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이상학 객원기자] 명불허전(名不虛傳)이라는 말은 이럴 때 쓰는 것인가 보다. ‘돌아온 대성불패’ 한화 구대성(39)이 완벽한 부활을 알렸다. 구대성은 지난 2~3일 대전 두산전에서 연이틀 올 시즌 최다 투구이닝을 갈아 치우며 무실점 행진을 벌였다. 지난해 시즌을 마친 뒤 왼쪽 무릎 수술을 받은 구대성은 재활기간을 거쳐 지난달 13일에야 올 시즌 처음으로 1군에 모습을 드러냈다. 출발은 늦었지만 적응은 빠르다. 올 시즌 11경기에 등판해 13이닝을 소화한 구대성은 승패없이 2홀드 방어율 1.38 WHIP 0.69 피안타율 1할8푼2리라는 훌륭한 성적을 내고 있다. 6월이 적응기였다면 7월은 본격적인 시동을 걸 시간이다. 지난 2일 두산전에서 구원등판, 올 시즌 처음으로 2이닝을 던진 구대성은 1피안타 무사사구 3탈삼진 무실점으로 두산 타선을 틀어막았다. 3일 두산전에서도 올 시즌 최다인 3이닝을 소화하며 8타자를 맞아 무안타 무사사구 2탈삼진 무실점으로 퍼펙트를 펼쳤다. 이날 경기에서는 투구수도 단 27개밖에 되지 않았으며 이 가운데 스트라이크가 19개일 정도로 구대성 특유의 공격적이고 노련한 피칭이 유감없이 빛을 발했다. 구대성은 복귀 후 11경기에서 자책점이 2점밖에 되지 않는다. 지난달 19일 대전 롯데전에서 홈런 2방을 맞고 블론세이브를 저지르며 자신의 또 다른 별명대로 ‘9대8’ 경기를 만든 것이 거의 유일한 부진이었다. 13이닝 동안 탈삼진을 11개나 잡아내 9이닝당 탈삼진이 7.6개로 변함없이 위력적이며 볼넷은 딱 1개밖에 되지 않는다. 9이닝당 볼넷이 0.69개로 특급 수준이다. 직구 최고 구속이 아직 137km로 느리지만 좌우 코너를 찌르는 송곳 같은 제구력은 그야말로 일품 중의 일품이다. 한화 김인식 감독은 구대성에 대해 “점점 더 좋아지고 있다. 복귀 초반에는 볼이 높았는데 이제는 제구가 많이 안정됐다”며 만족스러운 모습이다. 주전 포수 신경현도 “아직 볼 스피드는 느리지만 워낙 제구력이 좋고 노련한 투수가 아닌가. 볼 스피드가 없어도 타자를 제압할 수 있다”고 믿음을 보였다. 3이닝 퍼펙트 경기에서 구대성과 호흡을 맞춘 신인 포수 이희근 역시 “구대성 선배의 제구가 정말 좋았다. 포수로서 리드하기 편했다”고 송곳 같은 제구력에 놀라워 했다. 이날 구대성은 좌우 코너를 완벽하게 찌르는 핀포인트 제구력으로 두산 타자들을 농락했다. 특히 상대한 타자 8명 중 7명에게 초구 스트라이크를 잡고 들어갈 정도로 공격적이었다. 130km 중반대 직구에서 120km 초반대 떨어지는 체인지업에는 속절 없이 방망이가 헛돌았다. 7회초 2사 후 이종욱을 아웃 처리할 때에는 투수 쪽으로 날아든 빠른 직선타를 노련하게 캐치한 후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특유의 덤덤한 표정으로 이닝을 마감하고 덕아웃으로 들아가는 모습도 여전했다. 구대성은 “점점 더 좋아지고 있다. 수술했던 무릎은 특별히 의식하지 않고 던지는데 집중하고 있다”며 컨디션에 자신감을 드러냈다. 구대성은 “아직 직구 스피드가 만족스럽지 못하지만 볼끝이 괜찮다. 변화구도 제구가 잘 되고 있다”고 만족해 했다. 구대성은 보직을 가리지 않고 백의종군하겠다는 마음이다. “선발·마무리 등 보직보다는 팀에 보탬이 되는 투구가 중요하다. 지금은 중간에서 잘 던지고 있는데 감독님 결정에 따라 열심히 하겠다는 생각 뿐”이라는 것이 구대성의 말이다. 구대성은 “매일 던질수록 공이 더 좋아지고 있기 때문에 연속투구를 해도 힘이 떨어지는 것을 못 느낀다”며 이팔청춘을 자랑했다. 김인식 감독은 이날 35세 베테랑 박종호가 삼성으로부터 웨이버 공시됐다는 소식을 전해듣고는 “나이가 별로 안 많다. 우리 팀은 마흔살이 기준”이라고 농담을 던졌다. 1969년생 구대성은 올해로 딱 우리나이 마흔살. 기준이 되는 선수가 바로 구대성인 것이다. 구대성은 “선수생활을 오래할 수 있을지 여부는 몸이 가장 잘 알 것이다. 몸이 되는 그날까지 열심히 하겠다”고 말했다. 하긴 구대성은 그런 말할 처지가 못 된다. 구대성 앞에서는 정민철과 최영필도 영건인 것처럼 구대성도 송진우 앞에서는 어디까지나 이팔청춘일 뿐이다. .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