 휴식 후 등판이었는데 두 번 모두 결과가 좋지 않았다. 무리수가 갖는 한계였다. 반면 롯데는 무리수를 두지 않았던 것이 오히려 좋은 결과로 이어지는 호재를 누렸다. 철저하게 5인 선발 로테이션을 지키고 있는 제리 로이스터 감독은 송승준이 피로를 호소하자 선발 로테이션에서 한 번 빼는 대신 2군 에이스였던 조정훈에게 선발 기회를 주는 여유를 보였다. 조정훈은 1군 등록 당일이었던 지난 22일 잠실 LG전에서 데뷔 첫 선발승을 탈삼진 8개 포함한 완봉승으로 장식하는 완벽한 피칭으로 예상치 못한 1승을 팀에 선사했고 롯데는 3연승 포함 최근 10경기 7승3패로 상승세에 탄력을 붙일 수 있게 됐다. 조정훈이라는 신성을 발견한 것도 롯데에게는 당장의 1승만큼 큰 수확. 무리수를 두지 않고, 급할수록 돌아간 것이 낳은 행운 아닌 행운이었다. .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