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부상을 당하면 화를 내지 않습니다. 그러나 당시에는 축구화를 내던지며 답답한 가슴에 소리를 내질렀죠. 대표팀 소집을 앞두고 있는 시기였기에 실망은 더욱 컸습니다". 지난 4월 왼쪽 발등뼈(제5중족골) 피로골절로 수술을 선택해야 했던 염기훈(25, 울산)의 고백이다. 동아시아선수권에서 허정무호의 '황태자'로 거듭났던 그는 올림픽대표팀에도 와일드카드로 선발이 유력했지만 단 한 번의 부상으로 모든 것이 수포로 돌아가는 듯했다. 그러나 최근 부상에서 빠른 회복세를 보이며 희망이 떠올랐다. 염기훈은 지난 2006년 전북 현대의 AFC(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이끌며 유명세를 탄 선수. 교통사고로 얻은 '땜빵'이라는 별명답게 순박한 표정이 어울리지만, 경기장에만 들어서면 그의 눈빛은 날카로워진다. 그런 선수가 부상으로 3개월간 재활에만 매달렸으니 얼마나 답답했을까. "재활이요? 정말 힘들었습니다. 하루에 대부분을 재활에 매달렸으니까요. 언제 경기장에 돌아갈 수 있을 지 기약할 수 없는 상황에서 제가 믿을 것은 재활뿐이었습니다. 그래도 아침부터 저녁까지 병원에서 재활을 거듭했더니 생각보다 복귀가 빨라졌습니다. 제 노력이 배신당하지 않은 거죠". 염기훈의 말처럼 그의 노력은 행운을 가져다줬다. 2008 베이징올림픽에 출전하는 5명의 와일드카드 후보 중 한 명으로 뽑힌 것이 행운의 정체다. 왼쪽 풀백, 중앙 미드필더, 측면 공격수 등 포지션별 안배를 고려한다면 사실상 염기훈은 김동진(제니트) 김정우(성남)와 함께 올림픽본선 티켓을 예약한 셈이다. 문제는 그의 부상 회복. "6월 30일 박성화 감독님과 직접 만나서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제 부상 상태는 잘 알고 계실 수 밖에 없죠. 일단 뛰는 것에는 문제가 없는 상태입니다. 문제는 볼을 차는 감각이나 경기 운영이라고 할까요? 굳이 평가하자면 아직 50%에 불과합니다. 그래도 올림픽 본선이 시작되는 8월이 되면 최소한 80~90%까지는 올라갈 것 같아요. 감독님도 처음부터 무리하면 근육에 무리가 올 수 있다고, 천천히 준비하라고 당부하셨어요". 그러나 아직 팀 훈련을 소화할 수 없는 염기훈의 선발은 무리라는 평가가 많다. 이는 염기훈 자신도 잘 알고 있는 사실. 특히 염기훈은 군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선수이기에 올림픽 출전이 군 면제가 목적이라는 폄훼도 많을 수 밖에 없다. 이에 염기훈은 조심스레 자신의 생각을 풀어냈다. "모든 운동선수들에게 가장 큰 걸림돌은 역시 군대입니다. 해외 진출이 어려워질 뿐만 아니라 선수로서 승부를 걸 시기에 발목을 잡는 원인이기도 합니다. 물론 한국 남자로써 당연한 의무라는 것을 모르는 것은 아닙니다. 선수생명이 그리 길지 않기에 아쉬울 뿐이죠. 비슷한 처지인 한 선수가 이번에 와일드카드 후보에서 탈락했으니 고민이 많을 겁니다". 마지막으로 염기훈은 '공약'처럼 와일드카드로 선발된다면 최선을 다해 자신의 능력을 보여주고 싶다고 했다. 김동진, 김정우와 달리 염기훈은 와일드카드 확정이 아니라 유력한 상태다. 박성화 감독은 염기훈의 몸 상태를 확인한 후 염기훈의 선발을 확정하겠다고 밝혔다. 자신의 역할을 '해결사 및 리더'로 정의한 그는 "와일드카드는 한 수 위의 기량으로 승리를 이끌어야 할 뿐만 아니라 고참답게 모범을 보여야 하는 위치"라며 "아직 부상 중인 선수를 후보로 뽑아주신 은혜는 올림픽에서 보답하겠다. 한 발짝이라도 더 뛰겠다는 의지로 올림픽대표팀의 4강 신화를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stylelomo@osen.co.kr .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