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어로즈, 아슬아슬 '다카쓰 극장' 열렸다
OSEN 기자
발행 2008.07.03 13: 24

'정말 괜찮은 것일까. 조마조마하다'. 우리 히어로즈 팬이라면 박빙의 리드를 지키는 경기 막바지에서는 마음을 단단히 먹어야 할 것 같다. 마무리 다카쓰 신고(40) 주연의 '다카쓰 극장'이 막을 올렸기 때문이다. 다카쓰는 지난 2일 광주 KIA전서 팀이 4-2으로 리드하던 8회 2사 2루 위기에서 송신영을 구원 등판, 승리를 끝까지 지켜냈다. 시즌 두 번째 세이브이자 한국, 미국, 일본을 통틀어 개인 통산 315세이브째. 그러나 8회 2사 1, 2루 위기에 몰린 뒤 채종범에게 좌전적시타를 내줬다. 결국 송신영이 내보낸 2루주자가 홈을 밟게 만들며 4-3까지 추격을 허용, 그야말로 지켜보는 이의 간을 콩알로 만들었다. 9회에도 2사를 잘 잡은 후 김주형에게 중전안타를 맞아 '혹시'하는 불안감을 갖게 했다. 이럴 때 일본에서는 주로 '극장'이라는 표현을 쓴다. 극장은 나쁜 의미와 좋은 의미를 동시에 지닌 말이다. 주자를 출루시켜 지켜보는 이의 속을 끓게 만들지만 결국은 훌륭하게 임무를 완수하는 마무리들의 스릴 만점 피칭을 일컫는다. 국내 야구팬들이 불안한 마무리에 빗대 '작가'라고 부르는 것과 비슷하다. 주니치와 요코하마에서 활약했던 외국인 마무리 투수 줄리안 게일러드(38), 현재 LA 다저스에서 마무리로 뛰는 사이토 다카시(38) 등의 특급 마무리들도 각각 '게일러드 극장', '사이토 극장' 소리를 들어야 했다. 그러나 일본 역대 최다 기록인 286세이브를 거둔 다카쓰보다 '극장'소리가 친근하지는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게일러드와 사이토는 150km대를 넘기는 강속구 위주의 시원스런 피칭을 한다는 점에서 큰 차이가 있다. 이를 바탕으로 게일러드는 선동렬 은퇴 후 주니치 마무리를 맡은 이후 일본 외국인 투수 최다 기록인 120세이브를 올렸다. 사이토는 지난해까지 미국 메이저리그에서만 63세이브를 챙겼다. 지더라도 경기가 빠르게 진행되고 화끈하게 무너져 가슴 졸이는 시간이 적다. 반면 다카쓰는 구위로 상태 타자를 압도하지 못한다. 경험에서 나오는 노련미와 다양한 변화구로 나름대로 최근 경기에서 마무리 역할을 해내고 있다. 최고 140km가 채 되지 않는 직구에 90km대에 그치고 마는 초저속 커브를 지켜보고 있자면 관중들은 피가 마른다. 1~2점차에 혹시 주자라도 나가면 더 이상 할 말이 없어진다. 이처럼 다카쓰는 한 번도 주자를 내보내지 않고 이닝을 마무리한 적이 거의 없다. 국내 첫 데뷔전이었던 지난달 24일 잠실 두산전에서는 첫 타자 이성열에게 우중간 빗맞은 안타를 맞은 후 2개의 도루를 허용, 실점했다. 그나마 5-1이라는 4점의 리드가 있었고 시험 성격이 강했다는 점에서 담담하게 지켜볼 수 있었다. 그러나 이틀 뒤인 26일 잠실 두산전에서도 마찬가지였다. 1-2로 뒤진 5회 1사 3루 실점 위기에서 등판한 다카스는 첫 타자 대타 안경현을 상대로 초구에 몸에 맞는 볼을 기록, 1사 1, 3루 위기를 자초했다. 다행히 직구와 변화구의 30km에 달하는 구속차를 이용해 고영민을 삼진으로 잡고 김현수마저 중견수 플라이로 돌려세워 실점을 막았다. 6회에는 처음으로 삼자범퇴로 임무를 마쳤다. 지난달 29일 목동 LG전. 다카쓰는 팀이 2-1의 박빙리드를 지키던 8회 1사 1, 2루의 위기에서 구원 등판했다. 그러나 곧바로 더블 스틸을 허용, 2, 3루로 역전 분위기에 내몰렸다. 최동수를 삼진처리했지만 이번에는 대타 손인호를 볼넷으로 내보내 2사 만루 위기를 자초했다. 다행히 대타 이종열을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9회는 삼자범퇴로 돌려세워 국내 진출 첫 세이브를 거뒀다. 히어로즈 팬으로서는 '다카쓰 극장'이 더욱 흥미진진하게 전개된 뒤 해피엔딩으로 막을 내렸을 때 세이브 1개 이상의 희열도 함께 느낄 가능성이 높다. 어쨌든 히어로즈 선수단은 한국야구위원회(KBO)와 가입금 미납 문제로 갈등 중인 구단 고위층과는 달리 최근 시즌 초반의 돌풍을 재현, 관중들의 관심을 끌어모으고 있다. letmeout@osen.co.kr .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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