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도대체 왼손 투수가 왜 이렇게 잘하는 거에요". 지난 3일 잠실 LG전을 앞두고 덕아웃에 앉아 있던 프로 7년차 SK 김강민(26)의 얼굴은 그리 밝지 않았다. 이날 상대 LG 선발이 한창 잘나가고 있는 좌완 봉중근(28)으로 예고돼 있었기 때문이다. 김강민은 봉중근을 비롯해 마일영, 장원삼(이상 우리 히어로즈) 김광현(SK) 장원준(롯데) 송진우 류현진(이상 한화) 등의 이름을 한 명 한 명 열거한 뒤 "도대체 좌완들이 왜 이렇게 잘하는 거냐"며 "정말 손을 댈 수가 없다"고 하소연했다. 실제 3일 현재 올해 프로야구 투수 순위를 살펴봐도 '좌완 풍년'이다. 김광현이 다승 1위(10승) 평균차책점 1위(2.56)으로 선두를 질주 중이다. 특히 탈삼진 부문은 1~4위(봉중근, 김광현, 류현진, 장원삼)를 모두 좌완이 휩쓸고 있다. 정우람(SK), 권혁(삼성)도 팀의 중추 불펜으로 각각 홀드 부문 1, 4위를 지키고 있다. 김강민은 왼손 투수 때문에 자신의 타율이 오르지 않아 고민이다. 김강민은 3일 현재 2할4푼8리를 기록 중이다. 5월 3할3푼3리, 6월 3할8푼1리의 월간 타율로 타격 상승무드를 타고 있다. 하지만 이날 경기 전까지 좌완을 상대로 1할대 타율(.156)에 그치고 있었던 것이 마음에 걸렸다. 오른손 투수에 3할8리의 성적을 거두고 있어 상대적으로 왼손 투수들이 미울 수 밖에 없는 노릇. 좌완 투수를 상대로 2할6푼5리의 타율을 기록한 지난해 정도의 활약만 했어도 그렇게 답답하지는 않았을 터였다. 김강민은 "이상하게 올해는 왼손 투수에게 너무 약하다"며 "작년에는 언더핸드 투수에게 1할대 타율(.176)이었는데 정반대가 돼 버렸다"고 고개를 저었다. 또 "지난달 28일 문학 SK전에 나왔던 현진이 볼은 손도 대지 못하겠다"며 "올해는 좌고우저"라고 혀를 내둘렀다. 이야기가 막 정점을 향해 가고 있을 즈음 이 이야기를 가만히 듣고 있던 정근우는 김강민에게 한마디로 결론을 내려줬다. "돌고 도는 거야". 결국 야구란 좋은 때도 있고 나쁠 때도 있다는 의미로 일희일비할 필요없다는 뜻이었다. 이 때문일까. 김강민은 봉중근을 상대로 3회 선두타자로 나와 자신의 마수걸이 홈런포를 쏘아올렸다. 올 시즌 앞서 봉중근과 맞대결한 2경기에서 6타석 동안 볼넷 1개만을 얻어낸 채 2삼진으로 고개를 떨궜던 아픈 기억을 한 번에 날릴 수 있는 통쾌한 홈런이었다. 이날 경기에 앞서 SK 김성근 감독은 "데이터상의 숫자는 큰 의미를 지니지 않는다"며 "그 상황의 볼카운트, 초구는 어땠는가, 배터리의 의중, 타자의 컨디션 등이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결국 김강민의 좌완에 약한 모습을 보인 것은 상황에 대한 대처 능력 부족이 하필 왼손 투수를 상대할 때 집중적으로 드러났기 때문으로 해석할 수 있다. 김강민은 이날 3회 홈런을 때린 후 5회에도 비록 정면으로 가긴 했지만 날카로운 2루수 라인드라이브 타구를 날렸다. 그러나 7회 1사 만루 찬스에서는 풀카운트에서 몸쪽 체인지업으로 떨어지는 공에 삼진으로 물러나고 말았다. 바로 직전 볼로 골라냈던 똑같은 공에 낚인 것이다. 게다가 앞선 두 타석서는 봉중근에게 좋은 타구를 날렸다는 점에서 김 감독의 말이 더욱 공감을 얻을 수 있었다. 김강민이 좌완 투수를 상대로 해법을 찾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letmeout@osen.co.kr . . . . .
