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상으로 뛰지 못할 때 고민이 많았다. 내가 잘못해서 부상을 당했으니 어쩔 수 없었지만, 포기하지 않고 많은 것을 배운 시기였다. 이제부터 다시 시작이라고 생각한다. 대표팀에 연연하지 않고 내 모습을 되찾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 최근 부상에서 벗어나 그라운드에서 마음껏 자신의 기량을 과시했던 '어린 왕자' 구자철(19, 제주)이 지난 28일 포항 스틸러스와의 정규리그 12라운드가 끝난 후 남긴 말이다. 구자철은 포항을 상대로 5경기 연속 무패 행진에 일조하며 가능성과 숙제를 남겼다. 25일 수원전에서 막 1군에 복귀한 선수라고는 믿기 힘들 정도로 그는 90분 내내 활발한 움직임을 보였다. 이날 경기가 장대비 속에서 진행된 수중전이었다는 사실을 고려한다면 더욱 대단했다. 구자철은 허정무호 1기에 이름을 올리며 혜성같이 나타난 유망주. 알툴 베르날데스 제주 감독이 빠른 공수전환을 바탕으로 펼치는 아기자기한 축구의 핵이던 구자철의 부상은 한때 제주가 기대 이하의 성적을 보였던 이유다. 지난 4월 부산과 컵대회에서 오른쪽 발목 인대에 부상을 입은 구자철의 공백은 그렇게 치명적이었다. 그러나 6월 16일 전남과의 2군 경기에서 교체 투입되며 컨디션을 점검한 구자철은 어느새 자신의 기량을 회복해 팀의 상승세를 이끌고 있다. 넓은 시야에서 시작되는 자유로운 움직임으로 전방과 중원을 오간 구자철의 활약 속에서 제주는 부진했던 전반과 달리 후반 반격에 나설 수 있었다. 구자철은 “무거운 짐을 어깨에 진 기분이었다. 90분 내내 최선을 다해서 뛰면 내 몫을 다한다는 생각이었다”며 “팀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각오로 뛰었다"고 말했다. 물론 아쉬움이 없던 것은 아니었다. 어린 나이에 믿기 힘든 기술로 K리그의 대표적인 테크니션 중 한 명으로 꼽혔던 구자철은 이날 후반 26분 신광훈의 파울로 얻은 프리킥 찬스에서 무력한 슈팅으로 수비벽을 맞추며 아직 시간이 필요함을 드러냈다. 청소년대표팀에서 전담 키커로 활약할 정도로 날카로운 킥을 선보였던 구자철 답지 않은 모습이었다. 이날 제주가 세트피스에서 고전했던 이유였고, 구자철에게 남겨진 숙제였다. 그러나 알툴 감독은 구자철의 플레이에 경기를 치를수록 점점 좋아지고 있다며 앞으로를 기대해달라고 했다. 이날 프리킥 찬스에서 구자철에게 기회를 준 것 자체가 현재가 아닌 미래를 준비하는 시도였다는 뜻이었다. 알툴 감독은 구자철이 부상을 극복하고 다시 한 번 가능성을 폭발시키기를 바라고 있다. 그리고 구자철의 성장은 곧 한국 축구의 성장이기에 팬들은 그의 활약에 주목하고 있다. stylelomo@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