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상과 경고 속에서 단 14명밖에 뛸 수 없었던 터키에게 더 이상의 드라마는 허용되지 않았다. 터키는 26일(이하 한국시간) 새벽 스위스 바젤에서 열린 독일과의 유로2008 4강전에서 종료 직전 필립 람에게 결승골을 내주며 2-3으로 패했다. 이날 경기서 터키는 후반 들어 미로슬라프 클로제에게 역전골을 내주자마자 다시 세미 센투르크가 동점골을 터트리며 또 한 번의 드라마를 연출할 것이라는 기대를 모았었다. 이는 그동안 터키가 후반에 극적인 골을 뽑아내며 세 차례 드라마틱한 작품을 만들어낸 역사때문이었다. 후반 추가시간에 역전골을 뽑아냈던 스위스전, 후반 30분에 두 골을 뒤진 상황에서 세 골을 퍼부어 8강 진출을 결정지은 체코전, 종료 7초 전 터진 극적인 동점골로 승부차기에서 승부를 뒤집은 크로아티아전 등을 이끌어낸 터키가 이번에는 '14인의 기적'을 일으킬 것이란 기대는 그만큼 높았다. 그러나 14인의 기적이라고 말할 만큼 터키는 경기 내내 쉽지 않은 싸움을 벌여야 했다. 주축 공격수 아르다 투란과 툰차이 산리, 엠레 아시크 그리고 주전 골키퍼 볼칸 데미렐이 경고 누적 및 퇴장으로 경기에 나서지 못했고, 체코전에서 동점골과 역전골을 일궈냈던 니하트 카베치가 부상을 당해 터키로 돌아갔지만 파티프 테림 터키 감독은 그의 이름을 출전명단에 올린 채 독일과 싸워야 했다. 하지만 경기 내용만큼은 독일에 밀리지 않았다. 다소 수비적인 전술로 독일의 공세에 맞섰던 터키는 이날 위구르 보랄의 선제골로 앞서갔다. 비록 바스티안 슈바인슈타이거의 동점골과 클로제의 역전골로 뒤집혔지만, 지난 크로아티아전에서 극적인 동점골을 터트렸던 세미 센투르크가 다시 동점골을 만들어내는 등 '역전의 명수'다운 모습도 여전했다. 하지만 여기까지가 터키의 한계였다. 추가시간의 강자였던 터키는 이날 종료 직전 토마스 히플스페르거의 도움을 받은 람에 결승골을 내주고 말았다. 여러 차례 터키의 승리를 지켰던 수문장 레츠베르 골키퍼의 혼신을 다한 몸짓도 소용없었다. 그렇게 투르크 돌풍을 일으켰던 터키의 유로2008이 마감됐다.(유럽선수권은 3, 4위전 없이 공동 3위로 기록된다) 그러나 이것으로 실망할 이유는 없다. 테림 감독이 "우리는 하나의 팀으로 모두 열심히 노력했고, 우리 스스로를 믿었다"고 말한 것처럼 이들은 지난 2002 한일 월드컵 4강에 버금가는 성과를 또 한 번 이뤘기 때문이다. 당시 터키 대표팀을 이끌었던 세뇰 귀네슈 서울 감독 또한 터키의 돌풍에 "독일전 결과에 상관없이 터키가 기대 이상의 성과를 이룬 것은 분명하다"고 했다. stylelomo@osen.co.kr .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