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주사위는 던져졌다. 하지만 적을 알면 백전불태. 지난 27일 저녁 말레이시아 콸라룸푸르의 아시아축구연맹(AFC) 본부에서 열린 2010 남아공월드컵 최종예선 조추첨에서 한국은 중동의 강호 이란, 사우디아라비아와 함께 북한, 아랍에미리트연합(UAE)과 B조에 속해 7회연속 월드컵 본선 출전에 '빨간불'이 켜졌다. 호주, 일본, 바레인, 우즈베키스탄, 카타르는 A조. 다섯 팀씩 2개 조로 나뉘어 홈 앤드 어웨이 방식으로 치러지는 이번 최종예선에서 각 조 2위까지 월드컵 본선에 진출하며 각 조 3위팀들은 플레이오프를 통해 한 팀을 추려 오세아니아지역 최종예선 1위 팀과 플레이오프를 거쳐 마지막 1팀을 결정한다. 허정무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최악의 조'에 속해있지만 조 2위 안에 드는 것이 우선 목표. 변수가 많은 중동 원정경기를 3경기나 치러야 하는 대표팀으로서는 철저한 상대팀 분석이 가장 먼저 요된다. 조추첨이 시작되기 전 축구관계자와 전문가들은 한 목소리로 "중동팀들보다 호주, 일본, 우즈베키스탄이 더 수월하다"는 이야기를 많이 했다. 이동 거리가 상대적으로 짧은 것은 물론이거니와 분석한 자료도 비교적 중동팀들보다 많기 때문이라고 그 이유를 지적했다. 그만큼 적을 알면 맞춤식 준비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북한의 경우 올 시즌 동아시아선수권대회를 비롯해 3차예선까지 세 차례나 맞붙어 충분한 분석이 끝난 상태지만 이란, 사우디아라비아, UAE에 대한 자료는 많지 않다. 이란의 경우 지난해 7월 22일 아시안컵 예선에서 1무 1패를 기록한 뒤 본선 8강에서 한국이 승부차기 끝에 이겼는데 이미 11개월 전이다. 사우디아라비아도 역시 지난해 7월 11일 아시안컵에서 마지막으로 붙었고 UAE와는 2006년 1월 18일 친선경기 이후 만나지 못했다. 당시 한국은 두바이에서 0-1로 패했다. 힘든 중동원정길은 이미 정해져 있었다. 최종예선에 진출한 10개 팀 중 6개 팀이 중동팀이기 때문에 호주와 다른 조가 되도록 시드 배정이 이뤄져 있던 한국으로서는 이 중 최소한 2개 팀과 같은 조가 될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중동팀이 하필이면 한국이 유독 상대 전적에서 약하고 악연이 있는 이란과 사우디아라비아라는 것이 문제가 된다. 또한 이들에 대해 잘 안다고 자부하지만 최근 붙어본 지 1년이 다 됐고 UAE는 2년 6개월 전 일이다. 기술위원회가 상대팀에 대한 많은 자료를 준비해 허정무호를 철저히 도와야 할 때가 온 것. 지난 26일 파주 NFC에서 열린 회의에서 9개 팀에 대한 분석을 마친 뒤 이영무 기술위원장은 "허정무 감독이 유로 2008 결승전을 참관하고 돌아오는 대로 기술위원회를 열어 더 철저히 상대팀 분석에 들어가겠다"고 밝힌 바 있어 7회 연속 월드컵 출전에 이들의 역할이 크게 다가오는 이유다. 7rhdwn@osen.co.kr 허정무 감독-이영무 기술위원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