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파 방송의 일요일 저녁 예능이 절묘한 ‘피해가기’ 편성을 하고 있다. 방송사 처지에서는 시청자를 배려한 편성이라는 이유를 댈 수 있겠고 시청자가 보기에는 시청률 확보를 위한 ‘맞수 피하기’로 해석될 여지가 많다. 지상파 방송의 일요일 저녁 예능은 KBS 2TV의 ‘해피 선데이’, MBC TV의 ‘일요일일요일 밤에’, SBS TV의 ‘일요일이 좋다’가 피 말리는 경쟁을 펼치고 있다. 그리고 각 프로그램은 대표선수들을 하나씩 데리고 있는데 ‘그’를 위한 배려가 매우 특별하다. 먼저 기선을 제압하는 쪽은 MBC다. ‘일밤’의 인기 코너 ‘우리 결혼했어요’를 전면에 내세워 ‘일밤’ 1부 시간 모두를 할애한다. 많은 고심의 흔적이 엿보이는 편성이다. 오후 5시 20분 전후에 시작해 7시 50분 전후에 막을 내리는 일요 저녁 예능 프로그램에 ‘대표선수’를 맨 앞에 내세운다는 것은 일종의 변칙이다. 워낙 방송 시간이 길다 보니 같은 프로그램 내에서도 저녁에 가까운 시간대에 자리잡는 게 시청자 확보에 유리하다. 대개는 대표선수를 마지막에 배치해 하이라이트 효과를 노리는 게 보편적이다. 결국 ‘우리 결혼했어요’의 ‘일밤’ 1부 편성은 KBS 2TV의 ‘1박 2일’을 피하기 위한 방편으로 해석될 수 있다. SBS TV의 ‘일요일이 좋다’ 중 ‘패밀리가 떴다’가 세 코너의 맨 마지막에 배치된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지난 15일 ‘패밀리가 떴다’가 첫 선을 보일 때는 ‘사돈 처음 뵙겠습니다’가 결방됐다. 22일 방송에서 비로소 세 코너의 방송 순서가 정해졌는데 예상대로 ‘패밀리가 떴다’가 ‘사돈’ 뒤에 편성됐다. ‘패밀리가 떴다’가 나오기 전 방송 순서는 ‘사돈 처음 뵙겠습니다’가 맨 마지막이었다. 결국 ‘일요일이 좋다’의 대표선수가 ‘패밀리가 떴다’라고 판단했고 ‘1박 2일’ 피하기를 먼저 고심했던 결과다. ‘1박 2일’을 중심으로 두 방송사의 치열한 ‘눈치 편성’ 덕(?)에 시청자들은 ‘우리 결혼했어요’→‘1박 2일’→‘패밀리가 떴다’ 순으로 채널을 돌리며 3개 방송사의 대표 예능 코너를 모두 다 즐길 수 있게 됐다. 배려인지 꼼수인지는 각자가 판단할 일이다. AGB닐슨미디어리서치 집계 결과 ‘해피 선데이’는 16.4%, ‘일요일 일요일 밤에’ 1, 2부는 14.5%와 8.3%, ‘일요일이 좋다’는 8.2%를 각각 기록했다. 100c@osen.co.kr 일요 저녁 예능의 대표 코너들. 위에서부터 ‘우리 결혼했어요’ ‘1박 2일’ ‘패밀리가 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