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가에 내려진 ‘촛불 집회’ 금언령
OSEN 기자
발행 2008.06.27 11: 06

개그우먼 정선희가 ‘촛불시위’ 발언으로 자신이 진행하던 프로그램에서 하차하거나 진행을 임시 중단했다. KBS 황정민 아나운서는 2FM ‘FM 대행진’ 진행 중 민감한 발언으로 네티즌들의 거센 항의를 받고 있다. 옹호 여론도 만만치 않지만 두 사람 모두 '촛불시위' 관련 발언으로 심한 후유증을 앓는 건 분명하다. 이에 따라 어떤 식으로건 간에 '촛불’과 관련되서는 언급 자체를 회피하는 등 요즘 방송가 사람들이 철저하게 몸을 사리고 있다. 정선희는 지난 5월 22일 자신이 진행하는 MBC FM 4U ‘정오의 희망곡’에서 자전거를 도둑 맞았다는 사연을 소개하던 중 “광우병이다 뭐다 애국심을 불태우며 촛불집회를 하지만 환경을 오염시키고 맨홀 뚜껑 훔쳐가는 것도 양심의 가책을 느껴야 하는 범죄다. 큰 일이 있으면 같이 흥분하는 사람들 중에 이런 사람이 없으리라고 누가 압니까”라는 발언을 했다. 정선희는 쏟아지는 네티즌의 비난에 침묵하다 2주 지난 6월 6일에서야 라디오를 통해 눈물로 사과했다. “비난할 의도가 없었다. 본의가 아니기 때문에 시간이 지나면 오해가 풀릴 것이라 생각했다”며 침묵했던 이유를 밝혔다. 하지만 MBC ‘불만제로’ ‘찾아라 맛있는 TV’에서 하차했으며 ‘이재용 정선희의 기분 좋은 날’, 라디오 ‘정오의 희망곡’ 진행을 임시 중단하는 등 엄청난 여파를 몰고 왔다. 황정민 아나운서는 26일 KBS 2FM ‘황정민의 FM 대행진’에서 “경찰의 물대포야 뭐 기대한 게 없어서 그런지 몰라도, 시위대 과격해진 모습은 많이 실망스러웠다”고 해 비난 받자 매끄럽지 못한 표현이었음을 시인하며 사과했다. 문제는 일련의 사건들을 말실수로 치부하기엔 너무 민감한 사회 현안이라는 점이다. 온 국민의 이목이 집중돼 있기 때문에 말 한마디 한마디가 큰 파장을 불러 일으킨다. 정선희와 황정민 역시 ‘신중하지 못한 점’을 가장 많이 질타 받았다. 또 이들의 발언이 확대해석 된다. 이번 황정민 아나운서의 발언은 촛불 집회 진행 양상에 관한 발언이었지만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찬성하는 발언이다” “촛불 집회를 반대하고 정부의 정책을 찬성하는 것이냐”는 글이 이어졌다. 정선희 역시 같은 오해를 받았다. ‘촛불집회’를 지지하고 찬성하는 연예인들의 발언 또한 도마에 오르는 건 마찬가지다. 김래원은 얼마 전 자신의 미니홈피에 미국산 쇠고기 수입에 대한 우려 글을 남겼다가 “드라마 ‘식객’ 홍보를 위한 게 아니냐”는 의혹을 샀다. 김래원 뿐만 아니라 많은 연예인들이 공식적으로 미국산 쇠고기 수입 금지와 촛불 집회 지지 발언을 해 대중들에게 환호 받으면서도 진정성을 의심 받는다. ‘촛불 집회’에 대한 파장이 커지자 방송가 사람들 역시 어찌할 바를 모른 채 언급 자체를 회피하려는 게 현실이다. KBS 한 관계자는 “촛불 집회가 현재의 가장 중요한 이슈인 만큼 방송에서 아예 무시하고 모른 체 한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 하지만 말실수 할까 다들 말하길 꺼려한다”며 진퇴 양난에 빠졌음을 토로했다. MBC ‘명랑히어로’의 한 관계자 역시 이 점을 지적했다. ‘명랑히어로’는 시사토크쇼를 표방하지만 민감하거나 대중에 반하는 의견은 심도 있게 다루지 못한다. 관계자는 “워낙 민감하고 말 한마다가 오해를 살 수 있는 사안이 많아 출연자들이 부담스러워 하는 게 사실”이라고 털어놨다. ‘촛불집회’ 역시 출연자의 부담을 가중시키는 사안임을 인정했다. miru@osen.co.kr .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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