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에 있는 번호와 이름보다 가슴에 있는 팀 엠블럼이 더 중요하다'. 영화 '골' 에서 감독이 패스를 하지 않고 개인기를 부리는 주인공에게 팀 플레이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했던 말이다. 축구는 팀플레이며 선수 개개인보다 팀 전체가 중요하다는 뜻이다. 아마 루이스 아라고네스 스페인 감독도 유로 2008을 앞두고 이같은 의미의 말을 선수들에게 했을 것이다. 그동안 스페인은 최고의 국내 리그와 최고의 선수들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번번이 국제 무대에서 고배를 마셔왔다. 가장 큰 문제는 스타 선수들의 팀 플레이 부족과 고질적인 지역 감정 문제였다. 안달루시아, 카탈루냐, 바스크 지역으로 나뉜 스페인의 지역 감정 문제야 정치적인 것으로 어쩔 수 없다고 하더라도 스타 선수들의 문제는 컸다. 많은 감독들이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그리 좋은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하지만 루이스 아라고네스 감독은 이번 대회를 앞두고 선수단을 다잡 는데 성공했다. 라울을 대표팀에서 제외하는 것으로 기선을 제압한 것. 올 시즌 레알 마드리드에서 좋은 활약을 펼친 라울이었지만 아라고네스 감독은 그의 합류를 원하지 않았다. 라울 중심의 대표팀이 이제까지 좋은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는 게 그 이유. 마르카 등 친 레알 마드리드 성향의 일부 스페인 언론은 이런 처사에 그를 맹비난했다. 그럼에도 아라고네스 감독은 뚝심있게 자신의 기조를 밀어붙였다. 그는 다비드 비야나 페르난도 토레스, 다비드 실바 등 젊은 선수들을 앞세웠다. 이들 선수들은 이번 대회 내내 자신의 욕심보다도 더 좋은 찬스를 맞이한 선수에게 패스를 내주는 이타적인 플레이를 보여주었다. 결국 전승을 거두며 유로 2008 우승을 차지했다. 지난 1964년 유로 이후 44년만에 거둔 메이저 대회 승리였다. bbadagun@osen.co.kr .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