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어율 3위권' 박찬호, 가깝고도 먼 규정이닝
OSEN 기자
발행 2008.07.03 06: 53

[OSEN=탬파, 김형태 특파원] 55이닝 2.45. 박찬호(35.LA 다저스)가 기록한 올 시즌 투구이닝과 방어율이다. 방어율만 본다면 내셔널리그 3위권이다. 3일(한국시간) 경기가 열리기 전인 현재 이보다 성적이 좋은 선수는 에딘손 볼케스(신시내티, 2.24)와 팀 린스컴(샌프란시스코, 2.38) 뿐이다. 그러나 이들과 박찬호를 직접 비교할 수는 없다. 볼케스는 104⅔이닝, 린스컴은 109⅓이닝 동안 거둔 성적이다. 박찬호보다 2배 가까이 많은 이닝을 소화했고, 규정투구이닝도 물론 채웠다. 투수의 규정투구이닝은 소속팀의 경기수와 비례한다. 경기수에 1을 곱한 숫자다. 한 시즌 메이저리그 구단은 162경기를 치르므로 투수는 최소 이 숫자 만큼의 이닝을 던져야 공식 방어율 순위에 집계된다. 2일까지 다저스는 83경기(39승44패)를 치렀다. 다저스 투수인 박찬호는 규정투구이닝까지 28이닝이 부족하다. 시즌 23경기 가운데 20경기에서 중간계투로 나선 탓에 많은 이닝을 던질 수 없었다. 하지만 팀내 구원투수 가운데는 최다 이닝을 기록하고 있다. 주로 긴 이닝을 맡는 롱릴리프 보직인 데다 3차례의 선발 등판 기회를 얻은 덕분이다. 부족한 28이닝은 쉽지 않지만 따라잡기에 불가능한 수치는 아니다. 한 경기서 6이닝 정도를 소화한다고 가정할 때 5∼6차례 선발등판 기회가 주어질 경우 채울 수 있는 숫자다. 결국 관건은 얼마나 자주, 그리고 많은 등판 기회를 잡느냐다. 가뭄에 콩나듯 임시 선발 기회가 주어지는 스윙맨 역할이 시즌 끝까지 이어질 경우 규정투구이닝 달성은 불가능하다. 한 해 162이닝을 채우는 불펜투수는 웬만해선 나타나지 않는다. 붙박이 선발투수로 지금 당장 기용되는 게 가장 좋지만 다저스의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조 토리 감독은 연일 호투하는 박찬호를 선발로만 국한시키지 않겠다는 방침이다. 오히려 토리는 박찬호를 경기의 '2번째 선발'로 여기고 있다. 선발 투수가 일찍 무너지거나 큰 점수차로 이길 때 나서는 경기의 '2번째 투수'다. 중반만 되면 구위가 떨어지는 경험 일천한 클레이튼 커쇼, 그리고 부상자명단(DL)에서 갓 해제된 구로다 히로키의 뒤를 받치는 역할이다. 켄 하웰 불펜코치가 표현한 이른바 '불펜의 선발투수'다. 다저스는 사실상 박찬호가 나서는 경기에 선발요원을 2명 투입하는 셈이다. 마치 농구의 '식스맨'의 야구판 기용방식으로도 볼 수 있다. 경기 후반 동점이 돼 연장전을 염두에 두고 투입한 2일 휴스턴전 같은 경우를 제외하면 박찬호의 등판 패턴에 변화는 없을 듯하다. MLB.com에서 다저스를 전담하는 켄 거닉 기자는 최근 "박찬호가 올해의 재기상 부분에서 앞서가는 후보"라고 표현했다. 이 말은 개인의 바람일 뿐 현실과는 거리가 있다. 스포팅뉴스의 후원으로 1965년 제정돼 올해로 44년째를 맞는 재기상 수상자 가운데 내놓을 만한 명함을 가지지 않은 선수는 없었다. 투수의 경우 세이브 또는 다승 부문에서 인상적인 성적을 거둔 선수들이 주로 상을 받았다. 마무리가 아닌 박찬호는 세이브와 큰 관계가 없다. 선발투수가 아닌 탓에 다승과도 이렇다할 인연을 맺지 못한다. 그렇다면 남은 한 가지는 방어율이다. 이 부문 공식 기록 순위표의 상위 랭킹에 이름을 올린다면 수상 후보로 부족함이 없어진다. 그러자면 팀이 경기한 숫자 만큼 이닝을 소화해야 한다. 투수의 기용 권한은 결국 감독에게 있다. 모든 것은 팀의 수장인 토리가 손에 움켜쥐고 있는 형국이다. 토리는 올스타 휴식기 이후 로테이션 변경을 고려할 것이라고 했다. 제이슨 슈미트의 부상 회복 여부와 한계 투구 이닝을 걸어둔 커쇼의 기용 문제를 고려한 발언이지만 박찬호에게 기회가 될 수 있다. 관건은 지금까지 이어온 페이스를 잃지 않고 꾸준하게 호투를 이어가는 것이다. workhorse@osen.co.kr . . . . .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