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경흠 "기회가 적다는 건 핑계일 뿐"
OSEN 기자
발행 2008.07.03 08: 00

[OSEN=이상학 객원기자] 2006년도 한화 입단 선수들은 거포들이 총집합했다. 공포의 6번 타자로 자리매김한 김태완과 펀치력을 갖춘 송광민 그리고 좌타 외야수 연경흠(25)이 바로 그들이었다. 올 시즌 모두 데뷔 3년차가 된 세 선수들의 성장과 경쟁은 현재진행형이다. 시즌 초반에는 김태완이 클린업 쿼텟 완성으로 각광받으며 붙박이 주전으로 완전히 자리매김했고, 송광민도 파워히팅을 인정받아 5월 중순부터 1군 붙박이로 자리 잡았다. 그리고 이제 연경흠이 기회를 잡을 차례다. 연경흠은 “대학 시절 전부 4번 타자를 치던 선수들이었다”며 묘한 인연에 웃어보였다.
올 시즌 연경흠은 기회를 다소 늦게 잡았다. 2군에서 시즌을 시작한 연경흠은 4월 중순 잠깐 1군에 승격됐지만, 단 2경기를 치르고 2군으로 떨어졌다. 김인식 감독은 “마땅한 자리가 없다”며 연경흠의 활용도를 찾지 못한 아쉬움을 드러냈다. 연경흠은 6월 중순 윤재국의 부상으로 다시 한 번 1군 승격 기회를 잡았다. 4월 첫 기회에서 6타수 무안타로 이렇다 할 활약을 보이지 못했던 연경흠은 6월 중순 복귀 이후 9경기에서 19타수 6안타, 타율 3할1푼6리·1홈런·2타점으로 집중력을 발휘하며 1군 잔류에 성공했다.
사실 2군은 더 이상 연경흠이 머무를 곳이 아니었다. 올 시즌 연경흠은 2군 남부리그에서 45경기에 출장해 타율 3할6푼8리·5홈런·18타점·27득점으로 불방망이를 휘둘렀다. 타격 1위는 물론이고 장타율 1위(0.592)에 오를 정도로 쥐락펴락했다. 6월 1군 승격 뒤에도 한동안 대타로 출장할 정도로 기회를 얻지 못했다. 지명타자 자리에는 이미 김태완과 이영우가 번갈아가며 자리를 지켰고 외야에도 경쟁자들이 넘치는 상황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경흠은 대타로 나와 4타수 3안타로 맹타를 휘두르며 김인식 감독에게 무력시위했다.
하지만 연경흠은 의연했다. 연경흠은 “기회가 적다는 것은 핑계일 뿐이다. 크든 작든 기회를 살리는 것은 선수의 몫이다. 나는 신인 시절에 많은 기회를 얻었는데 이를 제대로 살리지 못했다”고 말했다. 연경흠은 “정확성이나 선구안이 떨어졌고 외야수비도 약해 감독님께 믿음을 주지 못한 것 같다. 타격에서 정확성을 키우고 수비력을 기르기 위해서도 많은 훈련과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덧붙였다. 연경흠은 “아직 시즌이 많이 남았다. 지난해에도 1군에는 늦게 왔지만 포스트시즌까지 좋은 감을 이어갔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특히 연경흠은 1군급 기량을 갖추면서도 2군에서 보낸 시간을 결코 헛되게 생각하지 않았다. 연경흠은 “2군은 배움의 장터다. 여유를 갖고 부족한 부분을 보완할 수 있었다”고 의의를 두었다. 연경흠은 방망이를 짧게 쥐고도 엄청난 비거리를 자랑하는 장타력이 트레이드마크다. 신인 시절 9홈런을 터뜨리며 주목받았다. 9개 중 7개를 전반기에 터뜨려 류현진과 함께 투타 신인듀오로 주목을 끌었다. 연경흠은 “방망이를 짧게 쥘 때 장타력이 나오는 스타일”이라며 “신인 시절 초반에는 그만큼 상대 팀들이 나를 몰랐기 때문에 좋은 활약을 할 수 있었다. 어느 정도 분석당한 뒤에는 활약을 보이지 못했다”고 떠올렸다. 그때부터 약점 보완에 들어갔다.
연경흠은 “방망이를 조금 더 길게 잡고 정확하게 치는데 주력하고 있다. 장타는 실투만 놓치지 않으면 얼마든지 나올 수 있다”며 굳이 장타에 의존하는 스윙을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일발장타를 노리는 거포보다는 중장거리에 포커스를 맞추고 있다. 2군에서도 연경흠은 우경하 타격코치와 함께 정확성을 기르는데 힘썼다. 지난해 연경흠의 2군 타율은 2할7푼1리였지만 올해는 무려 1할 가까이 상승한 것이 그 증거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정신적인 부분이다. 연경흠처럼 1군에서 많은 기회를 보장받지 못한 선수들은 2군에 있다 1군에 승격되면 큰 부담에 휩싸이기 마련이다. 연경흠도 동의하는 대목이다.
연경흠은 “부담감을 버려야 한다. 2군에 있다 1군으로 올라간 친구들이 보면 지나친 부담감에 사로잡힌 나머지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한다”며 안타까워했다. 그렇다면 연경흠은 어떠할까. 그는 “시즌 초반에도 그렇고 지금도 그렇게 큰 부담을 느끼지 않고 있다. 2군에 가는 것을 두려워해서만은 안 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연경흠은 “동기들이 잘 나가는 것을 보면 선수로서 자극이 되는 것은 당연하다”며 아주 연하게 웃었다. 겉으로는 여유있지만 속으로는 독기를 품고 있다. 데뷔 초 ‘제2의 이정훈’이라는 평가와 기대를 한몸에 받은 선수가 바로 연경흠이었다. 아직 그 기대는 유효하다.
.
.
.
.
.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