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9일 사직구장에서 열린 KIA-롯데전. '발에는 슬럼프가 없다'는 야구계의 속설은 결코 틀리지 않았다. 롯데 자이언츠 외야수 이승화(26)가 재치 넘치는 베이스 러닝을 선보이며 팀의 4연패 탈출에 공헌했다. 3-4로 뒤진 롯데의 9회말 공격. 선두 타자 카림 가르시아(33)가 KIA 두 번째 투수 이범석과 볼 카운트 2-0에서 중전 안타를 터트리며 역전 드라마의 시작을 알렸다. 롯데 벤치는 발빠른 이승화를 대주자로 기용하며 승리를 향한 의지를 표현했다. 이승화는 손광민 타석 때 쏜살처럼 질주하며 2루 베이스를 훔쳤다. 올 시즌 네 번째 도루 성공. 이승화는 상대 포수의 실책을 틈타 3루까지 안착했다. 손광민의 중전 안타로 여유있게 홈을 밟은 이승화는 덕아웃에서 동료들과 감격스러운 모습으로 하이파이브를 나눴다. 후속 정보명이 중견수 키를 넘는 큼지막한 2루타를 터트리자 1루 주자 손광민은 홈까지 파고 들었으나 태그 아웃. 그 사이 정보명은 2루를 거쳐 3루까지 내달렸다. 롯데는 1사 3루서 박기혁의 1루수 앞 땅볼로 3루에 있던 정보명이 간발의 차이로 홈에서 세이브돼 5-4 짜릿한 역전 드라마를 연출했다. 결승타 만큼 화려하지 않았지만 이승화의 센스 넘치는 베이스 러닝은 단연 돋보였다. 그가 빠른 발을 앞세워 KIA 배터리를 뒤흔든 덕분에 역전 드라마를 연출할 수 있었다. 이승화는 경기 후 인터뷰를 통해 "상대 배터리의 빈틈을 노렸다"며 "공필성 코치님이 '대주자로 나가면 사인없이 스스로 판단해 뛰어라'고 지시했다"고 말했다. 지난해 부동의 톱타자로 활약했던 이승화는 6월 20일 사직 SK전 6회 홈에서 헤드 퍼스트 슬라이딩 도중 왼손을 다쳐 상승세에 찬물을 끼얹었다. 지난 시즌 75경기에 출장, 타율 3할1리(269타수 81안타) 1홈런 23타점 31득점 11도루. 정확한 타격, 빠른 발과 더불어 뛰어난 수비 능력이 돋보이는 '팔방미인' 이승화의 주전 경쟁은 현재 진행형. "주전 자리를 확보해야 한다". 짧은 그의 한마디 속에 불타는 투지가 엿보였다. 선수단에서 소문난 '연습벌레' 이승화는 원정 숙소에서도 개인 훈련을 소화하지 않으면 잠을 청하지 않을 만큼 굵은 땀방울을 쏟아낸다. 룸메이트 박기혁은 "자기 전에 스윙 훈련과 웨이트 트레이닝을 단 하루도 거르지 않고 소화한 뒤 잔다"고 그의 승부 근성에 엄지를 추켜 세웠다. 주전 확보를 꿈꾸는 이승화의 도전은 무모한 도전이 아닌 무한 도전이라고 표현해도 과언이 아니다. what@osen.co.kr .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