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탬파, 김형태 특파원] '잘 만났다 시애틀'. 시즌 2승에 재도전하는 백차승(28.샌디에이고)이 외나무 다리에서 친정팀과 만난다. 오랜 기간 한솥밥을 먹었지만 자신을 내친 시애틀 매리너스를 상대로 진면목을 보여줄 수 있는 기회다. 백차승은 오는 28일(이하 한국시간)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 펫코파크에서 열리는 시애틀과의 홈경기에 선발 등판한다. 내셔널리그 소속인 샌디에이고는 아메리칸리그에 포함된 시애틀과 만날 기회가 별로 없지만 이번 주말 인터리그 경기가 계속되면서 두 서부지구 팀간 대결이 성사됐다. 얄궂은 운명의 장난인지 백차승은 이번 주말 시즌 6번째 등판이 예정됐고, 그 상대가 다름 아닌 시애틀로 결정된 것. 부산고 3학년 재학 당시인 98년 9월 26일 백차승은 '한국 최고 유망주'라는 찬사 속에 시애틀 유니폼을 입었다. 그러나 청운의 꿈을 안고 합류한 시애틀은 '고난의 땅'이었다. 마이너리그 수련 도중 팔꿈치 수술과 기나긴 재활을 경험했고, 입단 6년 만인 2004년 꿈에 그리던 메이저리그에 데뷔했지만 이듬해 방출대기라는 충격적인 조치를 당했다. 어쩔 수 없이 타코마(시애틀 산하 트리플A)와 마이너리그 계약하면서 재기 의지를 다진 백차승은 2006년 시즌 후반 다시 빅리그에 올라선 뒤 지난해 14경기(선발 12경기) 4승3패 방어율 5.15로 가능성을 보였다. 시즌 후반 부상자명단(DL)에 등재됐지만 선발 투수로서 가능성을 보여준 한 해였다. 그러나 시애틀은 올 시즌 백차승을 선발이 아닌 롱릴리프로 기용했다. 그리고는 개막 후 2달 만에 2번째 방출대기 조치를 발표하면서 이별을 통보했다. 다행히 그를 눈여겨보던 샌디에이고가 트레이드로 영입하면서 백차승은 남부 캘리포니아에서 제2의 야구인생을 써나가고 있다. 책 한 권을 써도 모자랄 사연을 담은 시애틀 생활을 마감했지만 구단을 떠난 지 불과 한 달여 만에 그들을 다시 보게 됐다. 다른 유니폼을 입은 '적'으로서 그들을 상대하게 된 것이다. 시애틀에는 호세 로페스, 유니에스키 베난코트 등 타코마 시절부터 백차승과 친하게 지낸 동료들이 다수 있다. 알게 모르게 백차승의 어려움을 이해해줬던 스즈키 이치로도 건재하다. 그러나 백차승을 좀처럼 믿지 않았던 빌 바바시 단장은 없다. 구단이 성적 부진의 책임을 물음에 따라 해임돼 이제는 야인 신분으로 전락했다. 존 매크라렌 감독도 팀에 남아 있지 않다. 그 역시 짐을 싸면서 시애틀과의 인연이 끝난 상태다. 의미가 적지 않은 경기인 만큼 백차승으로선 남다른 각오가 필요하다. 자신을 내친 구단인 만큼 그들의 결정이 잘못됐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 다행히 백차승은 샌디에이고 합류후 상대적으로 순항하고 있다. 지난 22일 디트로이트전에선 7회 고비를 넘지 못했지만 6회까지 괜찮은 공을 던졌다. 선발투수로서 매 경기 6∼7이닝을 소화하며 능력을 보여주고 있다. 시애틀에서는 역시 부동의 선두타자 이치로가 경계대상이다. 시즌 타율 2할8푼8리로 예전과 다른 그이지만 벌써 도루를 32개나 성공해 내보내면 큰 부담이 된다. 이치로는 도루 실패가 2개 밖에 없을 정도로 주루플레이가 뛰어나 무조건 그의 출루를 봉쇄해야 한다. 타율은 2할4푼으로 낮지만 14홈런을 쳐낸 아드리안 벨트레의 장타력도 경계대상이다. 찬스에서 뛰어난 라울 이바네스(0.279 8홈런 44타점)도 무시할 수 없는 상대다. 백차승은 6월 선발로 나선 4경기에서 승리 없이 2패만을 기록했다. 잘 던지면 타선 지원이 없었고, 타자들이 점수를 올리면 투구 내용이 좋지 못했다. 오랫 동안 몸담은 친정팀을 상대하게 된 백차승이 쾌투와 함께 시즌 2번째 승리의 결실을 맺을 수 있을지 궁금하다. 상대 선발은 좌완 재로드 워시번(2승7패 5.52)이다. workhorse@osen.co.kr .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