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자루의 좋은 검을 얻기 위해서는 쉼없는 담금질과 메질의 과정이 필요하다. 힘은 들지만 정성스레 공을 들이는 과정을 되풀이해야 무쇠를 단련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바로 명검의 탄생과정이다.
지난 23일 서울 용산 e스포츠 상설경기장서 열린 '신한은행 프로리그 2008' 11주차 위메이드와 CJ의 경기.
위메이드가 1-2로 뒤진 상황서 최연소 프로게이머 전태양(14)이 위메이드의 4번째 선수로 등장했다. 포스트시즌 진출의 기로에 선 상황서 전태양의 출전은 의외였지만 위메이드 김양중(30) 감독은 그 동안 담금질하던 그를 전격적으로 출전시켰다. 상대 조병세는 CJ 차세대 테란 기대주로 시즌 11패의 성적 탓에 포스트시즌 진출이 힘들어진 상황서 기용됐지만 2008시즌 양대 리그 예선을 모두 통과했던 실력파.
전태양은 경기 초반 가장 나이 어린 선수라고 보기 힘들게 빠르고 지능적인 기습공격으로 상대 조병세를 놀래키더니, 중후반 불리한 상황서도 빠르고 결단력있는 경기력으로 다시 한 번 조병세를 위협했다. 상대가 생각지도 못했던 공간을 이용하고, 예측하지 못했던 길을 공격해 조병세를 허물어버렸다.
전태양의 파이팅 넘치는 경기력은 늘어지고 단조로워서 재미없다는 테란 대 테란전을, 무려 40분 39초 동안이나 경기장에 모여있는 팬들과 케이블TV 및 온라인을 통해 지켜본 팬들로 하여금 열광케 했다. 경기가 끝나고 전태양은 주요 포털 사이트 인기 검색어 상위권을 한동안 차지할 정도였다.
물론 여러 차례 판단실수로 경기를 그르치며 팀 패배의 원인을 제공했지만 15살 어린 소년의 가능성을 보여준 한 판이었다.
스타크래프트의 특성상 동족전은 한 번 상황이 기울면 뒤집기가 정말 힘들다. 특히 자리싸움이 중요한 테란전의 특성상 역전은 불가능하다는 게 기정 사실이다. 그러나 15살의 어린 소년은 불리한 상황서 이기는 방법을 알고 있었다. 조병세가 예상하지 못한 방향과 방법으로 역전에 역전을 거듭하는 명경기를 만들어냈다.
경기를 지켜본 김정민 온게임넷 해설 위원은 "경기 수준으로 최고점을 주기는 힘들지만 오늘 경기서는 최고의 명승부였다. 정말 박진감 넘치는 한 판 승부였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김양중 감독은 "전태양 선수가 장차 팀의 주축선수로 성장하길 바란다. 패배가 아쉽지만 좋은 공부가 됐을 것"이라고 격려했다.
이윤열 박성균 한동욱 등 쟁쟁한 우승자 출신 선수들이 포진한 위메이드에 전태양 또한 발동이 걸린다면 앞으로 위메이드 테란 라인은 명실상부한 최강 테란으로 탄생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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